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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검색결과

영화(30)

바람 바람 바람

코미디 100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이병헌

출연 이성민 신하균

전문가

4.33

관객평

5.33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드라마 124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켄 로치

출연 킬리언 머피 파드릭 딜레니

전문가

8.67

관객평

8.46

영하의 바람

드라마 110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김유리

출연 권한솔 옥수분

전문가

6.67

회오리 바람

드라마 96분 15세이상관람가

감독 장건재

출연 서준영 이민지

전문가

6.75

관객평

7.35

인물(191)

이엘

배우 1982-06-26 (한국)

관련작품 그녀가 죽었다 귀신의 향기 마약왕

장건재

감독 1977-11-26 (한국)

관련작품 최초의 기억 최초의 기억 한국이 싫어서

송지효

배우 1981-08-15 (한국)

관련작품 구원자 만남의 집 침입자

박종환

배우 1982-09-07 (한국)

관련작품 최초의 기억 브로큰 아침바다 갈매기는

기사/뉴스(9404)

[인터뷰] 코미디는 관객의 예상을 비껴나가야 한다, <보스> 라희찬 감독

올해 추석 시장에서 여유롭게 완승을 거둔 <보스>는 개봉 열흘 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하며 극장가를 채웠다. 보스 임대수(이성민)의 죽음으로 차기 보스를 뽑아야 하는 조직 식구파. 하지만 그 전개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가장 유력한 후보 순태(조우진)는 중식당 미미루를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싶어 하고, 원로 위원들의 신임을 받는 강표(정경호)는 어느새 탱고에 매료되어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이 와중에 모두가 떠름해하는 판호(박지환)는 판도를 바꾸어 보스의 자리를 노린다. 과거의 명성과 명예로부터 멀어진 허름한 조직폭력배의 모습은 새로운 갈래의 코미디를 완성하기 충분하고, 각 인물의 개성과 취향에 맞춰 뒤늦게 진로를 모색하는 모습은 무척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보스가 되길 거부하는 조직원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라희찬 감독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유독 길었던 추석 연휴 동안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열흘 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기록했다. 시작이 괜찮아서 다행이다. 영화 성적은 계속 지켜보려 한다. 연휴에는 계속해서 무대인사를 돌았다.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코미디를 보며 웃는 경험이 드물어져서인지 이런 시간이 좋다는 관객들의 감사 인사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뭉클하다. - <보스>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차기 보스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조직폭력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컨셉을 어떻게 구상하고 발전시켰나. 영화의 첫 컨셉은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조직원들이 보스를 서로 안 하려고 싸우면 어떨까? 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렇게 정형성을 비틀어나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화에서도 보스가 되는 게 낭만이고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요 컨셉은 보스가 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변했는지, 지금의 바람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인물마다 상황과 생각이 달라야 차이가 커진다고 판단했고 그게 꿈이었다. 순태는 어릴 적부터 가업으로 내려온 중국집을 확장하고 싶어 하고, 강표는 원래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설정이었다. 그러다 배우 캐스팅 단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정경호 배우가 섭외되었는데 그의 성향과 장기를 조명하고 액션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춤으로 변동했다. - 영화는 주인공 순태의 비중과 의존도가 크다. 순태 역할에 조우진 배우를 점찍은 계기가 궁금하다. 조우진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할 때 코미디 장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편은 아니고, 또 그동안 조연의 자리에서 활약을 펼쳤기에 이 시도가 새롭고 낯설게 다가온다. 조우진 배우가 지금까지는 묵직하고 진중한 작품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코미디 경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외계+인>에서 활약하기도 했고. 하지만 필모그래피보다 그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컸다. 나는 정극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이 희극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순태는 자신이 스스로 만든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심각하게 분투하면서도 그 진지한 무게에서 경쾌한 웃음이 빚어진다. 그런 지점을 조우진 배우가 잘 녹여내리라 생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가 <하얼빈>촬영 직전이었는데 무척 좋아해주셨다. 아무래도 그때 힘들었나보다. (웃음) - 보스 자리를 둘러싼 혈투가 예상되는 만큼 액션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캐릭터의 성격에 맞춘 액션들이 눈에 띈다. 커튼을 활용하거나 무대에서 뻗어나오는 방식의 순태의 액션이 있다면 허술한 언더커버 태규(이규형)는 난장을 만드는 식이다. 액션에도 코미디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순태, 강표, 판호는 한때 한식구였기 때문에 더더욱 각기 다른 면모가 부각되길 바랐다. 그래서 아이템을 하나씩 쥐어줬다. 순태는 원초적으로 싸우지만 요리하는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장갑을 씌우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판호에게는 가스를 줬다. 강표는 춤선을 위해 목검을 주었고. <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확한 합만큼이나 약간의 ‘삑사리’다. 정돈되고 멋진 것보다는 엉성한 빈틈을 주는 게 웃음을 만들기 좋았다. 그런 식의 유연한 유머를 심고 싶었다. 실제로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줘서 현장에서 접목하기도 했다. 순태의 커튼 장면이나 책으로 다리를 찍는 액션은 모두 조우진 배우가 현장의 미술 소품을 보고 의견을 내준 것이다. - 모든 인물이 집결하여 단체 싸움을 벌이는 공간은 조직이 시작된 곳, 낙원호텔이다. 처음과 끝이 이곳에서 소생한다. 원래는 낙원호텔 대신 바닷가로 설정돼 있었다. 그런데 태규가 마지막에 힘 있게 휘저어주기를 바라서 공간을 실내로 변경했다. 문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꿈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선 다른 곳이 아닌 낙원호텔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식구파와 낙원호텔을 위해 몸담고 있지만 모두 무능하다. 임대수도 따뜻하지만 시대를 못 읽어 무능했기에 회사가 무너졌고, 인술(오달수) 또한 마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무능하다. 사람들은 낙원호텔에서 식구파 조직원들이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파라다이스를 꿈꿨겠지만 결국 각자의 꿈으로 돌아서는 현실적인 방법만이 이들을 일깨운다. -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대로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웃음) 그걸 바랐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음식으로 약간의 여운이 남길 바랐다. 처음에는 조폭 이야기니까 고깃집을 하자, 칼국수를 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나는 짜장면을 원했다. 순태처럼 인간적이고 친근한 음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화에서도 짬짜면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 <보스>는 결국 선택에 관한 영화다. 이 딜레마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음식을 통해 살짝 묻어나길 바랐다. - 코미디 장르에 자기만의 규칙이나 기준이 생긴 게 있다면. 이 작품을 하면서 코미디가 더욱 어려워졌다. 웃긴다는 것은 결국 놀라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음 장면이 예측되는 순간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웃음 또한 그렇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다만 인물들이 억지로 웃기려 과장해서는 안된다. 순태와 강표의 경우도 조폭이 다른 직업을 가지려 하는 설정 자체가 웃긴 것이지, 이들은 모두 자신의 문제에 진지하고 진중하다. 결국 이야기와 인물은 절박해야 한다.

