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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모아봤어, BL 드라마 <거짓말, 뱀파이어가 어디 있어?> 배우 유신, 박동주, 이태형, 이동열, 이주영

이주영, 유신, 박동주, 이동열, 이태형(왼쪽부터 시계방향).

시골에서 상경한 순박한 청년 동하(박동주)는 입주할 셰어하우스를 찾아 지도 한장 들고 길을 헤맨다. 스마트폰 지도 앱도 아니고 커다란 종이 지도를 펼쳐 들고 도심을 두리번거리는 장면만 봐도 동하의 순진한 면모가 단박에 드러난다. 서울 한복판에 미남 뱀파이어들이 모여 사는 집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서울시 전도를 들고 길을 찾는 시골 총각이라니. 그렇게 멋모르고 뱀파이어만 사는 셰어하우스에 발을 들인 순진한 인간 동하는 뱀파이어들 입장에선 갓 배달된 싱싱한 먹잇감과 같다. 동하를 포동포동 살찌워서 흡혈하려는 다른 뱀파이어에게서 그를 지켜주는 것은 차가운 도시 남자 주원(유신). 물론 그 역시 뱀파이어다. 네명의 뱀파이어와 순진무구한 인간 청년의 약간 섬뜩하고 제법 귀여운 BL(Boy’s Love) 시리즈 <거짓말, 뱀파이어가 어디 있어?>는 국내에선 티빙, 웨이브, 헤븐리 등에서 방영됐으며, 미주 지역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지역 플랫폼을 통해 방영되며 해외 팬을 끌어모았다. 미드폼 드라마로 회당 15분 내외의 분량이지만 올해 선보인 BL 드라마 중 ‘웹툰 그림체와 가장 맞춤한 캐스팅’으로 배우들의 팬덤이 형성된 것 역시 특이 포인트. 마치 아이돌 그룹을 뽑듯 다양한 캐릭터(차갑지만 자신의 남자에겐 따뜻한 철벽남, 순진무구한 두부상, 유혹적인 뱀파이어상, 발랄하고 귀여운 유머 담당, 덩치가 크고 눈치 없는 댕댕이상)로 멤버를 조합한 것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거짓말, 뱀파이어가 어디 있어?>의 주인공 유신, 박동주, 이태형, 이동열, 이주영을 만났다. 누가 댕댕이이고 두부상인지는 드라마를 통해 확인하자.

- 곧 팬들과 함께 드라마 상영회를 연다.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는데, 이런 경험이 낯설면서도 기대될 것 같다.

박동주 처음에는 모든 게 어색했다. 나는 <거짓말, 뱀파이어가 어디 있어?>(이하 <거뱀어>)가 데뷔작이고 그동안 학교 밖에서 연기해본 경험이 없기에 모든 경험이 낯설다. 라이브 방송은 유신 형, 태형 형이랑 함께하지 않았으면 한마디도 못했을 거다.

이태형 <거뱀어>가 첫 작품은 아니지만 상영회나 라방, 팬들과의 만남은 새롭다. 우리의 관계성을 팬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 아까 보니 팬들이 준 선물을 다른 배우들에게 나눠주더라. 포장지에 배우들 이름까지 따로 적혀 있던데.

이태형 우리끼리 자주 소통하다 보니 팬들이 다른 배우들의 선물까지 챙겨줄 때가 있다. 오늘처럼 단체 촬영이 있을 때 챙겨온다.

이동열 다른 드라마와 달리 <거뱀어> 팬들은 아이돌 팬덤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돌 활동을 했기 때문에 드라마 팬들이 해주는 리액션이나 디엠 같은 것들이 그때와 비슷하단 느낌을 받는다. 내가 유신이랑 친한 걸 아니까 유신이 팬들이 제 인스타에 와서 댓글을 달기도 하고. 다섯명을 아이돌 그룹 좋아하듯 아껴주는 것 같다.

- 오디션을 볼 때 짝을 지어 대사를 주고받는 2차 오디션을 봤다고.

박동주 유신 형이랑 같이 대사를 하는데 ‘아, 이 사람이다!’ 하는 느낌이 왔다. 다른 사람과도 대사를 맞춰봤는데 케미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신 형이랑 그 자리에서 처음 맞춰 보는 상황인데도 물 흐르듯이 잘 맞았다. 주원 대사를 유신이 형이 하는데 ‘아, 이건 형이 해야겠다’ 싶었다.

유신 뱀파이어가 주인공이란 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일단 이 역할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다른 배우와 오디션을 보고 그다음 동주와 봤는데 함께 대사를 맞출 때 다른 느낌이 들더라. 우리가 서로 편했던 걸 제작사 분들도 알아본 것 같다.

