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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프로듀서 4명이 모여 만든 제작사 아토
이예지 2016-07-20

연대와 상생이 아토의 지향점

<우리들> 현장 사진.

‘따로 또 같이!’ 영화 제작사의 변신은 계속된다. 창립작 <우리들>을 선보이며 등장한 아토 ATO(이하 아토)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기획 전공 출신인 4명의 프로듀서가 뭉친 신생 제작사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연남동 길목, 한 건물 2층에 간판 없이 자리한 아토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어제 크랭크업해서 좀 어수선하다. 하하.” 아토의 청일점이자 “얼굴마담”이라는 김순모 PD가 객들을 맞이하자, 그를 따라 삼삼오오 모인 동갑내기 세여자, 제정주, 김지혜, 이진희 PD는 “올해 이렇게 넷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라며 수다를 쏟아놓는다. 그만큼 그들은 각자의 프로젝트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어제 김지혜 PD의 <용순>을 크랭크업했다. 하반기엔 김순모 PD의 <홈>, 김지혜 PD의 <영아의 침묵>을 크랭크인할 거고, 제정주 PD는 <용기>의 시나리오를 개발하면서 영화 <은닉> 프리랜서 PD로 일한다. 나는 당분간 아토의 안살림에 집중하려 한다.” 숫자에 밝은 연유로 어쩌다보니 대표를 “떠맡았다”는 이진희 PD의 말이다. 따로 또 같이, 헤쳐 모이는 방식으로 일하는 그들은 “프로듀서들이 개별 활동을 하면서 품앗이 형태로 서로 도움을 주는 수평적인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들> 명대사 “그럼 언제 놀아?” 되새기며 함께 일하기

언제 만나도 스스럼없는 동창생 같은 이들 4인방이 뭉치게 된 건 김지혜 PD의 공이다. “프로듀서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졸업하던 시점에 기획 전공들을 9기부터 14기까지 소집해서 기획 전공 동문회를 만들었고, 내가 회장, 재학생인 김순모 PD가 부회장을 맡았다.” 그중 나이와 경력이 비슷하고, ‘제작사를 차리고 싶다’는 갈증이 크던 이들의 마음은 통했다. 김기덕 필름의 프로듀서로서 일해온 김순모 PD, 명필름의 제작팀 출신으로 <환상 속의 그대> 등의 프로듀서로 일한 제정주 PD, 마찬가지로 명필름 제작팀이었으며 <코리아>등의 프로듀서로 일한 김지혜 PD, 영화사 봄에 근무하며 <카운트다운> 등의 제작관리를 한 이진희 PD까지. 영상원 입학 전부터 졸업 후까지 꾸준히 현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터다. 김지혜 PD는 자신들을 “제작자 심재명, 오정완, 김미희, 차승재 대표 등을 보고 자란 세대”라고 말한다. “다들 제작자가 되려는 꿈을 품고 기획 전공을 했다. 본격적으로 영화의 기획 제작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개개인이 하려니 힘에 부치더라. 외롭고 돈도 없고. (웃음)” “넷이 함께 사무실도 얻고 투자도 같이 받으러 다니자는 생각이었다. 거창하기보단 가볍고 즉흥적인 시작이었다.” 그렇게 한데 모인 넷의 성격과 스타일, 영화 취향, 일하는 방식은 모두 가지각색이다. 청일점이자 오지랖 넓은 아토의 얼굴 김순모 PD, 연출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제정주 PD, 한번 밀어붙이면 끝을 보는 뚝심의 아이콘 김지혜 PD, 회사의 안살림을 꽉 쥐고 있는 이진희 PD까지. 서로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며 시너지를 내지만 부딪치는 일도 왕왕 있다. “<우리들>의 명대사인 ‘그럼 언제 놀아?’를 되새기며 함께 일한다. 돈 많이 벌어서 싸우면서 해산하는 게 목표다. (웃음)”

