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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4]
2002-12-27

한국영화 2002년이 간다

"대기업 투자활발, 바람직하다"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정 태 원

올해 한국영화는 지난해와 비교하였을 때, 제작편수나 좌석점유율면에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해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블록버스터영화가 좋지 않은 결과를 냈지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려면 다양한 장르의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급망을 갖춘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진 것. 과거 대기업들과 달리 탄탄한 배급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안정된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한국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올해 쇼박스의 등장으로 더욱 활발해졌다. 롯데그룹도 곧 한국영화에 투자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투자가 과거 대기업이나 금융권처럼 흥행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적인 투자가 아닌, 기존의 사업과 연계하거나 자신들의 배급망을 위한 콘텐츠 확보 등 충분한 스터디를 통해 이루어지는 투자이기 때문에 좀더 장기적인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므로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건이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멀티플렉스가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들을 통해 지방 관객 수가 증가하면 결국 한국영화산업도 활발해질 것이다.

몇몇 블록버스터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안정지향적 투자와 제작이 이루어져 비슷한 장르와 스타일의 영화만 생산되는 경향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이 더뎌지게 되고, 관객의 관심도 멀어지게 된다.

올해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부터 시작해서 <소림축구> <레지던트 이블> <인썸니아> 그리고 <가문의 영광>까지 외화와 한국영화가 골고루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전까지는 한국영화를 1년에 한편만 제작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부터 준비하던 한국영화 중 3편을 개봉 또는 제작 중에 있다. 따라서 올해 한국영화 제작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이 중대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준비해온 시나리오들이 올해 동시에 3편이나 제작에 들어가게 되면서 한국영화 제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매번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게 된다. 딱 한 가지를 시행착오로 들기는 어렵다.

가장 인상깊은 영화는 <공공의 적>. 아들이 부모를 살해하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리고 완성도를 가져가면서 상업적으로 풀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리고 자극이 된 영화로는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전부터 스필버그를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로 그가 ‘최고의 감독’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구성, 연출력, 시나리오, 어느 하나 흠잡을 것이 없었다. 좋은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화였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시도의 영화들이 제작에 들어가거나 제작준비 중에 있기 때문에 올해와 비슷할 것 같으며 양보다는 질적인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미도>. 강우석 감독이 한국 과거사 중 가장 암울하면서 숨기고 싶은 역사의 한 단면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궁금하다. <나비>. 지난해 제작한 <흑수선>이 관객과의 만남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이번 영화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고자 한다는 면에서 기대하는 작품.

"무모한 투자와 제작, 위기심화"싸이더스 대표 차 승 재

양적, 질적 성장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본다. 하지만 2002년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모한 한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무모한 투자와 제작이 이뤄지면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블록버스터영화의 실패와 이에 따른 투자 위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만드는 사람의 책임이다. 이들 블록버스터영화는 기획과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제작관리,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무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런 영화일수록 훨씬 정교함을 기해야 한다.

자금난이 가장 심각하다. 바깥 사람들의 상상 이상이다. 한국영화의 점유율이 40% 넘을 전망이지만, 전체 투자 대비 수익을 따져보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다. 현재로선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이러한 자금난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인 듯 보인다. 지속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통해 기존 자금의 공백을 메우는 대기업 등 새로운 투자자를 맞이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리멸렬, 암중모색이다. 성과가 별로 없었다. 상 받은 것도 없고 돈 번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정글쥬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약간의 수익을 올렸지만, <로드무비>가 대중적인 호응을 못 얻었다. 그래도 20만명 정도는 봐줄 줄 알았는데 5만명 정도에 그쳤다. 이 3편을 전체적으로 보면 수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일이 있다면 그건 자본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기도 했고, 그게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외국까지 나가서 자본을 끌어들이려 노력했지만, 성과가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전범이 되는 영화다. 가장 인상깊었고 가장 큰 자극을 줬다.

한국영화가 내년엔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투자사들과 제작자들이 많이 움츠리고 있다. 요즘 창투사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일부 대형 영화자본조차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편수는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캐스팅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우리로서 갖게 되는 또 하나의 고민은 수익성에 대한 것이다.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회사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갈수록 영화가 점점 일회성, 또는 순간적인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된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이 영화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만큼 많은 제작비를 들인다는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상을 다시 찾아줬으면 한다. 대형 프로젝트인 <내츄럴시티>도 궁금하다. 이들 영화가 성공해야 큰 제작비를 쏟는 영화도 계속 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의 목표가 있다면 수익성 확대다. 300만 이상의 관객이 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화로 번 돈, 영화로 돌아오는 시스템 생겼다"CJ엔터테인먼트 상무 최 평 호

긍정적으로 본다. 거품이 빠진 정도 아니겠나. 올해 한국영화 점유율도 40%를 넘을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차분히 추스르고 내년을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흥행한 영화가 지나치게 코미디에 편중돼 있긴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전체적으로 한국영화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진 한해였다고 평가한다.

멀티플렉스의 확대를 꼽아야 할 것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 등 대형 멀티플렉스가 본격화되면서 유통부문이 산업화되고 있다. 유통구조의 급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영화자본이 생긴다는 점이다. 최근 2∼3년간 머니게임을 위한 금융자본이 많이 들어왔다가 빠지고 있는데 멀티플렉스 체인을 통해 형성된 자본은 이런 금융자본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을 갖는 영화투자가 가능하다. 영화로 번 돈이 영화로 재투자되는 시스템이 생긴 것이다. 이는 산업으로, 시스템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제작비용의 급상승을 들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대폭 올라 시장 규모에 비해 제작비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만큼 수익률은 낮아졌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영화인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는 거품이 빠지면서 자연스레 해소될 문제도 있다. 시나리오부터 전보다 까다롭게 고르고 프리 프로덕션도 더 철저히 할 테고 시장 규모에 어울리는 프로덕션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준비를 철저히 함으로써 줄일 수 있는 비용이 꽤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자체적으로 12편 정도를 투자, 배급해서 한국영화 1년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시스템을 만든 한해였다. 제작관리나 마케팅이나 모두 노하우를 쌓고 본격적인 시스템이 가동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5편 정도 투자, 배급할 계획이다. CGV 멀티플렉스도 내년이면 130개를 넘을 것이다. 이 정도면 유통에서 어떤 궤도에 오르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배급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위치가 된다는 뜻이다.

1년 라인업이 제대로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 투자한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않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CJ는 제작투자만 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흑자를 낸다. 올해 흥행성적이 기대치보다 낮았다는 것은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지만 시스템을 만드는 데 따른 시행착오다.

<오아시스>다.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고 감동적이었다. <집으로…>도 향후 한국영화의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말 한국적인 소재로도 세계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고 스타를 캐스팅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극장이 늘기 때문에 전체 시장도 확장될 것이다. 이젠 한국영화가 한 단계 성장했기 때문에 탄력을 받아서 전진할 거라고 예상한다.

다른 회사에서 만드는 영화는 잘 모르겠고 CJ에서 투자한 영화로는 <살인의 추억>과 <스캔들>을 들 수 있다. 감독이나 프로듀서의 능력으로 볼 때 많이 기대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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