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은 “각자의 애도”를 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7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김미란(장혜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남편 서진호(유재명)는 여행지에서 만난 관광가이드 진자영(윤세아)과 사별이라는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상처받기 싫어 관계를 회피하던 산부인과 의사 딸 서준경(서현진)은 아들이 있는 음악감독 주도현(장률)과의 연애를 통해 관계의 어려움을 정면 돌파한다. 뜨거운 청춘인 대학원생 아들 서준서(이시우)는 ‘을의 연애’를 끝내고 오랜 친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각색한 JTBC 드라마 <러브 미>는 세 사람이 각자의 속도로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누구나 상실을 겪지만, 모두가 ‘잘’ 견디는 건 아니다. 상실 이후의 감정이 적절한 온도와 거리감을 갖게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애’와 ‘증’이 뜨겁게 뒤엉킨 가족관계에도 적절한 온도와 거리감이 필요하다. <러브 미>는 한국 가족드라마가 흔히 동원하는 감정의 과잉도, 애증의 과열도 없이, 미지근한 물 같은 온도로 상실과 가족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풀어낸다. 어쩌면 낯설 수도 있는 이 미지근함이야말로 실제 애도에 가까운 온도가 아닐까. 애도의 적절성과 가족간의 적정 거리를 가늠하는 데 실패하곤 하는 우리에게 <러브 미>는 슬픔을 규격화하지도, 관계의 정답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로 애도와 일상, 그리고 관계와 삶을 이어가는 법을 보여 준다.
check point
가톨릭 신자인 진호와 준서는 혼란을 느낄 때마다 신부에게 고해성사한다. 미란을 쉽게 잊어가는 것 같아 불안해하고, 새로운 사랑 앞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두 사람에게 신부는 그 감정이 진실한지 묻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되묻는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거죠?” 위트가 섞인 이 질문은 <러브 미>의 ‘킥’이자,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