- 주원-동하, 은호(이주영)-규민(이동열)는 커플이지만 선재만 짝사랑으로 마무리된다. 그런 부분이 아쉽진 않았나. 다섯명 중에 연기 경력은 이태형 배우가 가장 많아서 현장에서 동생들에게 도움을 준 걸로 아는데.

이태형 대본을 받고 리딩할 때에는 다섯 캐릭터 중에 내가 맡을 역할이 없다고 생각했다.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와서 기분 좋았다. 다섯명 중에 혼자만 커플이 되지 못한 게 유니크하다고 느껴졌다. (웃음)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런 건 따로 없는데 서로 잘 맞아서 자신의 장면이 아닐 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촬영장에 외진 곳에 있어서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촬영은 주로 1층에서 하고 2층이 대기실이었는데 거기서 수다를 많이 떨었다.

박동주 태형 형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처음에 형을 봤을 때에는 인상이 좀 강하고 차가울 것 같았는데, 촬영 들어가니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연기 코칭도 해줘서 정말 다정한 분이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표정, 발성, 손짓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막막했다. 처음엔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 세세한 동선을 형이 많이 챙겨줬다.

- 유신 배우와 함께하는 신이 많았을 것 같은데, 유신 배우가 많이 안 도와줬나보다.

유신 섭섭하다. 나도 많이 알려줬는데, 감정 연습도 다 같이 하고 우리가 맨날 붙어서 얼마나 연기를 많이 했는데.

박동하 아니, 아니. 당연히 유신 형이랑 훨씬 시간을 많이 보냈고 형이 더 많이 알려주었다.

- 친해진 후 이미지가 가장 다른 사람이 누군가.

유신 나는 동열이. 동열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엔 무뚝뚝한 줄 알았다. 식사를 같이하는데 정색하면서 계속 째려보고 있어서. (웃음) 나중에 들으니 말을 걸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

이동열 형과 나 사이에 겹치는 지인들이 있다. 친한 형이 유신 형이랑 같은 연기학원에 다녔어서,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걸려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유신 그걸 모르고 ‘쟤는 왜 날 저렇게 보지?’ 하면서 나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웃음)

- 네명의 뱀파이어가 사는 공간에 시골에서 올라온 순진한 동하가 뚝 떨어진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 생활에 적응도 못하고 동하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초반에 많이 나온다. 점차 주원에게 설렘을 느끼고 이게 사랑인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과 자신의 감정에 직진하는 모습까지 동하는 많은 감정 변화를 겪는다. 참고한 작품이 있나.

박동주 <꽃보다 남자>와 <커피프린스 1호점>을 봤다. 아주 어릴 때 방영한 드라마이지만 로맨스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추천해주시기도 했고, 원래 좋아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꽃보다 남자>는 F4가 다니는 학교에서 금잔디가 혼자 이질감을 느끼고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들이 동하와 비슷한 것 같았다. <꽃보다 남자>를 재방송으로 봤을 때 소이정(김범) 캐릭터를 특히 좋아해서 앞머리를 사선으로 따라 자른 적도 있었다. (웃음)

- <꽃보다 남자>를 좋아했지만 금잔디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 같다.

박동주 맞다. (웃음) 금잔디 역할과 동하가 비슷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동하는 그보다는 자기 감정을 더 빠르게 알아챈다. 주원은 뱀파이어라는 비밀도 있고, 동하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한발 뒤로 물러서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동하가 순수하고 멋있다고 느꼈다.

- 다른 역할들에 비해 주원 캐릭터는 무척 조용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인물이다. 초반에 동하에게 차갑게 대응하지만 다른 뱀파이어들이 동하의 피를 마시려 하자 동하를 지켜준다. 점차 동하에게 젖어들어가는 연기의 감정 조율을 잘한 것 같다.

유신 주원은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원치 않게 뱀파이어가 되면서 세상에 신뢰를 잃은 친구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여기던 애가 무해한 성격의 동하를 만나고 처음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동하가 계속 신경 쓰이고 자신도 모르게 동하를 좋아하게 됐다고 느꼈던 것 같다.

박동주 동하는 첫눈에 주원에게 반했을 거다. 이 형 정말 잘생겼다, 감탄하는 장면들이 1회에 많이 나온다. 자꾸 주원이 자신을 밀어내니까 부딪치다가도 첫눈에 반했기 때문에 동하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거다. 동하는 혼자 서울에 올라와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다. 근데 이런 연애 감정도 처음이라 금방 사랑에 빠졌을 것 같다.

