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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은 늘 ‘여기’에 있었지

<스윙걸즈>의 사운드트랙

얼마 전 DVD를 샀다. 꽤 많이 샀다. 특가세일에 저주를! 어쨌든 그중엔 예전부터 벼르던 것도, 새삼 눈에 띈 것도 있었다. <스윙걸즈>는 전자다. 이 영화는 각별하다. 음악 ‘글’에 대한 압박(!)을 조금 덜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윙걸즈>에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인상적인 순간이 두번 등장한다. 하나는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냇 킹 콜의 <L.O.V.E.>다.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그때 나는 뭔가 끝장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30대에 대한 불안? 늦게 찾아온 사춘기? 우에노 주리가 예뻐서? 웬일인지 지금도 나는 그 장면에선 갓 구운 빵처럼 된다.

다른 장면은 아이들이 시내의 소음을 따라가며 “이것도 재즈가 되네!”라고 외치는 때다. 신호등을 지나 버스터미널을 지나 아파트와 탁구대를 지나는 장면에는 스코틀랜드의 구전동요 <Comin’ Through the Rye>가 흐른다. 그건 음악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 우리가 꼬꼬마였을 때 뭐든 잡히는 대로 두들기고 흥얼거리며 혼자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던 때의 쾌락을 환기하는 순간이었다. 전업으로 글을 쓰게 된 뒤로 가끔 그걸 잊어버린다. 덕분에 주말엔 종일 TV 앞에 있었다. ‘마감 따위 죽어버려!’란 심정으로(그럼 뭐해,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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