[연속기획 3]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제작기

고등학교 국어 교사 하경(이나영)은 주말마다 집을 나선다. 반복된 일상에 갇힌 그가 추구하는 건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의 여행”. 그곳이 어디든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잠시 길을 잃어도 좋다. 그렇게 쓰인 여덟편의 유랑기가 2023년 5월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를 구성한다. 부산은 하경이 세 번째로 몸을 맡기는 지역이다. 옛 제자나 동료 교사, 오랜 친구와 조우하는 여타 에피소드들과 달리 3화에서 하경이 맞닥뜨리는 이는 낯선 남자 창진(구교환). 각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두 사람의 동선은 자꾸만 겹친다. 같은 밀면집에서 식사하고,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마주친 뒤 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연달은 우연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 하경과 창진은 나란히 발을 맞춘다. 복천동고분군의 야외극장, 남포동건어물도매시장에서 그들만의 <비포 선라이즈>를 찍는다. 확실한 다음을 기약하기보다 또 한번 인연을 믿어보기로 한다. 3화의 제목이기도 한 ‘메타 멜로’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박하경 여행기>를 함께한 이종필 감독, 조영천 촬영감독, 김보미 미술감독은 그 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처음 만난 연인이 충분히 설렐 수 있도록 부산의 빛과 색을 매만진 그들에게 촬영 후일담을 들었다. 밀면은 물? 비빔? 부산에는 수많은 밀면집이 있다. 그중 박하경이라는 인물이 들를 법한 곳은 어딜까?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를 갖춘 곳은 가지 않았을 것 같다. 노포 분위기가 나는, 맛으로 승부하는 밀면집을 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조영천 촬영감독은 제작팀이 물색한 로케이션 중 대성밀냉면을 고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경에 이어 창진도 그곳을 찾는데, 두 사람은 시간차를 두고 같은 고민을 한다. 물과 비빔 중 무엇을 시킬 것인가! 이종필 감독이 구교환 배우의 재치로 탄생한 장면의 비화를 전했다. “촬영 중 컷을 외치지 않고 밀면집에 들어온 창진 역의 구교환 배우를 좀더 지켜보았더니 그가 ‘뭐가 더 맛있어요?’라고 종업원에게 물었고, 실제로 그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저는 물 밀면을 추천합니다’라고 즉흥적으로 답했다. 그러자 구교환 배우가 ‘그럼, 비빔으로 주세요’라고 받아쳤다.” 책이 쌓이듯 감정이 쌓이게 김보미 미술감독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밀도 높은 공간”이라 칭했다. 책들이 촘촘히 쌓여 있어 미술팀이 하나씩 옮겨가며 세팅을 바꿔야 했고, 곳곳에 붙은 광고물들을 가리되 장소의 분위기에 맞게 색감을 디자인해야 했기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날 바깥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작진이 택한 반석서점 내부로는 빛이 잘 들어와 다행이었지만 조명팀을 비롯한 기술팀들의 고생도 상당했다고. “이명세 감독의 굉장한 팬이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날리는 장면이 많은 그의 영화에서처럼 자연의 변화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영화 <러브레터>를 오마주한 이 장면에서는 밖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빛으로 인해 인물의 마음이 동요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빛이 아른거리듯 감정도 아른거릴 수 있도록.”(조영천 촬영감독) 사람을 보듬는 극장에서 이종필 감독은 <박하경 여행기>의 부산을 ‘영화제 공간’과 ‘여행자 공간’으로 나눠서 접근했다. 그는 야외 상영장 로케이션으로 영화의전당도 고려했지만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을 여행한다는 컨셉”을 살리고 싶어 고민하던 중 영화제의 주요 행사인 동네방네비프(BIFF)를 위한 장소로도 사용되어온 복천동고분군 노천극장에 반했다고 한다. 조영천 촬영감독도 “공간이 사람들을 보듬고 있는 원형, 스크린이 산동네쪽을 비추고 있는 형태”가 마음에 들었다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고, 결국 하경과 창진은 이곳에서 단편영화 <달세계여행>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다른 관객들과 달리 엔딩크레딧이 끝나기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말이다. 김보미 미술감독에 따르면 그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복천동고분군 야외 상영 회차를 운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만의 정서가 <박하경 여행 기>와 잘 어울렸기에 과거 영화제 사진들을 찾아보며 당시 행사와 똑같이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때 창진과 하경 뒤로 붙은 <달세계여행>포스터를 비롯해 3화 곳곳에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팸플릿, 배너 등을 볼 수 있다. 미술팀이 영화제로부터 그래픽 파일들을 넘겨받아 활용한 결과다. 보름달 아래 보랏빛 밤 <박하경 여행기> 3화의 한 장면은 <헤어질 결심>덕분에 가능했다. 조영천 촬영감독이 기억하기로 <박하경 여행기>제작팀에 <헤어질 결심>에 참여했던 스태프가 있었는데, 그가 <헤어질 결심>에 등장한 부산 야경이 잘 보이는 일동빌라를 소개해준 덕분에 하경과 창진이 야경을 바라보는 신을 그곳에서 찍을 수 있었다. 김보미 미술감독은 그날 부산항대교를 보랏빛으로 물들여준 조대연 조명감독과 부산시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매회 캐릭터들에게 컬러를 부여해 조합하는 식으로 영상미를 만들었다. 3화에서는 하경에게 블루, 창진에게 레드를 부여해 드라마 중간 지점에서 이 두색이 서로에게 스며들기를 바랐다. 하지만 로케이션 촬영 중에는 이를 구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조명감독님이 부산시와 협력해 만들어준 보랏빛에 정말 감동받았다.” 비 온 뒤 공기까지 자연스럽게 “대한슈퍼를 세팅하는 동안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모두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다가 밤늦게 남포동건어물도매시장 골목 신을 촬영했다. 걱정이 많았는데 비로 인해 촉촉해진 땅이 그 장면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더라. 비가 왔는데 오히려 좋은 케이스, 그것마저 부산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김보미 미술감독이 회고하듯 자연스러움을 살려 얻은 아름다움이 <박하경 여행기>에 묻어 있다. 조영천 촬영감독도 덧붙였다. “무서울 수 있는 뒷골목에 엠버와 그린 톤 조명을 같이 써서 빛이 많아 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러나 인공적인 월광이나 인위적으로 강한 조명은 피하고자 했다. 하경과 창진이 빛을 따라 걷다가 우연히 대한슈퍼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부산의 정서가 살도록 “부산이 가진 특유의 정서가 있다. 미술감독으로서 그것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미술팀이 준비한 소품들이 실제 공간에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게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세팅하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대한슈퍼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는 미술팀이 뭘 했는지 눈치채기 어려울 거다. 내부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고 외부의 과일 좌판만 생활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가다듬었다.”(김보미 미술감독)

