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과 시대의 변화, 이런 거 놓치면 재미없죠.” 오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 오정인(이유영)은 이렇게 말한다. tvN 드라마 <프로보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출세가 목표인 판사 강다윗(정경호)은 뇌물 수수 누명을 쓰고 판사직에서 물러나 대형 로펌 프로보노팀 공익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드라마는 다윗과 프로보노팀을 통해 동물권, 소수자 차별과 혐오, 여성의 재생산권, 장애인의 권리 등 동시대적 주제를 보여준다. 또한 드라마는 반려견을 학대하는 ‘짖음방지’ 목걸이를 직접 착용하거나, 판사와 변호사가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의 삶을 체험하고,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는 등 “시대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논쟁적인 주제를 직설화법으로 선명하게 풀어낸 점은 분명 장점이다. 문제는 방향성에 있다. 특히 “저를 태어나게 한 하나님을 고소해 달라”며 프로보노팀을 찾은 장애 아동의 에피소드는 이 드라마의 한계를 드러낸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어린 산모에게 가해진 낙인과 방치, 재생산권 침해와 장애인 차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를 낙태 반대 운동 고액 후원자인 재벌 회장이 장애 아동의 엄마를 입양하고 특수학교 설립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봉합한다. 제도의 책임은 지워지고, 권력자의 선의가 정의를 대신한 것이다. 그 결과 비혼 양육자의 고통은 개인의 운명으로, 장애인의 삶은 권리가 아닌 보호대상으로 축소된다. “시대의 변화”를 말하는 드라마가 “사회적 책임”에 무신경할 때 그 재미는 사회적 공론을 확장하기보다 낡은 가치관을 재생산할 뿐이다.
check point
반려견이 뛰어다니고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는 프로보노팀 사무실, 퀴어 문화 축제에 간 공익 변호사들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함이 사라지는 그날까지”라고 쓰인 현수막의 등장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떤 존재의 곁에 서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