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허들 선수 서연(최예빈)은 군청 실업팀 입단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어느 날 유일한 가족인 아빠(김영재)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서연은 수술동의서엔 서명할 수 없고 입원포기각서엔 서명이 가능한 10대 보호자가 된다. 부녀에게 닥친 일들은 서류로 증명되지 않는다. 친족단위 돌봄이 기본값인 사회, 선별적 복지제도 사이로 미끄러진 서연은 병원비도 간병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서연에겐 실업팀 선발이 절실하지만, 친구 민정(권희송)의 입단이 내정된다. 민정의 가난은 서류로 증명되어, 그는 ‘불쌍한 아이’로 홍보돼왔고 실업팀 내정도 그 연장선이다. <허들>은 다소 집요하게, 끝없이 달리고 또 가로막히는 감각이 서연의 일상을 잠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중한 가족을 돌보는 일이 어째서 홀로 넘는 허들에 은유되고 마는가. 영화의 물음은 서연을 돕지 못한 어른들을 경유해 화면 밖으로 뻗는다.
[리뷰] 전시되거나 미끄러지거나. 위로하기보단 따져 묻는다, <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