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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연기 고민 환영, <맨홀> 배우 김준호

“제 안에 답이 있더라도 그걸 명확히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맨홀>의 선오로 사는 동안 김준호는 이 소년을 온전히 사랑해선 안된다고 여겼다. 오디션에서 한지수 감독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 역시 선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었다. “이 아이의 범죄가 정당화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을 거야, 라고 이해하지 않으려 경계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선오로 살면서 마음이 쓰이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미흡함을 솔직히 드러내는 선오의 순진함에 특히 마음이 갔다. “최소한 선오는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비참했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발버둥치는 아이.” 이것이 김준호가 해석한 고등학생 선오였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소년이 이주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되고, 그 범죄의 형벌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를 긍정해야만 하는 분열적인 상황에서 <맨홀>은 선명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비어 있는 부분을 관객이 채울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작품의 모호함을 해치지 않기 위해 그 역시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원작 소설이 1인칭이다 보니 선오의 마음속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래선 안될 것 같아 책을 덮었다. 선오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몰라 혼란을 느끼지 않나. 그걸 연기하는 사람이 다 알면 안될 것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좋아하던 축구를 그만둔 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준호는 군대에서 뒤늦게 배우의 꿈을 품었다. 헌병 군무이탈체포조로 복무하며 휴가 때마다 연극, 영화를 무수히 보러 다니다가 심장이 뛰게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첫 작품으로 <소년심판>에 출연하게 된 것이 살면서 가장 행운이라 부를 만한 일이었다. “<맨홀>에서 엄마 역을 맡은 박미현 선배님이 <소년심판>에서도 엄마였다. 그래서 선배님만 보면 진짜 엄마를 만난 것처럼 애틋하다. <소년심판>에서 만났던 선배님들이 카메라 밖에서도 진심을 다하는 것을 보고 평생 가져야 할 배우의 태도를 배웠다.” 아직은 작품과 현실의 자신을 구분하는 일이 어려운데, 깨어 있는 동안 그 인물만 떠올리다 보니 성격까지 어두워졌다고. <맨홀>에서 아버지를 죽도록 증오하는 선오를 연기하면서 괜히 아버지까지 미워져 한동안 전화도 피할 정도였다. “우리 아버지는 선오 아버지와 비교도 안되게 좋으신데, 괜히 아버지 전화도 받기가 싫더라. 그때 정말 죄송했다. 배역에 대해 고민하는 게 좋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촬영이 끝나면 항상 후회가 되고, 아마 오늘 인터뷰가 끝나고도 집에 가서 후회할 거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어야 발전도 있을 것 같다.” 주변에서 생각 과잉이라 놀림받을 만큼 고민이 많은 그는 그마저도 행복한 것이 연기다.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연이어 좋은 영화를 봤을 때 가장 충만한 마음이 든다는 그에게 <맨홀>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영화다. “우리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딜레마를 다룬다는 점과 주인공을 응원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될 영화이고, 함께 본 사람들과 각자의 해석을 나누며 얘기할 거리가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filmography

영화

2024 <맨홀>

드라마

2025 <화려한 날들>

2023 <핀란드 파파>

2022 <소년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