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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환상에 중독된 영혼을 위한 진혼곡이자, 깨어진 꿈의 잔해에 그린 암울한 그래피티다. 대중매체의 성공신화에 중독되든 약물에 중독되든 주입된 환상은 깨어날 때 환멸로 변한다. 감독은 여름·가을·겨울(봄은 없다!)로 구성된 세 장에서 세라, 해리, 메리언 세 인물이 예정된 파멸을 향해 치닫는 과정을 잔인하리만큼 정교하게 교차편집해 보여준다. 여기에 헤로인 흡입-아드레날린 분비-동공 확대를 묘사한 상업광고 같은 화면을 후렴처럼 되풀이해 보여줌으로써 작품에 독특한 리듬감과 색깔을 입혔다. 크로노스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한 클린트 맨셀의 고전풍 소품은 신경질적인 현의 떨림을 더해가며 중독의 덫에 걸린 현대인의 운명을 애도한다. 그러나 '마약 반대'의 메시지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현대인을 중독으로 몰고 가는 매커니즘에 대한 통찰은 상대적으로 가난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극단적 영상이 관객을 중독시키는 영화”라는 찬사와 더불어 “흥분제에 대한 영화학과 학생의 습작 같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이성의 한계값 파이 아로노프스키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파이〉는 어느 천재 수학자의 이성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다. 여섯 살 때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어기고 태양을 직시한 맥스 코엔(숀 굴레트)은 수학에 천부적인 머리를 지녔다. 모든 현상의 배후에는 수학의 언어가 숨어 있다는 뉴턴적인 세계관을 지닌 맥스는 세 부류의 사람과 부닥친다. 첫 번째는 그의 천재성을 주식투자에 이용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리이고, 두 번째는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에 나오는 신비의 숫자 216의 비밀을 캐려는 무리들이다. 세 번째 부류인 스승 솔은 진리의 빛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광기와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 대목도 중복되거나 순환하지 않고 무한히 이어지는 값을 지닌 ‘파이’는 인간의 이성이 다다를 수 없는 한계를 상징한다.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에 공상과학과 미스터리의 요소를 배합한 이 실험적 흑백필름에서 감독은 “태양을 본다”는 은유적 행위를 통해 이성의 끝간 데를 보여주려 한다. 이상수 기자leess@hani.co.kr (사진 : <파이>에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맥스는 세상 어디에나 숫자로 풀 수 있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믿으며 암호해독에 골몰한다.)

해외신작 <어바웃 어 보이>

“나는 인생이 텔레비전 쇼라고 생각해. 나는 윌 쇼의 주인공이고 윌 쇼는 앙상블 드라마가 아니야.” 38살의 노총각 윌(휴 그랜트)은 남들, 특히 여자들과 어떤 약속도 하기 싫어한다. 뭘 기대하기도 싫고, 기대받기도 싫다.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CD, 비디오, 각종 전자제품에 묻혀 살면서 여러 여자를 전전하는 윌은 스스로를 ‘섬’ 중에서도 매일같이 파티가 열리는 ‘이비자섬’이라고 말한다. 성장이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는 것이라고 말해본다면, 이 친구는 분명히 성장을 거부하고 있는 또 다른 피터팬이다. 구속감 없이 연애하기 좋은 상대가 미혼모라는 판단 아래 미혼모 클럽에 찾아간 윌은 미혼모 피요나(토니 콜레트)의 12살짜리 아들 마커스(니콜라스 홀트)를 만나게 된다. 마커스는 학교에서 힘센 아이들에게 놀림당하고, 집에서는 외로움을 못 이겨 소파에서 우는 엄마 피요나와 대면하며 힘겹게 산다. 윌은 피요나 아닌 다른 미혼모 레이첼(레이첼 와이즈)에게 다가서기 위해, 레이첼 아들과 친구인 마커스를 잘 대해주지만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관이 변하기 시작한다. 닉 혼비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바웃 어 보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어바웃 투 보이’라는 제목이 더 적절하다고 썼다. 성장을 거부하는 38살짜리 ‘피터팬’이 12살짜리 ‘길 잃은 소년’을 만나, 서로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메리칸 파이>의 감독인 웨이츠 형제의 연출이 따듯하고 정겹다는 평단의 반응과 함께 영국 개봉 당시 <패닉 룸>을 누르고 2주 연속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흥행작을 내놓았던 영국 워킹타이틀필름과 유니버설의 파트너십이 또 한번 개가를 올린 영화다.임범