[특집] 미쟝센은 언제나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향해, 우문기 감독이 들려주는 개막 특별 영상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제작기

어느 아침 아직 꿈속을 헤매는 딸(우주우)에게 아빠(우문기)가 낭보를 전한다. “미쟝센이 부활했대!” 미쟝센인지 미센쟝인지 알 바 아니고 오늘 유치원을 갈지 말지가 훨씬 중요한 딸은 어느새 등원은 잊고 미쟝센영화제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아빠의 인형극에 빠져든다.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이 제21회 미쟝센영화제의 개막 특별 영상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연출했다. 우문기 감독 또한 동세대 감독들처럼 미쟝센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는 미쟝센 키드다. 그 자신이 단편 <이공계 소년><서울유람>의 연출로 두 차례 미쟝센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한 데 이어 제18회, 제19회 미쟝센영화제의 집행위원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처음 미쟝센에 갔을 때만 해도 전국에서 영화 잘 만드는 사람 다 모이는 곳에 지방 출신인 내가 가면 촌놈 소리 들을까봐 주눅 들었다. 그런데 딱 ‘고시엔’ 나간 기분이더라.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영화 친구들을 사귀며 개안을 했거든.” 그래서 제목이 지칭하는 ‘뉴 제네레이션 키드’의 범위는 무척 자유롭다. 미쟝센영화제의 수혜를 입은 우문기 감독과 올해의 집행위원 7인일 수도, 영화제의 문을 연 이현승, 김성수 감독일 수도, 장차 영화와 영화제를 사랑하게 될 작품 속 딸일 수도 있다. 영화 앞에선 누구나 신세대고, 영화제에 가면 누구나 마음만은 어린아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문기 감독이 모처럼 <씨네21>을 찾아 올해 영화제 개막 특별 영상의 제작기를 전했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의 제목은 페퍼톤스의 히트곡 에서 본떴다(우문기 감독과 페퍼톤스의 인연 또한 미쟝센영화제와의 그것만큼 깊다. <씨네21>1505호 참고). ‘인생은 길고 날씨 참 좋구나’라는 가사가 페퍼톤스 팬들 사이에서 마치 인생의 슬로건처럼 사용되는 곡이다. 이 가사를 미쟝센영화제에도 주문을 걸듯 적용해보자. 다시 돌아온 미쟝센영화제의 역사 또한 길게 우리와 함께하기를, 날씨 참 좋은 가을, 많은 관객이 다시 돌아온 영화제를 찾기를. 미쟝센영화제의 새로운 시작 그간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하던 우문기 감독은 이상근 미쟝센영화제 집행위원으로부터 개막 특별 영상 연출 제의를 받고 모처럼 디렉터스 체어에 앉았다. 리더필름 정도의 러닝타임을 생각했던 우문기 감독은 집행부와의 몇 차례 미팅을 통해 이번 개막 특별 영상의 주제가 ‘회고와 제언’에 있음을 알았다. “그간 영화제가 남긴 푸티지를 활용하려 했는데 제10회와 제20회에 기념 영상을 만든 이상근 감독에게 그건 자기가 다 했으니 미쟝센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들었다.” <뉴 제네 레이션 미쟝센 키드>는 그렇게 미쟝센영화제의 역사와 의미는 물론 앞으로 나아갈 길 모두를 짚는 영상을 만들라는 특명 아래 탄생했다. 파스텔 톤의 색감과 대칭구도, 어린이 주인공과 팝업북 형태의 인형극.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보는 동안 머릿속에 자동 연상되는 이름은 웨스 앤더슨이다. 대학생 시절 이원석 감독이 진행하는 ‘영상과 산업’ 강의에서 웨스 앤더슨을 처음 알게 된 우문기 감독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감독에게 빠져들었고, 작품을 만들 때마다 좋아하는 선배 감독의 미학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의 컬러 팔레트를 구성하는 커튼은 실제 우리 집 인테리어 소품이다. 반달과 보름달이 섞인 디자인인데 녹색 버전과 노란색 버전이 있어 분기마다 갈아 끼운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때 노란 커튼을 달고 있었다. 그래서 작품 전체의 톤이 연노랑으로 맞춰졌다. 만약 녹색 커튼이었으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신인배우 우주우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에서 관객의 시선을 훔치는 ‘키드’는 단연 배우 우주우(7)다. “으이구, 감독들이 뭘 알겠어. 영화 찍는 것만 알지”라며 혀를 차다가도 “그런데 ‘미쟝센’이 정확히 무슨 뜻이야?”라며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어린이다. 그는 누구도 몰랐겠지만 이 작품으로 데뷔했고, 누구나 짐작했겠지만 우문기 감독의 딸이다. “낯가림 없이 지나치게 밝은 딸을 보며 언제든 함께 어떤 프로젝트든 해보고 싶었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가 배우 캐스팅과 로케이션 섭외 아닌가. 자연스럽게 딸과 우리 집이 떠올랐다. 미쟝센영화제에 대해 정보가 없는 딸이 영화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답을 하며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더라.” 우문기 감독은 실제 딸과 보내는 유치원 등원 풍경을 이야기 뼈대로 삼았고, 이를 위해 일상에서 수차례 리허설을 가졌다. “등원을 위해 주우의 옷을 갈아입힐 때 대사를 맞춰봤다. 아침에 아직 잠에서 덜 깬 딸을 깨우며 무작정 대사를 시켜보기도 했다. (웃음)” 우주우 배우가 자기에게 주어진 수많은 대사를 소화할 수 있었던 때엔 그의 영화제 경험도 한몫한다. 7살 인생 동안 우주우 배우는 부모를 따라 수많은 영화제를 다녔고, 그중 부산국제영화제가 그의 ‘최애 영화제’라고 한다. “주우는 영화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는 배우다. 대사도 제대로 알고 뱉은 듯하다. “네이버와 오리온이 후원하는 영화제야”라는 대사를 연습한 이후 집에서 오리온에서 출시한 과자와 네이버 로고를 볼 때마다 ‘아빠 저거 미쟝센 아니야?’