이들이 모이자, 창립작 <우리들>의 제작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CJ 콘텐츠개발팀과 한예종 영상원과의 산학협력 2기 프로젝트인 <우리들>의 제작이 결정돼 제작사를 찾던 즈음, 윤가은 감독은 동기인 이진희 PD를 찾았다. 윤가은 감독의 단편들을 사랑했던 그들은 “이 감독을 장편영화로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제작을 결정했다. “아토의 첫 번째 목표는, 훌륭한 감독과 스탭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첫 영화인 <우리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윤가은 감독이 모두가 탐내는 감독이 된 것만으로 기쁘고 고맙다.” 제정주 PD의 말처럼 <우리들>의 뒤에는 감독의 연출을 섬세하게 뒷받침 해준 PD들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들>의 프로듀서를 맡은 김순모 PD는 김기덕 필름에서 체득한 “1인 제작 시스템으로서의 노하우”를 통해 “적은 예산으로 영화가 필요한 최대한의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제정주 PD는 “독립영화에선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알고 그 장점을 강화하고, 덜어낼 것은 과감히 덜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게 최우선이다. 아이들은 웃어라 울어라 강요하거나 통제할 수 없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독립영화치고 많은 회차인 30회차를 찍었다.” 그렇다면 덜어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탭을 줄였다. <우리들> 스탭은 총 16명이었다. 순발력이 중요한 영화라 이동과 준비시간의 낭비 없이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세팅했다. 분장과 의상팀도 따로 없었다. 하지만 무작정 줄인건 아니다. 아이들과의 작업에서 즉흥적인 순간들을 잘 담아내야 하니 촬영감독은 민준원, 김지현 2명으로 갔다.”

관객을 위한 다양한 선물 같은 영화

아토는 앞으로 더 바빠질 예정이다. 이제 막 여고생 용순의 사랑 쟁취기를 담아낸 <용순>을 크랭크업했고, 9월22일엔 가족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가족 드라마 <홈>을 크랭크인하며, 11월엔 갓난아기의 죽음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모습을 6살 영아의 시선으로 담아낸 <영아의 침묵>을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어쩌다보니, 모든 차기작에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아이들에 골몰하는 이유를 자신들의 “철없음”에서 찾는다. “우리는 그저 좋아서 영화를 한다. 다들 하고 싶은 대로 살아서인지 기득권의 시선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거지.”(김지혜) “아이들의 시선, 현 세대의 시선으로 이 시대를 보고 있다. 현재 사회의 문제점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반영된 이야기들이다.”(이진희) 아직도 아이 같은 그들은 “노는 듯 일하고 일하는 듯 놀며” 사무실을 “동아리방”처럼 쓴다. “한예종 친구들 혹은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놀러오고, 시나리오 쓸 공간이 없다고 하면 빌려준다. 사랑방처럼 쓰면서 네트워킹의 허브가 됐다. (웃음)” 제정주 PD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거라고 말한다. “우리가 아는 영상원 베이스의 인프라가 있잖나. 단순히 영화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간다리처럼 연출자, 작가, 스탭들을 서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소개와 발굴이라는 연장선에서 그들은 제 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귀>를 비롯한 10편의 단편들을 배급하는 중이다.

아토라는 이름은 “순우리말로, 선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어” 제작사의 이름으로 낙점됐다. “받아도 줘도 기분 좋은 게 선물 아닌가. 관객에게 다양한 선물같은 영화를 주고 싶은 뜻으로 지었다.” 제정주 PD는 선물을 전하는 가교로서의 아토의 역할을 강조한다. “제작사를 차리고 독립영화들 제작 제안이 많이 온다. 독립영화엔 PD나 제작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개봉까지 가는 과정이 어렵잖나. 작품을 만들면 영화제만 가고 마는 게 아니라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김지혜 PD는 “연대와 상생”이 아토의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십년간 봐오며 느낀 건데, 유재석도 중요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개성과 장점을 끌어올려 융합시켰기에 이렇게 장수할 수 있지 않았겠나.” 그들은 계속해서 연대를 꾀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려 한다. “우리뿐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상생을 도모하는 제작사가 목표다. 영화과 나와서 정작 영화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후배들에게도 아토가 새로운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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