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의 그림자가 드리운 동네에서 오래된 LP 바를 지키는 준호(박호산) 앞에 한 손님(송재림)이 나타난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두 사람은 몇달 전 세상을 떠난 연주(고은민)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멀고도 가까운>은 떠나간 연인을 애도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로맨스, 미스터리, 그리고 판타지 장르가 혼합돼 있다. 비선형적으로 파편화된 시간 구성과 이질적인 편집 리듬, 그리고 주요 배우들의 1인다역 설정을 통해 실험성이 강조되지만, 연출자가 그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했는지는 의문이다. 형식적 야심과 결과물 사이의 아쉬운 간극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독특한 질감을 부여하는 재즈 음악과 1990년대 한국 시네필리아 문화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기호들을 찾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2024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부문 상영작.
[리뷰] 레트로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동경할 때, <멀고도 가까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