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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설연휴 볼거리, 읽을거리 [4] - 개봉 영화
이다혜 2004-01-20

설 연휴 개봉영화 올 가이드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하지만 걱정할 게 무어랍니까? 극장에 가면 뜨뜻하게 앉아서 팝콘과 콜라를 즐기며 상상의 나라로 떠날 수 있는 것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하지만 영화 속에는 존재하는 산 ‘아시아크’를 찾아 <빙우>를 볼까, 아니면 78년 고딩 청춘들의 뼈아픈 성장기를 따라 ‘말죽거리’를 찾을까. 부산영화제에서 재밌다고 입소문난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에, 얼짱 신드롬을 낳은 남상미가 출연하는 <그녀를 모르면 간첩>까지, 모든 장르와 모든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설 극장가가 이 두 페이지에 있소이다!

<안녕! 유에프오>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처럼 시각장애 여성과 한 남자의 사랑을 그리는 따뜻한 멜로영화. 시각장애인 경우는 UFO, 그러니까 미확인 비행물체를 ‘믿는다’. 시각장애인 경우에게 어린 시절 보았던 UFO의 기억은 신비한 외계 존재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한 집착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생각한다. 다시 UFO를 만난다면 모든 게 달라질 거라고. 그러던 그의 마음속에 어느 날 정말 UFO가 날아온다. 동네 골목길에서 자신을 도와준 상현이 바로 그다. 경우를 사랑하게 된 상현은 자신이 추레한 외모의 버스기사라는 사실을 숨긴 채 경우를 마주한다.

<곰이 되고 싶어요>

덴마크와 프랑스의 합작 애니메이션. 북극 그린란드에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엄마 곰이 있다. 그러나 늑대의 습격으로 새끼 곰은 그만 따뜻한 햇볕 한번 보지 못한 채 싸늘하게 죽고 만다. 그때, 사랑스런 아이를 막 출산한 에스키모 부부는 곰의 슬픈 울음소리를 듣는다. 엄마 곰은 종일 먹지도 않고 물속을 바라보며 죽은 새끼 곰을 그리워하고, 아빠 곰은 에스키모 부부의 집에 숨어 들어가 갓 태어난 아기를 몰래 데리고 온다. 그리고 아기는 엄마 곰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신이 곰인 줄 알고 성장한다.

<자토이치>

부산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자토이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지만, 연출과 주연을 겸한 기타노 다케시는 과거 <자토이치> 시리즈들과 사무라이영화들이 가진 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극을 만들어냈다. <자토이치>의 독특한 매력은 기타노 특유의 유머와 영화 맨 마지막 부분의 탭댄스 군무장면에 있다. 모든 사건의 종결 뒤 타악기 리듬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압권.

<신설국>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문필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을 영화화했다. 유민의 일본에서의 영화 출연작이기도 하다. 눈앞에 다가오는 순백의 세계, 온 마을이 눈으로 뒤덮인 절경 쓰키오카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중년의 실업가 시바노 구니오는 선조부터 이어온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에게도 외면당한 채 생의 마지막을 이곳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그는 인근 온천의 젊은 게이샤 모에코와 만나게 되고,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인 200만엔을 그녀에게 맡기며 “내가 죽을 때까지 곁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블러디 말로리>

호러, 액션, SF, 판타지, 어드벤처까지 모든 오락영화의 요소가 혼합된 영화다. 결혼을 앞두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말로리. 결혼식 날, 폭력적으로 돌변한 남편이 그를 공격하자 맞대응하던 말로리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죽이고 만다. 이제 그는 악마와 뱀파이어 무리에 대항하는 여전사가 되어,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지옥의 문’이 열리지 못하도록 지키는 일에 나선다. <레지던트 이블>과 <블레이드>를 섞어놓은 것 같은, 공포물적 요소와 액션어드벤처영화의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

실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화제가 됐던 얼짱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공작금을 횡령한 배신자를 잡기 위해 남파된 여간첩 림계순은 박효진이라는 가명으로 학원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녀에게 넋을 잃은 착하고 어벙한 삼수생 최고봉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한편, 같은 직장의 동료 남진아는 인기 많은 박효진을 질투한다. 최고봉의 열렬한 애정공세가 사건을 만들면서 림계순의 작전명에는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얼짱 소동의 진짜 주인공 남상미가 남진아 역을 맡았다.

<내 사랑 싸가지>

인터넷 소설 <내 사랑 싸가지>를 영화화했다. <다모>로 신드롬을 일으킨 하지원과 살인미소 김재원이 소녀팬들을 공략한다. 사실 인터넷 하이틴로맨스의 참맛은 할리퀸 문고풍 소녀취향과 결별한 요즘 여고생들의 입담에 있다. 남자애들 비속어를 한 아름의 이모티콘으로 귀엽게 버무리는 탈문법적 구어체는 순수문학의 작가적 ‘문체’에 아랑곳않는 넷세대의 ‘말맛’이다. 이런 ‘말맛’을 영화에서 얼마나 살려냈을까? 무늬만 고3인 여고생과 명품으로 치장한 명문대 ‘킹카’가 인터넷 소설의 감수성을 벤치마킹한다.