라고 되물을 정도다. (웃음)” 한편 독립영화 현장을 제대로 체험한 우주우 배우는 데뷔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에게 은퇴 이유를 물었다. “연기가 재미없다.”(우주우) 든든한 지원군 우문기 감독은 공식 크레딧은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에서 연출, 각본, 연기, 미술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그외에도 장소 협찬(본인의 집이다). 어린이 배우 현장 코디네이터(본인의 딸이다) 등을 비공식적으로 도맡으며 몸이 족히 7개는 필요했다. 이때 우문기 감독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작품의 촬영감독이자 <다섯 번째 흉추>를 만든 박세영 감독이다. 우문기 감독이 전고운, 임대형 감독과 함께 연기를 선보인 <다섯 번째 흉추>의 인연 이전에, 두 사람은 제18회 미쟝센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캐쉬백>이라는 작품이 ‘희극지왕’ 섹션에 올라 모두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이 영화와 박세영이라는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고 결국 박세영 감독은 미쟝센 편집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미쟝센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연출하기도 한 박세영 감독은 미쟝센영화제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뛰어든다. 우문기 감독의 지원 요청을 받았을 때도 “돈 걱정 말고 부족한 인력은 내가 다 채우겠다”고 외치며 자신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을 대동해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를 찍었다는 후문. 박세영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도 ‘기담’ 섹션에 <괴인의 정체>를 출품했다. 우리 모두 ‘미쟝센 키드’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엔 다양한 세대의 영화인이 등장한다. 미쟝센영화제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이현승, 김성수 감독이 행차하고 미쟝센영화제를 통해 꿈을 실현한 엄태화, 윤가은, 이옥섭, 장재현 감독이 목소리를 더한다. 만약 될성부른 시네필의 떡잎을 보이는 우주우 배우까지 포함한다면 이 작품엔 총 3세대의 영화인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상근 감독이 제20회 미쟝센영화제 개막작 <미쟝센 웨이브>를 만들었을 때 러닝타임을 30분00초에 맞췄다. 30회까지 이 영화제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하더라. 그 의의를 이번 개막 특별 영상이 잇길 바란다.” 우문기 감독과 올해 집행위원으로 합류한 7인의 감독은 그야말로 ‘미쟝센 키드’다. “영화제 부활 소식을 듣고 이경미, 임필성 감독님이 ‘이제는 너희가 영화제를 꾸려가야지’라며 내 또래 감독들을 응원해주셨다. 우리는 미쟝센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단편영화를 찍던 세대니까. 미쟝센영화제에 작품이 진출하길 한없이 바라던 세대가 이제 영화제를 이끄는 중추가 된 것이다. 그런 우리가 주우 같은 또 다른 미쟝센 키드를 키울 수 있다.” 혹시 여러 이유로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인터뷰이들의 ‘B컷’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문기 감독은 김성수 감독의 일화를 전했다. “영화제 초창기에 김성수 감독님이 영상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재능이 보이는 학생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미쟝센영화제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하셨다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학생들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영화제 뒤풀이에 오면 영화제에서만큼은 그들을 학생이 아닌 한명의 감독으로 깍듯이 존중해주었다고 한다.” 개막식을 찾아야 하는 이유 제21회 미쟝센영화제의 개막식은 10월16일, CGV용산아이파크몰 SCREENX관에서 열린다. 달리 말해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또한 개막식 당일 SCREENX를 통해 중앙 스크린은 물론 양쪽 벽면까지 총 3면에 영사된다.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는 SCREENX의 특성을 십분 반영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이를테면 ‘네이버’가 영화제를 후원했다는 사실이 뜨면 벽면 전체에 네이버를 상징하는 초록색 장막이 드리운다. 또 집행위원들이 양쪽 벽면에서 박수를 유도하는 구간이 있다. 칸이나 베니스 같은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프리미어 상영할 때마다 기립박수에 관련한 시간 기록이 보도되지 않나. 기립박수까진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모든 관객이 함께 박수를 치며 미쟝센영화제의 부활을 축하해준다면 좋겠다. 극장만이 공유할 수 있는, 함께 영화를 보며 연대한다는 감각을 고양할 수 있는 일종의 의식이다. 개막식에 오는 분들과 다 같이 <러브 액츄얼리>(2003)를 찍는 거다. (웃음)” <뉴 제네레이션 미쟝센 키드>의 하이라이트인 역대 영화제 사진의 몽타주 또한 3면 가득 펼쳐질 예정이다. “액션영화도 아닌데 3면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런데 스크린과 양쪽 벽 가득 아카이빙 이미지가 걸리는 순간 미술관에 온 것처럼 지난 20년을 음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직 극장 시사를 못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궁금하다. 동시 생중계에선 이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어려우니 시간이 된다면 개막식을 찾아달라.”

