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영화관에 가면 언제든 조시 오코너를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과 10월, 조시 오코너는 올리버 허머너스의 <히스토리 오브 사운드>와 켈리 라이카트의 <마스터마인드>의 주연배우로 극장을 찾았다. 이어 오코너는 맥스 워커실버먼의 <리빌딩>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고, 연말엔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속 앙상블 캐스트로 등장할 예정이다. 예술영화부터 넷플릭스 스트리밍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서로 다른 얼굴을 선보이는 오코너는 지금이 단연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중 한국에서 소개된 적 없는 <리빌딩>을 소개한다. 4편의 출연작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리빌딩>은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재난에 굴하지 않고 서로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오코너는 이 영화에서 콜로라도주에서 대대로 운영하던 목장을 물려받은 카우보이 더스티로 분한다.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어린 딸 캘리 로즈(릴리 라토레)에게 “다시 똑같이 지을 테야”라고 큰소리치지만 은행은 더스티 가족에게 대출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더스티 가족은 끝내 미연방재난관리청이 단기간 지원하는 간이주택으로 들어간다. 더스티는 한동안 카우보이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지만 간이주택의 이웃들과 함께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며 희망을 꿈꾼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오코너는 더스티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한 표정 연기만으로 표현해낸다.
영화의 제목에 쓰인 ‘리빌딩’(Rebuilding)은 미 정부나 언론이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남용하는 말이다. 재건을 의미하는 ‘리빌딩’은 그 의미가 점점 퇴색해가는 중이다. 정부 지원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고, 그에 반해 자연재해는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늘어간다. 심지어 미국 시민들은 재해 이후 정부가 발표하는 복구 시책에도 둔감해져간다. 이같은 공허 속에 <리빌딩>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힘을 준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연대해 다시 삶을 꾸려가는 모습은 우리가 잊고 살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