<구루>

<부기 나이트>에 이어 헤더 그레이엄이 포르노 스타로 나오는 섹시한 로맨틱코미디로 영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섹시한 마카레나 춤으로 동네 아줌마들을 사로잡은 라무의 야망은 바로 뮤지컬영화 <그리스>의 존 트래볼타처럼 되는 것이다. 라무는 당당히 미국 뉴욕으로 가지만 냉정한 현실을 깨달을 뿐이다. 하지만 뉴욕의 갑부들이 모이는 파티장에 갔다가 우연히 인도의 수행자 ‘스와미 부’의 대역을 맡게 된 라무는 영적 치료사로 오해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는 포르노 스타인 샤로나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이 내놓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실미도>는 역사극이라기보다는 국가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숨바꼭질에 가까운 영화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절대 가시화되지는 않지만 가장 강력하게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684부대의 31명의 훈련병들, 그들을 훈육하는 교관들,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기관원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 불릴 수 없다. <실미도>의 떠들썩한 이미지들과 그에 질세라 언제나 과잉으로 넘쳐나는 사운드 뒤에 숨은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국가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1978년, 소년들의 영웅은 이소룡이었고 폭력은 매일 반복되는 일과였다. 선생님은 폭언과 구타를 가르쳤고, 학교는 권력의 발바닥을 핥았으며, 아이들은 주먹질로 그들만의 서열을 만들었다. 그때를 어떻게 견뎠던가? 가능한 유일한 길은 수컷이 되는 것이었다. 맞기 전에 선방을 날리고 모욕을 당하기 전에 욕설을 뱉어라. <말죽거리 잔혹사>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쓴 청춘에 대한 헌사와 흉포한 남성성의 근원을 파고드는 냉정한 고발이 나란히 들어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성장통을 겪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빙우>

‘산악’보다 ‘멜로’에 방점이 찍힌 산악멜로. 경민은 대학 산악부 선배이자 유부남인 중현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어린 시절 경민의 소꿉친구였던 우성은 번지수가 틀린 사랑을 경민에게 기대하기를 멈추지 못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경민이, 죽을 것 같이 보고 싶은 중현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고, 그녀가 죽고 나면 이제 그녀를 잊지 못하는 두 남자가 함께 산을 오르고 조난당해 서로의 기억이 한 여자로 겹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참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죽음, 고전적인 삼각관계가 세 사람을 산으로 이끈다.

<피터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책과 연극과 영화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피터팬>은 성장을 거부한 채 네버랜드에서 살아가는 소년 피터팬과 도시에서 날아온 소녀 웬디, 그리고 후크 선장의 이야기다. “J. M. 배리의 원작을 가장 충실하게 옮겨내는 동시에, 현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닌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21세기 버전의 <피터팬>. 소녀 웬디의 성장에 돋보기를 들이댄 호건 감독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동경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페이첵>

마이클 제닝스는 하이테크 기업의 천재적인 분해공학자다. 그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상품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기억을 제거당한다. 물론 기업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대가는 고액의 보수. 그런 그가 3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스톡옵션으로 엄청난 돈을 받기로 하는데, 3년 뒤 그는 충격적인 사실에 접한다. 주식을 포기하고 그 대신 하찮은 19개의 물건이 담긴 봉투만을 받겠다는 이상한 계약서에 스스로 서명한 것. 기억이 지워진 그는 자신이 저지른 미스터리를 19개의 물건과 함께 풀어내야 한다.

<브라더 베어>

지극히 사랑스러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득한 옛날의 북미 대륙. 부족 무당 타나나는 소년 키나이에게 토템 의식을 치러주며 삶의 징표로 ‘사랑’을 의미하는 곰의 토템을 건네준다. 얼마 뒤 물고기 바구니를 훔쳐간 곰을 뒤쫓던 키나이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그뒤를 쫓던 큰형 시트카는 동생 대신 곰과 맞서다 죽음을 맞는다. 죄책감과 분노에 북받친 키나이는 곰의 토템을 내팽개친 채 끝끝내 형을 죽인 곰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 그 순간 오로라의 형태를 한 정령들이 키나이를 곰으로 바꿔버린다.

<너는 찍고, 나는 쏘고>

홍콩영화 하면 누아르와 코미디, 혹은 무협물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성공한 킬러 바트는 불경기라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바트에게 접근한 마 부인은 자신의 섹스 몰래카메라를 VCD로 제작해 시장에 뿌린 남자와 제작자를 죽이고, 청부살인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촬영해오라는 독특한 의뢰를 한다. 싸구려 포르노 영화연출부를 전전하고 있는 추엔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바트. 바트는 쏘고, 추엔은 찍고! 추엔의 현란한 편집과 사운드 이펙트는 살인몰카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결과는 완전 대박!

<라스트 사무라이>

톰 크루즈가 극찬해 마지않은 ‘무사도’는 어떤 것일까. 알그렌 대위는 미숙련 신식군대를 이끌고 개화파의 정적을 처단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무라이와 첫 전투를 벌인다. 거기서 포로가 되고 적의 소굴로 끌려간다. 천진난만하지만 야무지기 그지없는 아이들과 남편을 죽인 포로조차 지극정성으로 돌볼 줄 아는 절대복종의 여자, 절도와 충성으로 똘똘 뭉친 칼잡이들이 알그렌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정화시켜준다. 폭력과 죽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복종과 헌신, 그 일본 문화의 핵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