그녀의 `서늘한` 매력, 공포영화 <폰>의 하지원

하지원은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공포영화 귀신 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배우로 뽑힌 바 있다. 데뷔작 <가위>에 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네 번째 영화 <폰> 역시 공포물인 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생김새에서 풍기는 스산한 독기가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하지원은,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미로를 얼굴 속에 지니고 있는 배우다. 걸어감에 따라 더 어두운 골목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일상적인 풍경이 스치기도 하는, 그런 미로다. 공포영화에서 잔잔한 일상이 늘 공포를 배가시키곤 하듯, 하지원의 생김새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표정과 유혹적인 섬뜩함이 섞여 있다. 그런 느낌을, 본인은 알고 있을까. 배우인 딸을 위해 어머니가 유난히 거울을 많이 걸어두었다는 집에서, 하지원은 샤워하고 나올 때면 문득, 거울에 비친 스스로에게 무서움을 느낀다고 한다. “누군가 자꾸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스물네살 한참 밝고 발랄할 나이에 듣는 평판이 ‘공포’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보니 그리 달갑지 않을 듯도 하나, 하지원은 내심 반기는 눈치다. “사실 여배우들이 공포물이라면 시나리오도 안 보고 안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가위> 이후에 너무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질까봐 공포영화는 안 하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폰> 시나리오가 아주 재미있었고, <디 아더스> 같은 영화를 보면서 공포물에서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는 공포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가위>의 안병기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폰>에서 그녀의 역할은 원조교제 등 사회의 어두운 사건들을 발굴 보도하는 르포기자 ‘지원’. 친구 호정의 남편이 저지른 원조교제가 부른 심령 괴담에 휴대폰을 매개로 말려들어간다. <가위>의 귀신처럼 직설적인 공포연기가 아닌, 사건의 밖에서 서서히 사건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는 ‘절제된’ 공포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해보였다고. 어느 정도로 절제돼 있냐 하면, “몸은 모두 고정시켜놓은 상태에서, 동작이 전혀 없이 눈빛만으로 무서움과 놀람을 표현”하는 장면도 꽤 있다고 한다. <가위> 이후 2년 만에 다시 만난 안병기 감독에게 하지원은 한마디 들었다. “너 많이 나아졌다. <가위> 때는 촬영장에서 스탭들한테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 마디밖에 안 했는데, 이제는 너무 까부는 것 아니냐?”라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하다는 하지원에게 ‘까분다’는 건 칭찬이다. 아니 원래 배우는 잘 까불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평소에는 말이 없지만,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라치면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는 하지원. 점점 영화라는 ‘종목’과의 ‘호흡 맞추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까불기’에 맛을 들이고 있는 하지원에게 우리는, 올 여름 한줄기 서늘한 공포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월드컵: 미국전 땐가요? 축구 보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포르투갈전은 직접 인천에 가서 보았죠. 주위 관람객들과 사진도 찍고 어울려서 관전했어요. 좋아하는 선수요? 안정환하고 박지성. 저는 열심히 하는 선수가 좋아요. 아, 그런데 전부 다 열심히 해서 사실은….(하지원은 소속사가 같은 최수종이 주장으로 있는 연예인 축구팀의 서포터로, 월드컵 기간 텔레비전에 종종 모습을 비췄다. 그녀는 최수종의 소개로 알게 된 한 고아출신 축구선수- 현재 모 대학팀 소속- 의 든든한 친구이기도 하다.) 영화제: 부천영화제와 하지원은 인연이 많다. 데뷔작 <가위>가 2000년 부천영화제의 폐막작이었던 데 이어 <폰>도 올해 부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번에는 ‘페스티벌 레이디’까지 맡아, 부천에서 그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Review] 서프라이즈