- 장르 성격상 주원-동하의 애정신 연출에 특히 공들인 것 같다. 두 사람 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상대가 예쁘게 나온 장면을 꼽았더라.

유신 일단 욕실 장면이 정말 예쁘게 나왔다. 그리고 내가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동하가 와서 지켜보는 신. 내가 가장 좋아한 장면인데 티저에 나와서 기뻤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나는 장면도 좋았다.

- 뱀파이어라서 햇빛을 피하려고 우산을 펴는 장면이 로맨틱코미디의 클리셰인 <늑대의 유혹>의 우산 장면 같더라.

유신 그렇게 연상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웃음) 사실 주원이 뱀파이어이긴 하지만 뱀파이어의 특징을 드러내는 장면은 많지 않아서 역할의 성격보다 동하와 함께하는 장면에 더 공을 들였다. 우리가 하는 사랑에 더 설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동주 유신 형이 정말 잘생겼다. 형이 극 중에서 책을 보는 장면에서 실제로 속으로 ‘와!’ 하고 감탄했다.

- 반면 은호-규민 커플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까지만 나와서 서운하지 않았나.

이동열 그래서 외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웃음) 이런 로맨스를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했는데 드라마를 보고 팬이 됐다는 분들도 있어서 행복하다. 엊그제 팬 미팅을 했는데 그때 <거뱀어>보고 왔다는 팬들이 있더라.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이주영 우리가 나오는 장면이 아쉽거나 그런 건 없었다. 사실 내가 나온 장면을 잘 못 보겠더라. 얼굴을 보는 게 어색해서 모니터링하는 게 힘들었다. 연기에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아직은 좀 쑥스럽다.

이태형 아, 나랑 반대네. 나는 내가 나온 장면만 계속 봤다. (웃음) 그래야 못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 이태형 배우는 어릴 적 꿈이 슈퍼스타였다고. (웃음)

이태형 어릴 때 마이클 잭슨을 보고 반해서 그런 슈퍼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냥 꼬맹이 때 ‘슈퍼스타가 되려면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나는 노래랑 춤을 잘 못하니까 연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주영 나는 형이 뮤지컬 배우인데, 형의 무대를 보고 반해서 연기를 시작했다. 아까 얘길 못했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좋은 게 형들을 만났다는 거다.

유신 와, 주영이 아까 내 첫인상이 무서웠다고 했잖아. (웃음) 주영이한테 내가 너를 정말 아낀다고 얘기하고 싶다. (웃음)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9년 정도 승무원 준비를 했다. 오랫동안 꿈으로 붙들고 있던 것을 포기하고 우연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가슴이 뛰더라. 우리 드라마 댓글 중에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는데 덕분에 힘을 얻었다’고 하는 분이 계셨다. 그분 글을 보고 ‘연기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 또래로 같은 꿈을 좇는 신인배우라는 점에서 결속력이 남다를 것 같다. 다섯명이 대기실에서 수다를 많이 떨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 어떤 이야기를 많이 했나.

이태형 지금 기억이 하나도 안 날 정도로 영양가 없는 얘기들. (웃음) 주로 다음 장면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거뱀어>이야기들 했던 게 많이 생각난다. 유신이는 재밌게 본 영화들도 추천해주고. 단톡방에서도 그런 이야기들 한다. ‘이 영화 재밌대’, 이런 것들. 동생들이 다 정말 순하고 착하다. 내가 낯을 좀 가리고 표현도 잘 못하지만 아끼는 마음이 크다는 걸 꼭 얘기하고 싶다. 연락은 잘 못하지만 마음은 그 이상이라는 것.

이주영 태형 형은 연락이나 잘 받으면 좋겠다. (웃음)

박동주 다섯명이 이미지가 다 달라서 할 수 있는 역할도 다르다. 그중 내가 경험치가 가장 적다. 형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끌어주지 않았으면 끝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드라마를 하면서 유신 형이 하는 연기를 보면서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형이 사랑에 빠지고, 울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그런 감정신들을 잘해줘서 내가 거기 잘 맞출 수 있었다. 아까 태형 형 얘기만 했는데, 유신 형에게도 고맙다고 꼭 얘기하고 싶다.

이동열 팀 활동을 하면서 항상 북적이다가 솔로 활동을 하니까 정말 외로웠다. 주변이 북적이는 감각이 그리웠는데 형들이랑 같이 드라마하면서 팀 활동 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빨리 친해지고 싶었는데 더 길게 촬영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금방 또 모일 수 있길 바란다.

이동열, 박동주, 유신, 이태형, 이주영(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