[Masters’ Talk] 계속 관객이 의심하고 질문하게 하고 싶었어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X <아가씨> 김태리 배우 ➀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10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과 김태리 배우는 연출자와 배우로 만나 2015년 <아가씨>크랭크인에 들어갔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칸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동행하며 전세계 관객을 만났다. 이후 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박찬욱 감독은 안개 같은 사랑을 그린 <헤어질 결심>을 거쳐, 해고로 인한 수난과 범죄가 뒤섞인 블랙코미디 <어쩔수가없다>를 안고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김태리 배우는 “먼 항구에 가서 반짝이는 것을 입고 이름 모르는 것을 먹고”라고 다짐했던 숙희(김태리)처럼 영화 속에서 민주화운동 시기로, 시골로, 또 우주로 나아갔다. 바빠서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가 있다면, 두 영화인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김태리 배우는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든 생각과 의문을 잔뜩 메모해와 숙희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박찬욱 감독을 바라보며 또랑또랑하게 질문했고, 순한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 감독은 허허 웃다가도 예리한 물음에 어디서도 이야기하지 않은 디테일과 구상을 자세히 풀어놓았다. 그 현장을 지면에 세밀히 옮긴다. 말과 말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두 영화인 사이의 신뢰까지도 자연스레 전해질 것이다. 박찬욱 안녕하세요, 박찬욱입니다. 김태리 안녕하세요, <아가씨>에서 숙희 역할을 했던 김태리입니다. 감독님 촬영 현장에 놀러 갔다가 제목이 <어쩔수가없다>라는 걸 처음 듣고 “제목이 이거예요?”라고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 그전까진 <도끼>라는 원제로만 알고 있었어요. 박찬욱 그때 내가 확정이라고 말했나? 김태리 그건 아니었어요. 박찬욱 대부분 <어쩔수가없다><도끼>둘 다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쩔수 가없다>로 정했다고 말했을 때 다들 정했다니 어쩔 수가 없는데, 좋다는 말은 안 나오는 표정이었죠. 김태리 저는 제목이 되게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실생활에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내뱉는지 계속 인지됐거든요. 그럴 때마다 ‘어, 나 지금 합리화 중인가!’ (웃음) 싶었죠. 그런 생각 하나가 제 머릿속에 끼어든 게 재밌었어요. 박찬욱 맞아요, 맞아요. 그게 의도예요. 김태리 <아가씨>촬영 때 인상이 강렬했던 게, 감독님, 리허설을 엄청 엄숙하게 하는 거 아세요? 예를 들어 오늘 아침 7시까지 현장으로 모이라는 전체 연락이 돌면, 7시에 온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 실제 촬영처럼 스토리보드에 있는 그대로를 리허설해보는 거예요. 본촬영 전에 연습하는 기분이니까 저는 너무 좋아서 신나게 참여했는데 분위기가 되게 조용하고 엄숙하고 스태프들이 잔뜩 긴장한 듯한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거든요.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 너무 좋았지만요. 다른 촬영 현장 가봤더니 리허설이 그렇게 엄숙하지는 않더라고요, 리허설이! (웃음) 박찬욱 스태프들이 리허설을 통해 동선이나 클로즈업 등의 얘기를 듣고 준비하죠. 김태리 <어쩔수가없다>에 그런 식으로 공들여서 리허설을 많이 했던 장면이 있어요? 박찬욱 그거죠. ‘고추잠자리 신.’ 만수(이병헌), 범모(이성민), 아라(염혜란) 3명이 얽혀서 좁은 방에서 리허설했고, 스토리보드를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만들었죠. 김태리 그 장면은 음악 없이 찍었을 거 아니에요. 박찬욱 없었죠. (웃음) 음악은 없는데 소리는 질러야 하니까 배우들이 힘들었죠. 그러다가 중간에 없던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권총이 캐비닛 아래로 들어가버리면 어떨까? 캐릭터들이 총을 찾아 더듬더듬하는 아이디어를 이병헌씨가 냈어요. 이병헌씨가 어디 가서 반드시 자기 아이디어라고 얘기하라고 그랬어요. 그런 얘기를 우리끼리 재미있게 말하다가 ‘Why not?’이란 마음으로 바꾸자 했죠. 누가 건드려서 총이 발사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나와서 그렇게 갔죠. 