■ Story 남자친구의 귀국을 앞두고 깜짝 파티를 준비하려던 미령(김민희)은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반대에 부딪히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 친구 하영(이요원)을 공항에 대신 내보낸다. 하영의 임무는 그 남자(신하균)가 너무 일찍 집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것. 자신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는 상태에서 낯선 남자를 길에 묶어두어야 하는 여자와, 이유도 모른 채 낯선 여자에게 끌려다니게 된 남자의 신경전이 12시간 동안 전개된다. ■ Review 청춘은 사랑만 하기에도 숨가쁘다. 그 어지러운 정열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동안 인간 관계는 얽히고 설키기 십상이다. 바로 로맨틱코미디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서프라이즈>는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영화산업 중흥의 견인차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소강 상태에 들어간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다시 불러내었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어떤 텔레비전 광고를 연상시킨다. 친구의 애인에게 ‘필이 꽂힌’ 여자가 친구 몰래 남자의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묘한 미소를 짓던 순간은 이후에 여러 대중가요의 가사로 변주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그 CF의 주인공 김민희가 이 영화에도 나오는데, 이번에는 친구에게 애인을 빼앗길 뻔한 위기에 처하는 역할이다. <서프라이즈>는 로맨틱코미디의 플롯장치를 제법 단단하게 지니고 있다. 로맨틱코미디는 할리우드 장르의 역사로 볼 때 스크루볼 코미디와 강한 친연성을 갖는다. 서로를 오인하는 남녀가 만나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애정관계로 돌입하는 설정이 아마도 그 첫 번째 공식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원만하게 성사되는 것을 방해하는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끼어든다. 프랭크 카프라에 뒤이은 하워드 혹스, 프레스턴 스터지스, 조지 스티븐스 같은 스크루볼 코미디의 대가들은 두 남녀의 관계에 성적 갈등이나 사회경제적 갈등을 포진시킴으로써 이 장르를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1990년대에 유행했던 한국의 로맨틱코미디는 사회경제적 갈등보다는 남녀의 성과 결혼제도의 갈등에 주목했다. 여성에게 있어서 연애는 순수하고 낭만적인 것으로 신화화되지만 결혼에 이르자마자 부부의 역할이나 성의 향유를 둘러싸고 곧바로 종속적인 위치로 직행해왔다. 그러나 대중문화에 묘사된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은 대등한 입장에서 섹스를 요구하고 결혼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순간 서슴없이 이혼을 제기하는데, 이런 세태가 당시 로맨틱코미디의 주요한 구성 요인이었다. <서프라이즈>는 한국의 기존 로맨틱코미디보다는 고전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의 플롯장치와 새롭게 감지된 젊은층의 이슈 언저리쯤에서 자기의 위치를 결정했다. 하영은 미령의 남자친구 정우를 공항에서 찾아내어 12시간 동안 붙잡고 있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남녀는 서로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분에 대해 오인까지 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인 방어와 밀착 마크를 하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체험하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관심과 애정이 생겨나면서 내러티브의 초점이 바뀌어간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해도 좋을까’라는 관심사 외에도 ‘사회경제적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서프라이즈>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요란한 파티를 열 수 있는 커다란 저택과 골프를 즐기는 아버지로 표현되는 부잣집 딸 미령과, 손에 지문이 없어질 만큼 일하랴 손님과 원장의 비위 맞추랴 정신없는 노동계급 하영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박사과정을 마친 유능한 사업가 정우를 두고 과연 경쟁할 수 있을까? 사회구조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속삭여주는 것이 로맨틱코미디가 베푸는 팬 서비스일 것이다. 여기에 버르장머리없고 방종한 자식과 고집불통이지만 결국에는 자애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아버지는 약방에 감초다. 그런데 영화 <서프라이즈>는 정말로 ‘서프라이즈’한 갈등 해소 장치를 마련해놓는다. 오인이라는 장치를 극대화한 이 아이디어는 재미있다. 문제는 이처럼 메인 플롯에서 일탈한 ‘놀랍고’ 비약적인 갈등 해소가 이 영화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정과 애정 사이의 고민, 희미하긴 해도 의식적으로 깔아둔 사회경제적 갈등 요소 같은 것들이 내러티브 안에서 긴장감 있게 해소되기를 기다렸을 관객에게, 이 영화가 선택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절충과 깜짝 쇼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서프라이즈>가 유도하는 이야기를 쭉 따라온 관객이 정말로 보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문이 없어진 하영의 손을 두고 “무언가를 해낼 손”이라며 자신의 머리 손질을 맡겼던 남자가 잿빛 소녀를 공주로 만들어줄 바로 그 왕자이기를 바라는 걸까, 아니면 그런 판타지가 배반되는 대신 또 다른 왕자와 우정 모두를 안전하게 거머쥐는 착한 신데렐라를 보고 싶어하는 걸까.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진행 속도다. 주인공의 사랑은 12시간 안에 마무리되는 초고속이지만, 연출과 카메라, 편집의 리듬은 12개월짜리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새로운 감각과 베테랑의 기교를 동시에 필요로 했던 프로덕션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었을지. 김민희, 공효진은 물론이고 이요원조차도 가부키 배우의 연기 패턴만큼이나 정형화된 테두리에 갇혀 있고, 신하균이 변신의 의지에 걸맞은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점도 섭섭하다. 한국에서 로맨틱코미디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TV 미니시리즈라는 형태로 계속 진화중이라는 사실을 제작진이 감안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Review] 서프라이즈 ▶ <서프라이즈> 촬영과정

