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최적의 상태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품은 열망 중 하나일 것이다. 명필름아트센터(MPAC)는 그 꿈을 끝까지 밀어붙인 공간이었다. 영화 제작사가 직접 운영하며 상영 환경의 기준을 스스로 세운 복합문화공간 명필름아트센터가 오는 2월1일 운영을 종료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 안팎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극장 산업 전반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처럼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었다.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궤적을 그려온 공간이었기에 폐관이 던지는 파장은 작지 않았다. 그러나 명필름아트센터의 지난 시간을 들여다보면 이 선택은 위기의 결과라기보다 처음부터 감수하고 시작한 시도에 가깝다.
운영 종료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접근성의 한계다. 명필름아트센터가 자리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파주출판도시) 2단계 지역은 애초에 대중을 위한 상업지구가 아닌 영상·출판·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단지로 설계된 공간이었다. 2015년 명필름이 아트센터를 통해 이곳으로 터전을 옮길 당시 데몰리션, 블루캡, 영화사 집 등 여러 특수효과·사운드 회사와 영화사들도 함께 입주해 산업적 교류를 도모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10년간 센터를 운영하며 접근성의 문턱을 체감했다. “결국 위치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대중교통으로 오가기 어렵다 보니 관객층이 자가용 이용자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파주·일산 인근 거주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분들이 회원제에 가입해 충성 관객 비율이 높았으나 그외 지역 분들이나 영화 한편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진 일반 관객으로까지 확장되지 못했다.”
2023년 12월 진행된 리뉴얼은 이러한 조건을 돌파해보려는 시도였다. 프로그램 구성과 공간 활용을 조정하며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했으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고급 장비와 설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꾸준히 부담으로 작용했고, 적자는 누적됐다. 현재 명필름아트센터가 위치한 건물은 매각된 상태다. 이번 운영 종료가 최근 이어지는 극장들의 폐관 흐름과 같은 맥락으로 읽히는 데 대해 심 대표는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개인 사업자의 능력 부족과 무모한 경영일 수 있어서 지금의 영화산업의 어려움과 연결 짓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영화계에 송구한 일이 된다.”
그렇다면 명필름아트센터의 지난 10년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산업의 상징도, 경영적 성공 사례도 아니었다면 이 공간이 끝까지 붙들고 있었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가장 뚜렷한 유산은 단연 영화관, 다시 말해 상영 환경 그 자체다. 4K 영사 시스템과 돌비애트모스 사운드시스템을 갖춘 단관 상영관은 개관 당시부터 국내 최고 수준의 상영 환경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생충><헤어 질 결심>등의 기술시사가 이곳에서 진행됐고,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사운드와 화면의 기준점으로 자주 언급됐다.
상영 환경에 집착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이 공간을 유지해온 까닭 역시 그 지점에 있다.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완성한 결과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상영해야 할 때 느끼는 좌절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제대로 된 시청각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 모든 의지를 명필름아트센터에 구현했다. 관객으로서 어두운 상영관에 앉아 소리와 화면에 전율하던 시간은 지난 10년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선명한 보람으로 남아 있다.”(심재명)
현재 명필름아트센터는 영화로 받은 사랑을 영화로 돌려주는 마지막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미개봉작 <길위의 뭉치>를 비롯해 <비기 너스><키메라><해피엔드>등 프로그래머와 대표의 추천작까지 총 11편이 2월1일까지 상영된다. 폐관일인 2월1일에는 명필름의 대표작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상영 및 감독, 배우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공간은 문을 닫으나 명필름의 제작과 교육 사업은 멈추지 않는다. 2026년에도 명필름랩을 통한 신진 영화인 교육과 새로운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스스로 영화가 되는 작은 도시’
명필름아트센터는 <접속><공동경비구역 JSA><와 이키키 브라더스><건축학개론>등 한국영화사의 주요 작품들을 제작해온 명필름이 설립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2278.02㎡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의 단관 영화관을 중심으로 1층 과 2층에는 각각 카페와 공연장이 들어섰고, 3층에는 명필름의 작품과 역사를 기록한 아카이브 룸이 마련됐다. 4층은 빔프로젝터를 통해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건축은 승효상 건축가가 이끄는 이로재건축사사무소가 맡아 절제된 미학으로 주목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