계획을 많이 세웠지만 즉흥적으로 한 것도 있어요. 김태리 총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총알에 안 맞아서 놀랐어요. 당연히 맞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 맞았기에 반전이었어요. 대담에 앞서 감독님의 해외와 국내 인터뷰를 많이 봤어요. 근데 의상 얘기가 없어요. 감독님이 만수 집이라든가 범모 집이라든가 반장 선출(박희순)의 집이라든가, 집을 공들여 찍으셨다고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집에 사람이 너무 잘 묻게끔 의상을 디자인했던 걸까 생각되더라고요. 의상과 관련해서 얘기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못한 게 있으신가요? 박찬욱 고추잠자리 신에서 입은 아라의 붉은 브이넥 스웨터는 몸싸움할 때 만수가 잡아당기면 어깨가 다 드러나잖아요. 그렇게 되라고 브이넥 스웨터를 골랐죠. 그래서 범모는 자기가 지금 총 맞은 상황보다 그게 더 못 견디겠는 거죠. 그때 가장 크게 비명 지르죠. 아라 옷을 장면에 맞춰서 설정했고, 미리(손예진)도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요. 색깔만 파랑이에요. 김태리 제가 아라와 범모의 젊은 시절 장면을 찍을 때 혜란 언니를 응원하러 현장에 갔는데, 제가 언니를 보고 놀라서 ‘무슨 신 찍는 거예요?’ 그랬더니 언니가 엄청나게 쑥스러워했어요. 박찬욱 그때도 염혜란, 이성민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있게 만들어 달라고 그랬죠. 심혈을 기울였죠. 혜란 언니하고의 인연도 좀 얘기해줘요. 김태리 학교 선배님이 혜란 언니랑 친구였어요. 학교 선배님이 소속된 대학로 극단에서 오퍼레이터가 필요한데 돈은 많이 못 주지만 함께하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돈이 무슨 상관이에요? 대학로를 갈 수 있는데! (웃음) 그 극단에서 혜란 언니를 처음 만났어요. 그렇게 작업하면서 그 극단이 좋아진 거예요. 선배님들도 너무 좋고 연출님도 좋고. 박찬욱 그럼 연기자가 아니었다고 그때는? 김태리 네, 첫 만남은요. 박찬욱 아 진짜? 그건 몰랐네. 김태리 극단이 신입 단원을 안 뽑은 지가 굉장히 오래됐었어요. 저 때만 해도 대대적으로 신입 단원을 뽑는다거나 하는 그런 시기는 지나갔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이 극단에 들어갈지 고민했는데, 오퍼레이터는 계속 필요하잖아요. 조연출도 필요할 거고요. 그래서 저를 노동력으로 쓰시라고 하고 눈치껏 붙어 있었던 거죠. 그랬더니 어느 날 다른 사람들에게 단원이라고 소개를 해주시더라고요. 박찬욱 오, 극단 대표님이? 김태리 네! 그렇게 단원이 됐죠. 이후 언니가 유명해지고, 시상식 같은 곳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제 시작에 같이 있었던 사람이니까요. 그런 특별한 관계입니다. 언니가 감독님을 표현하기를 “감각과 사고를 예민하게 깨워주는 좋은 창작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언니에게 물어봤어요. “언니, 권총을 아이패드에서 찾는 장면에서 언니가 ‘요거’라고 하잖아요. 그거 대본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하니까 언니가 “너 되게 예리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원래 ‘이거’로 쓰여 있었다고 언니는 기억하던데, ‘이거’를 ‘요거’로만 바꾼 건데 사람이 달라 보이잖아요. 아라를 아라처럼 보이게끔 하면서도, 아라가 묘하게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고요. 박찬욱 맞아요, 그게 포인트예요. 김태리 그 대사에 분명히 미세한 조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쩔수가없다>도 말맛이 참 좋았고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을 것 같아요. 박찬욱 범모와 산길을 걸을 때 아라가 “당신도 나처럼 해봐. 햇빛을 바람에 쌈 싸먹어. 단풍에 푹 찍어서”라고 하죠. 입을 벌린 채 대사를 하니까 알아듣기가 어렵죠. 근데 이런 대사를 쓰면서도 배우가 이상한 대사라고, 이런 걸 어떻게 하냐고 못하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김태리 배우는 너무 좋아하죠! 박찬욱 배우가 재밌어 해줘서 고마웠어요. 김태리 영화 보면서 제일 놀라웠던 게 피크닉 장면이에요. 돗자리 깐 곳이 바위 옆이잖아요. 범모랑 아라가 앉아 있고 뒤에서 만수가 훔쳐보는 구도가 <아가씨>속 장면 같은 거예요. 어머, 오마주네! 기분 좋았어요. 히데코(김민희)와 백작(하정우)이 피크닉 가면, 그 모습을 숙희가 훔쳐보잖아요. 그때도 바위 위로 피크닉을 가고요. 박찬욱 맞아요. 나도 비슷하게 보이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태리 다들 알아볼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말하고 싶었어요. (웃음) 혹시 다른 오마주도 있어요? 