‘OCN과 함께하는 한국인의 100대영화’ 결과 발표

6월 30일까지 두달간 진행되었던 ‘OCN과 함께하는 한국인의 100대영화 이벤트’의 결과가 나왔다. 홈씨어터와 대형 텔레비젼을 비롯한 푸짐한 상품들을 100명의 참가자들에게 추첨으로 선물하는 이번 이벤트는 온라인으로만 총 오만명이 넘는 사람이 응모하여 응모횟수로는 27만을 기록하는 대대적인 행사로 진행되었다. 1위 <쉬리>를 비롯한 한국영화, 100편 중 총 37편 포함, 10위권 내에 6편. 총 득표수 11,918표를 기록한 <쉬리>가 당당히 1등을 차지했으며 100위 안에서 무려 37편, 십위 권에서도 6편이 선정되는 등 한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징으로는 한국영화의 경우 선정된 작품들이 대부분 제작된 지 10년 이내의 것들임에 반해 외화들은 대부분 10년이상 된 것들이라 지난 10년간의 한국영화의 발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 4편 포함 임권택 감독은 자신의 작품 4개를 100위 안에 올려놓으며 역시 한국 최고의 감독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작인 <취화선>(7위)의 칸영화제 수상의 힘이 클 지라도, <춘향전>(94위), <장군의 아들>(95위), <서편제>(12위) 에 올려놓으며 과거작과 최근작을 골고루 인정받았다. 홍콩영화는 단 3편만 랭크 80년대 한국 영화시장을 주도하던 홍콩영화가 과거의 명성과는 달리 <영웅본색>(47위) <소림축구>(52위) <첨밀밀>(83위) 등 단 3편만 랭크시키면서2002년 시점에서는 거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기억속에도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ollywood을 먹여 살리는 감독들- 스필버그, 루카스, 카메론 스필버그(6편), 조지 루카스(5편), 제임스 카메론(4편) 등 많은 수의 영화들을 랭크시키면서 Hollywood를 대표하는 감독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물론 이들이 직접 감독한 작품이 아닌 제작이나 각본, 원안 등으로 참여한 작품들까지 고려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이들 손을 거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5편(에피소드 1,2,4,5,Special Edition)이 모두 랭크되었고 에피소드 2(98위)는 개봉 전임에도 불구하고 랭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애니메이션은 단 1편 랭크 걸작이라 칭해지던 무수한 애니메이션들 중에 <슈렉> 만이 80위에 랭크되면서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걸작영화로 자리잡기는 상당히 힘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소위 ‘영화’로 인정 받은 애니메이션은 <슈렉> 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애니메이션은 어쩌면 아직은 ‘영화’와는 구분되는 장르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OCN에서는 2002년 8월 3일 부터 매주 토요일 10시‘한국인의 100대영화’를 특별 편성하여 8월 3일 토요일 오전 10시 부터100대영화 중 25편(<쉬리>, <대부>, <러브레터>, <러브스토리>, <유주얼 서스펙트>, <첨밀밀>, <플래툰> 등 ) 을 엄선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방영 예정이다. 인터넷 콘텐츠 팀 cine21@news.hani.co.kr

