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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안에 영원히 살아 있는 소년,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신용우 성우
이자연 2024-07-25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 줄 아는 본투비 스타,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력과 분장력, 정의구현을 최선의 가치로 두지 않으나 불의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타고난 선의, 자신을 겨냥하는 꼬마 탐정과의 공조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까지 괴도 키드는 <명탐정 코난> 세계관의 외연을 넓히는 기폭제이자 촉매제로 기능한다. 사건 발생-코난 일행의 연루-탐색-추리-결말. <명탐정 코난>은 일종의 느슨한 규칙을 반복하며 예측 가능한 재미를 선사했지만, 변덕스럽고 독립적인 괴도 키드를 더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하고 초현실적인 미스터리의 힘을 키웠다. 오랫동안 그의 목소리가 돼온 신용우 성우는 이제 괴도 키드를 자신의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피스> <신비아파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넓은 목소리 연기를 펼쳐온 그가 <씨네21>에 마음속 서랍을 열어주었다. 그 안에는 신용우와 괴도 키드, 두 인물이 나란히 주고받은 사랑의 서신이 가득했다.

Ⓒ 2024 GOSHO AOYAMA/DETECTIVE CONAN COMMITTEE All Rights Reserved.

-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이하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 시나리오를 처음 보았을 때 괴도 키드의 어떤 점을 부각하는 게 중요할 거라 판단했나.

= 괴도 키드는 사라진 아버지의 단서를 좇기 위해 괴도가 되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마음을 마주하는 모든 지점이 괴도 키드 존재의 의미이자 시작이자 목적을 나타낸다. 특이 이번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은 그런 조각을 맞춰나가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해서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잘 녹여내고 싶었다. 또 나카모리 경감과 아오코를 향한 애틋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괴도 키드에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 신용우 성우의 목소리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걸 알면서도 10대 청소년인 괴도 키드의 목소리는 들을 때마다 감탄한다. 괴도 키드와의 물아일체를 오직 타고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텐데 소년 연기의 중요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소년 연기의 포인트는 소년의 목소리가 아닌 소년의 마음을 장착하는 것이다. 성우에게 목소리란 일반 배우의 외형이나 표정, 행동과 제스처 같은 외적 요소에 해당한다. 일반 배우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 같은 웃음과 애늙은이 같은 눈빛을 장착할 수 있는 건 결국 그 인물에게 잘 어울리는 마음가짐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공감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건 나이와 외모를 넘어서는 일이다. 물론 이 지점은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분장이나 특수효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직 상상만으로 작품 속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물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한다면 한계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 그래서 괴도 키드 또한 음성적인 특징을 고민하기보다 그의 마음에 먼저 공감하려 했다. 이게 내가 성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전제다. 많은 분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해주는 것도 키드의 태도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명탐정 코난: 화염의 해바라기>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등에서 괴도 키드의 설정, 성격 등이 더 확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능청스러운 기존 성격에 진지한 모습을 더하거나 급박한 위기에 처한 장면들이 그렇다. 이번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에서도 홀로 비 맞는 모습에서 고독한 면모가 잘 드러난다.

=괴도 키드는 화려한 쇼를 꾸려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사라진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구슬픈 서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과정이 마치 어른으로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코난이 아이의 모습을 띤 성숙한 어른에 가깝다면 괴도 키드는 한창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장난스럽고 변덕스러운 괴짜다. 그런 그가 자라나면서 직면하는 고독과 외로움을 최근 작품들이 잘 포착하고 있는 듯하다. 괴도 키드를 연기하는 성우로서 무척 귀하고 소중한 지점이다. 괴도 키드를 연기할 때면 최대한 그를 미완으로 남겨두려 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녀석이길 바랐다. 그래서 괴도 키드가 아닌 쿠로바 카이토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내가 그의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목소리도 함께 변하기 때문이다.

- 문득 궁금하다. 오인성 성우에 이어 괴도 키드 2기를 맡아 캐릭터에 자연스레 안착했다. 처음 괴도 키드와 함께하게 된 경로가 어떻게 되나.

=<투니버스> 전속 성우로 활동하던 시절, 당시 <명탐정 코난>을 담당한 PD님이 괴도 키드 역을 내게 덜컥 맡기셨다. 워낙 베일에 싸인 친구라 나의 어설픈 연기가 그와 동거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무엇보다 당시 내 출연작이 많지 않아 맡겨주신 게 아닐지 추측해본다. (웃음)

- 가면 쓴 사내로부터 위기에 빠진 키드가 핫토리와 쿠도의 도움을 받고 나서 “그런 건 탐정이 알아서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내막을 알려주는 장면은 관객에게 진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도 장난스러운 키드의 성격을 유지해야 하는 복합적인 미션을 안고 있다.