박찬욱 만수의 치통은 유현목 감독님의 <오발탄>. 영화 <오발탄>에서 철호(김진규)가 계속 치통에 시달려요. 세번의 범죄, 세명의 분신 김태리 이성민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범모는 만수처럼 복잡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제 눈에 범모는 만수와 동일 인물 같았어요. 물론 대사나 행동의 유사성을 바느질하듯 이어간 것도 있지만 정말 유사해 보였거든요. 배우들에게 서로 이어져 보이도록 유사성을 찾아보라고 주문했는지, 아니면 배우 각자가 연기한 걸 그대로 썼을 뿐인데 유사성이 드러난 건지 궁금해요. 박찬욱 각본에 이미 써놓은 것이 있고 스토리보드를 통해서 한 것도 있어요. 배우들한테는 리딩 때 두 사람 사이의 연결점이 있어서 대사도 이렇게 쓴 거라고 설명을 다 해줬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요구는 안 했어요. 김태리 한 리뷰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을 봤어요. 만수가 죽이는 세명이 다 만수래요. 범모는 만수 그 자체고, 선출은 만수가 원한 미래의 모습, 시조(차승원)는 살인 행각을 벌이지 않았던 만수의 과거. 만수가 자신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죽여서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해석이었어요. 전 이 해석이 재밌고 맞는 말 같더라고요. 박찬욱 그럴듯하네요. 만수가 찾아가는 세명이 정말 다 그의 분신이죠.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고요. 그래서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사실 자기파괴적인 행동이죠. 애초에 그렇게 설계됐어요. 김태리 제가 영화를 두번 봤는데 처음 볼 때 정말 빵 터져서 웃었던 장면은 부부 싸움 신이에요. 만수가 “넌 예쁘잖아!” 하니까 미리가 “너도 잘생겼잖아!”라고 해요. 그 톤이 너무 웃겨요. 박찬욱 나도 좋아하는 대사예요. 그런데 “너도 잘생겼잖아”라는 대사는 제일 나중에 쓰였어요. “어떻게 나를 의심해?”라고 미리가 말하면 만수가 “그럴 수 있지. 넌 예쁘니까. 넌 너무 예쁘잖아”까지는 내가 썼는데, 초고를 같이 쓴 이경미 감독이 우리 사무실에서 자기 시나리오를 쓰다가 잠깐 등판해서 “제가 한줄만 더해도 될까요?”라더니 썼어요. “너도 잘생겼잖아”라고. (웃음) 너무 이경미스럽지 않아요? 그 대사를 받는 이병헌의 얼굴이 나는 정말 웃겨요. “너도 잘생겼잖아”에 대해 ‘그건 그렇지’ 하는 그 표정! 그래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거야. 할 말이 없어요. 이어지는 말도 내가 좋아하고, 이 영화의 주제 중 하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대사예요. 만수는 할 말도 없고 말싸움에 졌는데 어떻게 해보겠답시고 무게 잡고 있다가 고개를 들면서 “나 지금 전쟁 중이잖아. 가족을 위해서”라고 해요. “신의, 신뢰” 이런 같잖은 소리를 하죠. 앉아서 서 있는 미리는 올려다보면서요. 남자라고 이겨보려는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그 연기를 <공동경비구역 JSA>시절의 젊은 이병헌이었다면 제아무리 연기 잘하는 배우였어도 그렇게는 못했을 것 같아요. 김태리 그 장면에서 편집과 병헌 선배 연기의 의외성이 빛났어요. 만수가 말하려고 일어났는데 불이 탁 켜지니까 짧은 순간에 살짝 말을 절잖아요. 박찬욱 그렇지. 병헌 배우가 그런 걸 잘해요. 믹싱할 때 그 장면에서 이병헌 배우의 대사 볼륨을 조금 낮췄어요. 미리가 불을 탁 켜자 만수가 말을 절고, “나 지금 전쟁 중이잖아” 할 때부터 볼륨을 살짝 줄였어요. 기어들어가듯 자신 없어하는 상황을 더 살렸죠. 이병헌씨가 이런 걸 알아야 하는데…. 내가 이런 건 다 얘기 안 해주죠. 김태리 배우가 실제로 연기로 보여주지 않았을 때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 아니에요? 박찬욱 사실 병헌씨가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게 본인이 그렇게 연기를 했고 그걸 도와주는 거죠. 병헌 배우가 그렇게 안 했으면 나도 생각을 못했겠죠. 김태리 이경미 감독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 끝나고 각본을 누가 썼는지 나오는데 4명이더라고요. 각색 과정이 얼마나 첨예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찬욱 처음 내가 무슨 배짱이었는지 몰라도 원작 판권을 확보도 하기도 전에 각색을 시작했더라고요. 이경미 감독의 메모에 적혀 있어요. 2010년 판권을 확보했고, 미국영화지만 일단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하워드, 알리시아 이렇게 이름을 만들어서 미국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그때의 대부분이 지금 영화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다음 원어민 작가가 필요해서 돈 매켈러라는 감독 겸 배우 겸 작가 겸 캐나다에서는 삼척동자도 아는 유명한 배우와 일했죠. 