그리워라, 알랭 들롱의 번들거리는 상반신이여, <태양은 가득히>

사실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한 영화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보았던 모든 영화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인생 깊숙이 박혀 있어 나는 그 내상을 모르고 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때 영화란 친구와 마주앉아 쉼없는 노가리를 까듯이 그렇게 시간을 죽이는 데 사용됐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만드는 기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교복 안에 갇히고 학교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던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가 영화관에 가는 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는 매주 텔레비전 앞에서 ‘명화극장’ 시그날뮤직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들뜨고, 명절날 역시나 같은 영화를 또 틀어주어도 기쁘기 한량없었던, 그런 지루한 시절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 지루함 사이사이를 꽉 채워주던 것 중 하나가 역시나 영화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영화는 확실하게 ‘소중한 시절’을 잘 흘러 보내게 한 중요한 ‘것들’ 중 하나였다. 시험기간이 되면, 그 짧은 오전수업(시험) 끝에 오는, 햇살 좋은 거리를 쏘다닐 수 있는 좋은 시간 때문에 괜히 마음이 설레곤 했다. 당연히 그 시간에는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막 돌아다니기 좋을 만한 곳이 없었던 까닭에 영화관에 가는 일이 흔한 일정이 되곤 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그날도 시험이 끝나고 친구 놈을 꼬드겨서 아시아극장에 갔는데, 알랭 들롱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그 영화를 보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그때는 당연하고도 물론이지만 우리는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영화관 앞에서 얻는 스틸 사진의 멋스러움에 결정을 내리곤 했었다. 아! 이소룡의 영화를 빼고는 말이다. 그 영화가 머릿속에 박혀서는 며칠 몇날을 두고 나에게 약한 두통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양은 가득히>를 보며 ‘태양이 가득히’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전율을 느꼈던 건, 머릿속의 기억이 아니라 내 몸 구석에 나른한 살떨림으로 남아 있다. 완전범죄(한참 지난 뒤에야 알았지만)라고 믿어버린 알랭 들롱의 미끈한 육체 앞으로 시커먼 자루 하나가 요트에 끌려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여기서 영화가 끝나다니 하고 대단히 놀라워하면서 지루한 설명으로 끝맺음하는 방화를 비웃었던 기억이 있다) 왠지 모를 서글픔으로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 영화의 분위기와 부분 묘사에 완전히 압도당했는데, 알랭 들롱의 반짝이는 원형 목걸이랄지 그가 펜을 쥐는 손의 모양 또는 상반신을 벗고 누워 있던 침대의 형태(쇠창살 같은 형태의 그 금속성), 그리고 양말 없이 신는 남성용 단화의 멋스러움 등이 사춘기 소년의 불두덩을 바짝 죄었던 여주인공의 누드 상반신보다 더 오래 잔상으로 남아 있었던 것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이 영화 이전에도 보았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지중해의 낯간지러운 햇살과 돈푼깨나 있는 젊은 남자의 세상 움켜쥐기에도 어느 정도 흥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속물근성은, 이 영화를 보면서 알량한 열서너살의 청춘에 세포를 모두 열어젖히고 막연한 환상을 구체적으로 새겼던 나를 굳이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게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이 영화가 주는 야릇함의 흥분은 결코 이성(여자주인공)에게 닿아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성에 눈을 뜨게 했던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과 흐트러진 하얀 침대 시트(친구의 죽음을 알리는 알랭 들롱의 말을 듣고 몸을 돌려 슬퍼하는 침상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그 장면)는 동일한 성적 자극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었다. 도무지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일찌감치 싫증을 냈던 것 같다. 또한 감독(그땐, 나에게 감독이 중요하지 않았다. 전혀!)의 의도나 진의를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동성애 취향은 아니지만(아니, 아직 이 나이에도 내 안에 숨어 있는 동성애 취향을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미끌거리는 알랭 들롱의 각지고 번들거리는 상반신을, 그의 열린 동공과 매끈한 요트의 등을 바라보던 나에게 영화를 요것저것 뜯어내고 알았다고 하는 일은 하찮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그 영화는 중삐리의 오후를 홀라당 빼앗아버리고 이후에도 내 몸 안에서 곧잘 시간을 훔쳐내곤 했다. 정말로!