=괴도 키드는 위험에 몰린 상황에서도 워낙 장난이나 변장, 함정, 탈출에 능해서 자기 정보를 교묘하게 흘려가면서 원하는 걸 얻어낸다. 키드가 키드한 장면 그 자체여서 목소리 연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런 순간마다 가끔 코난이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모양이 빠지기도 하지만. (웃음)

- 행글라이더로 이동하는 점이나 경찰, 탐정, 적군의 과녁이 되는 등 괴도 키드는 도망치고 싸우는 장면이 많은 캐릭터다. 보다 현실적인 움직임을 캐릭터에 반영하기 위해 어떤 점을 주로 신경 쓰나.

=괴도 키드는 몸놀림이 무척 경쾌한 캐릭터여서 탄력 있는 몸을 잘 쓰는 상상이 필요하다. 너무 완력이 없어도 현실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히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간혹 괴도 키드가 엄살부리는 호흡들은 과장해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요소를 즐길 줄 아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덩달아 즐겁게 연기하고 있다.

- 이번 작업 과정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는 무엇인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일 테지만 나카모리 경감이 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딸 아오코가 근심하는 신이 있다. 소꿉친구 아오코의 모습을 보고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내뱉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괴도 키드는 아버지와의 연결고리도 중요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쿠로바 카이토로서 소꿉친구와의 관계도 무척 의미가 있다. 그래서 괴도 키드의 애틋한 마음이 피부에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이라 그 호흡 연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 2003년 데뷔 이후 21년의 시간이 흘렀다.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주인공으로 거듭난 지금, 이제 막 성우가 되었던 어린 신용우를 떠올려보면 어떤 소감이 드나.

=21년 전의 내가 늘 하던 고민은 ‘과연 성우가 될 수 있을까?’였다. 근본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성우라는 길을 과연 얼마나 걸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21년을 시간이 아니라 거리로 따져본다면 매일매일 딱 한 걸음만 내디딘 듯해서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 물론 상황마다 그 한 걸음의 보폭이 달라진 순간도 있었겠지만 출발점은 매일 같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신용우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결국 그 한 걸음을 가볍게 멀리 갈 수 있도록 무거운 생각과 부담을 내려놔.”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피스> <명탐정 코난> <신비아파트> 등 세대를 관통하는 역사적인 작품들에 임해왔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목소리만 듣고 알아본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나.

=카페에서 주문하거나 물건을 사러 간 상점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성우로서 엄청 독특하고 튀는 편은 아니어서 이름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냥 목소리가 좋은 사람 정도로만 인지하는 듯하다. 너무 다행이다. (웃음)

- 2011년 9월1일부터 동료 홍범기 성우와 함께 시작한 팟캐스트 <오버 더 라디오>(이하 오더라)는 팬덤과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우에 대한 직업적 이해도도 넓혔다. 벌써 13번째 하고 있는데 <오더라>의 롱런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더라>는 맨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우 콘텐츠로서 오래 이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했다.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웃음) 어쨌든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학생 때 처음 들었던 분이 성인, 직장인, 부모가 되어 사연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 사연을 받을 때마다 <오더라>를 오랫동안 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더라>를 들으며 성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키워온 이들도 있다. 우리도 오디오 콘텐츠를 메인으로 유튜브에서 이렇게 오래 활동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 성우 일을 하기 전에 잠시 학원에서 국어 강사를 했던 흥미로운 이력이 있다. 문장을 읽고 다듬고, 타인 앞에서 설득력 있게 내용을 전달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연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신용우가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땐 너무 당연하게 지나왔는데 돌이켜보면 성우 신용우를 만들었던 순간은 또 무엇이 있을까.

=국어 학원 강사는 물론이고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하면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행사를 진행했던 것들이 내 안에 쌓여왔다. 또 어릴 적 어린이 합창단으로 여러 무대를 경험했고 수능 끝난 뒤에 대학 생활 내내 일주일에 평균 3편 이상 영화를 본 것도 감정 표현에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씨네21>을 창간호부터 봤던 것도 그때였다. (웃음)

- 마지막으로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DNA가 되어 괴도 키드와 오랜 시간 함께했다. 신용우에게 괴도 키드와 <명탐정 코난>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괴도 키드는 <명탐정 코난>이라는 세계관에 두고 온 또 다른 신용우라 생각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작품의 시간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나도 그 안에 영영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특히 <명탐정 코난>에서 괴도 키드는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보여줄 게 많이 남은 것 같아서 애착이 크다.

1. <명탐정 코난> 나의 최애 에피소드

“괴도 키드 이야기에 집중한 스피오프 시리즈 <괴도 키드 1412>에서 스키장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카이토와 아오코의 모습이 너무나 애틋하고 예쁘다.”

2. 나는 가끔 내 목소리 이렇게 이용하곤 한다.

“일상에서 두드러지는 목소리는 아니라 딱히 활용도가 크진 않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책을 읽어줄 때 유용하게 활용한다. 그나마도 아이들이 많이 들어서 신기해하지 않지만. (웃음)”

3. 성우로서의 직업병

“다른 사람의 발음이나 말 실수에 예민해서 자꾸 지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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