샌드라 오가 첫 주연한 영화가 <라스트 나잇>이라고 돈 매켈러가 감독 데뷔한 작품이에요. 돈 매켈러가 샌드라 오와 완전 ‘베프’예요. 김태리 진짜요? 신기해! 박찬욱 돈 매켈러하고 영어 대사를 잘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죽이 잘 맞아서 대사 윤색 이상의 작업까지 하게 됐어요. 무도회 장면을 그 친구가 많이 기여했죠. 원래는 그 무도회가 미국의 역사를 주제로 한 무도회였어요. 링컨처럼, 조지 워싱턴처럼 꾸민 사람도 있는데, 미리는 포카혼타스처럼 입는다고 구상했죠. 이후 미국영화를 포기하고 한국영화로 만들기로 하면서 이자혜 작가도 각색에 참여했어요. 김태리 배우도 이자혜 작가를 알잖아요. <아가씨>때 연출부 막내. 이자혜씨가 우리 기획실에서 계속 근무했는데, 범모가 약속이 취소돼서 일찍 귀가할 때 아내 아라가 젊은 남자와 함께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걸 만수가 알고 어떻게든지 범모가 집에 오는 걸 막으려는 시퀀스가 이자혜 작가와 함께 일하며 만들어졌어요. 이자혜 작가가 이성민 배우의 팬이어서 성민씨를 위해서 뭔가를 더 만들어야겠다고 자꾸 주장해서 그렇게 됐어요. 김태리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색에 참여하면 너 한번 나 한번 시나리오를 주고받으면서 메일을 쓰는 건가요? 어떻게 작업하는 거예요? 박찬욱 돈 매켈러와는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데 정서경, 이경미, 이자혜 같은 한국인 작가들과는 다 같이 써요. 컴퓨터 하드는 공유하고 모니터하고 키보드를 각자 한벌씩 가지고 써요. “너도 잘생겼잖아”라는 대사를 누가 치면 상대방이 느낌표를 하나 더 붙인다든가, 재미없는 대사는 지워버린다거나 해요. 김태리 지워버린다고요? 감독님만 지우는 거죠? 박찬욱 아니에요. 다들 지워요. 김태리 감독님 대사 중에 삭제된 게 있어요? 박찬욱 그럼요. 많죠. 작가들이 “감독님 이게 진짜 너무 오글거려요”라면서 딱 지워버려요. 그런 일을 많이 당하죠. 그렇게 쓰면 재밌어요. 혼자 있으면 자꾸 눕고 싶고 자꾸 인터넷 보고…. 공동 작업이 다 끝나고 제일 마지막에 일주일 정도만 혼자 작업하고 나머지는 혼자 일하기 싫어해요. 김태리 <아가씨>는 결말을 원작 <핑거스미스>와 완전히 다르게 갔잖아요. 이번에도 결말 부분이라든가, 혹시 구조적으로 위치가 바뀐 부분이 있나요? 박찬욱 원작은 1인칭으로 만수 머릿속 생각을 따라갈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거기서도 주인공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쩔수가없다>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이 만수에게 동일시되지 않게 하고 싶었거든요. 김태리 보이스오버는 없지만 오버랩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화면전환으로 이 사람의 심리가 계속 스쳐 지나가는 걸 보여주면서요. 박찬욱 맞아요, 긴 디졸브를 많이 썼죠. 옛날 영화는 굉장히 길게 디졸브를 썼어요. 아주 효과적으로 숏들이 잘 붙기만 한다면 긴 디졸브도 참 멋있어요. 그리고 아들과 아내가 범죄를 눈치챘다는 것도 원작엔 없어요. 그러니까 결말의 느낌이 통째로 달라지죠. 결말의 AI 얘기도 당연히 90년대에 쓰인 원작 소설에는 없었어요. 김태리 원작은 어떻게 끝났어요? 박찬욱 경찰이 방문하고 주인공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고 확신해요. 그리고 재취업에 성공해 첫 출근해요. 주인공 입장에서 봤을 땐 해피 엔딩이에요. 김태리 원작은 영화보다 조금 더 앞부분에서 끝나네요. 박찬욱 주인공이 잡힐 줄 알았는데 완전범죄로 끝나니까 독자는 오히려 뒤통수 맞는 기분이죠. 김태리 저는 <어쩔수가없다>보면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박찬욱 원작은 더하죠. 가족도 모르고 형사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니까.

시리즈(7)

바람, 별 그리고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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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드라마 2 - 바람 피다 들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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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컴백 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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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헤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