국산 애니들 “무더위 가면 뛴다”

<마리이야기>의 안시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수상소식으로 들뜨긴 했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시즌’이라 할 만한 여름에 개봉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한 편도 없다. 가을·겨울 개봉 예정인 한국 애니메이션 4편이 있어 아쉬움을 덜어준다. 이들이 ‘막판 뒤집기’를 해줄지 궁금하다.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연말(12월20일)에 개봉될 예정인 공상과학물 <원더풀 데이즈>(오른쪽 사진) 다. 현재 80% 정도 제작이 완료됐는데, 데모 테이프나 지난 5월에 연 홈페이지(www.wonderfuldays.co.kr에서 미리 엿본 장면들은 만만치않은 수준을 보여준다. 22세기 환경오염이 극한에 달한 지구에선 맑은 하늘을 볼 수조차 없다. 소수의 권력과 기술을 가진 이들이 실험용으로 발아시킨 유기체 식물도시 에코반에 모여들고, 여기에서 쫓겨난 난민들은 주변 오염지역 마르에 정착해 살고 있다. <원더풀…>은 평면기술(2D)과 입체기술(3D)에 미니어처 실사촬영을 합한 ‘멀티레이어 합성방식’으로 제작된다. 캐릭터들은 평면으로 그려 최대한 미묘한 표정들을, 총기류 등은 입체기술로 그려 금속성 질감을 살려낸다는 것이다. 깊이있는 공간감을 보여주는 미니어처로 촬영된 배경들이 인상적이며 묵시록같은 분위기의 미래가 느껴진다. 존 우 감독이 속해 있는 배급사 ‘디지털 림’이 미국 배급을 맡으며 겨울께 한·미 동시개봉할 SF 서사 팬터지물 <아크>(디지털드림 스튜디오)는 현재 후반작업중이다. 알키온이라는 행성에서 시비안과 스토리안 두 종족의 전쟁이 벌어진다.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를 피해 신비스런 여사제는 돔형의 대도시를 건설해서 움직이는 거대한 로봇 ‘아크’의 등에 얹어 놓는다. 그러나 아크를 빼앗은 스토리안족은 도시를 조종하기 위해 여사제를 찾는다. ‘로봇 등에 올려진 100만명의 도시’라는 상상력이나 거대한 스케일의 그림이 매력적이다. <엘리시움> 외계인과 전쟁 일보직전 화해 내용. 반응 좋으 해외 개봉 뒤 국내 올 듯 이미 서울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개막작으로 공개됐던 입체 애니메이션 <엘리시움>(빅필름)은 먼저 해외 개봉을 한 뒤 겨울에 한국관객을 만난다. 20만달러에 수출돼 8월 이탈리아 개봉이 확정됐고 9월께엔 러시아에서도 공개된다. 외계의 엘리시움인들이 모략에 휘말려 지구를 침략한다. 지구의 전사들은 고대 엘리시움인들이 사랑하는 지구를 위해 숨겨놓은 로봇과 함께 이에 맞서 싸운다. 결국 모략의 실체를 밝혀내고 지구인들은 엘리시움인들과 화해한다. 빅필름쪽은 <엘리시움>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며 “디즈니나 드림웍스 같은 메이저 제작사들은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초등~고등학생들이나 게임마니아 같은 이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공상과학물들은 가능성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말했다. 공상과학물들의 공세 가운데 가족애니메이션 <오세암>(마고21)은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고 정채봉 선생의 동화 <오세암>을 원작으로, 텔레비전 시리즈 <하얀 마음 백구>의 제작진들이 다시 뭉쳤다. 특히 마고21쪽은 11월 한달간 강남의 계몽아트홀과 종로의 아트선재센터를 아예 전용관으로 대관키로 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