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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신인감독 14인] <YMCA야구단>의 김현석 감독
2002-01-18

삿갓 쓰고, 방망이 들고, 홈런을 날려라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날>을 보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온 지 15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그것도 4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만들게 됐는데도 김현석 감독은 그닥 긴장하지 않는 눈치다. 여기엔 우선 그가 이은 감독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연출부를, 김기덕 감독의 <섬>에서 조감독을 맡았다는 경력이 한몫하는 것 같다. “모셨던 두 감독이 모두 빨리 찍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제작비를 걱정한다는 점도 비슷하니, 나도 제작비를 아껴가면서 빠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느긋해 보이는 데는 제작사가 명필름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명필름이 감독을 잘 뒷받침해준다는 점도 있지만, 명필름과 김 감독이 오랜 인연의 끈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듯 보인다.

대학 시절 막연하게만 영화를 생각했던 김 감독은 우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그중 가장 먼저 빛을 본 작품이 입대하기 직전 당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에 냈던 <사랑하기 좋은 날>. 입상권에 들진 못했지만, 심사위원이던 박종원 감독의 눈에 띄어 권칠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군대에 있으면서 썼던 <대행업>이라는 시나리오는 95년도 대종상 시나리오 부문에서 당선하기도 했다.

그의 각본에서 “똘똘하고 쿨한 느낌”을 받은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카투사로 복무중이던 그를 찾아가 개발중이던 한 시나리오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다. 여건이 맞지 않아 그 시나리오를 포기할 때쯤, 김현석 감독은 <일출에 관하여>라는 시나리오 초고를 제시했다. 훗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으로 제목이 바뀐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신뢰감을 갖게 된 심재명 대표는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희망을 받아들여 아예 이 영화의 연출부로 투입하게 된다.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박찬욱 감독의 각색작업을 도왔고, <섬>에선 조감독을 맡았던 김 감독을 외부인들이 명필름의 직원으로 오해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3월 말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은 1905년 YMCA에서 조직한 한국 최초의 야구팀을 그린다. “실제로 사료에 나와 있는 야구단이다. 근대의 물결과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는 등 일제의 위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불안해하던 민초들에게 힘을 줬던 이들의 이야기가 재밌을 것 같았다.” 한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사랑하기 좋은 날>의 여주인공은 야구 아나운서고, <해가…>의 주인공은 야구 심판인데다, 데뷔작 은 아예 팀을 다룬다. 구상 단계인 차기작도 야구를 소재로 한다나. “야구광은 아니다. 하긴, 다른 세상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비하면 야구는 그런 대로 관심을 갖는 분야긴 하다.” 거대 서사보다는 작은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고, “메인스트림이 아닌 상업영화”를 만들겠다는 그에 관해 심재명 대표는 “매우 독특한 코미디 감각을 보여주는 감독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어떤 영화?

제작사 명필름 출연 송강호 3월말 촬영 예정

대대로 선비가문이자 마을 서당 훈장의 아들인 호창(송강호)은 우연한 기회에 야구를 접하게 된다. 선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야구단인 YMCA야구단에서 아버지 몰래 야구를 배우게 된 그는 이 운동이 주는 매력에 빠져든다. 곧 민영환의 딸이자 해외 문물에 밝았던 민정림이 통역 및 감독으로 나서 호창과 다른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여기에 정림의 옛 연인이자 일본에서 야구를 배운 대현이 합세해 YMCA야구단은 그야말로 국내 최강의 야구단의 위치에 오른다. YMCA야구단은 전국 각지를 돌며 연승행진을 기록하고, 야구단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지지와 호응도 높아간다. 하지만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는 등 일본의 압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정림과 대현은 야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 한다. 결국 YMCA야구단은 야구에서도 조선을 누르려 하는 일본 군대팀과 숙명의 일전을 치르게 된다.▶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김현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아유레디?>의 윤상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데우스 마키나>의 이현하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귀여워>의 김수현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명랑만화와 권법소년>(가제)의 조근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일단 뛰어!>의 조의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서프라이즈> 김진성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안진우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연애소설>의 이한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

▶ [2002 신인감독 14인] 의 이종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