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선영(강말금)은 뇌사상태의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자 남동생 일회(봉태규)의 가족이 오랜만에 병원을 방문한다. 일회의 가족은 사채업자에게 쫓겨 도망다니는 중인데 와중에 착실히 공부한 조카 동호(정순범)가 의대에 합격한다. 시아버지의 부고 문자를 예약해두려던 효연(장리우)이 실수로 전송을 눌러버리고, 가족들은 동호의 등록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미리 치르자고 한다. 권용재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고당도>를 통해 되물림된 가족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여러 차례 가짜 장례식을 치를 때의 긴장감을 부각하여 블랙코미디물로서의 쾌감을 선사하는 한편 원망을 품고도 혈연의 끈을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인물들의 속내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관계를 물질적 가치로 재단하는 현 사회에서 가족이 지닌 의미에 관해 새롭게 묻는 작품이다.
[리뷰] 철천지원수 같아도 결국 옷깃을 붙잡고야 만다, <고당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