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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미드] 법정·수사물/ 순한 양, 법조인이 되다?
최하나 2009-10-29

<굿 와이프> The Good Wife | CBS

신선도 9 (10점 만점) | 타깃 연령 30~40대 | 시청자 수 1370만

정말이지 착한 아내다. 비리와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남편의 기자회견장에서 당당한 척해야 하고, 매춘부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던 남편을 면회가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생업전선에도 나서야 하니 말이다. <굿 와이프>는 조지타운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가족에 충실하기 위해 전업주부로 살았던 알리샤라는 여성이 15년 만에 로펌에 들어가면서 겪는 일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다. 15년 동안 ‘솥뚜껑 운전’만 했던 알리샤에게 로펌은 낯설기 짝이 없다. 비싼 수임료를 챙기기 위해 안달하는 윗사람과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순진한 그녀는 잡아먹히기 쉬운 양일 뿐이다.

<굿 와이프>가 재미있는 대목은 여기다.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알리샤의 생존법 말이다. 그녀의 무기는 정교한 법 논리나 치밀한 잇속 계산이 아니라 감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인 관점이다. 그녀는 사건 현장을 찾아 여성들과 수다를 떨면서 증거를 수집하기도 하고, 여성들의 내밀한 속내를 파고들어가 진실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녀를 돕는 것도 여성 수사관이니 <드롭 데드 디바>와 함께 ‘여성주의 법정 드라마’라 불릴 듯하다. 또 주검사였던 남편의 스캔들이 사실상 음모였음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재미는 더 확실해질 것이다.

캐스팅 또한 절묘하다. <ER>에서 조지 클루니의 애인 해서웨이 간호사로 나왔던 줄리아나 마길레스가 알리샤로, <섹스 앤 더 시티>의 ‘미스터 빅’을 연기한 크리스 노스가 알리샤의 남편으로 출연해 성공한 두 드라마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굿 와이프>는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법정 드라마의 클리셰를 흥미롭게 변주하는 참신한 시도다.

<포가튼> The Forgotten | ABC

신선도 6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0~30대 | 시청자 수 829만

시체는 말이 없다. 죽은 자의 사연을 낱낱이 알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시체의 신원까지 모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포가튼>은 이 신원미상 시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민간 자원봉사 그룹에 관한 드라마다. 경찰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민간인 신분인 탓에 이들의 수사는 쉽지 않다. <포가튼>은 이런 장애를 오히려 흥미를 더하는 요소로 이용한다. 배지만 보여주면 무사통과인 경찰 수사물과 달리 민간인들이 수평적인 네트워크와 인간적 소통에 기반해 사건을 풀어간다는 설정은 신선하다. 크리스천 슬레이터 같은 존재 또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 만한 지점.

다만, 지극히 착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다소 심심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흥미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벌써부터 존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니 이그재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리 브룩하이머의 기력도 서서히 쇠해가는 모양이다.

<NCIS LA> NCIS: Los Angeles | CBS

신선도 4 (10점 만점) | 타깃 연령 25~45살 | 시청자 수 1726만

<NCIS> 시리즈도 드디어 분가에 성공했다. <CSI>와 <로 앤 오더> 등 성공한 드라마가 그랬듯, 요즘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이 해군범죄수사대 또한 LA에 지부를 개설한 것이다. <CSI>가 뉴욕과 마이애미 버전으로 옮아가면서 조금씩 변주한 것처럼 <NCIS LA> 또한 오리지널 시리즈와 차별화를 하려 한다. 주인공으로 한물간 스타 크리스 오도넬을 기용했다는 점은 <NCIS>(마크 해밀)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LA의 햇살처럼 밝은 쪽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다.

특히 007 시리즈의 M과 <스타워즈>의 요다를 절반씩 섞은 듯한 캐릭터인 헤티(린다 헌트)는 긴장을 완화해주는 요소다. 우리로 치면 기무사 요원쯤 되는 군인들이 민간인들의 동네에서 뭐 그리 할 일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구성력이나 캐릭터의 매력은 원조 시리즈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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