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스 가족은 각자도생 중이다. 노부부는 투병과 간병의 이중고를 겪고 있고, 큰아들 톰(라르스 아이딩거)은 문제 많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느라 바쁘다. 알코올중독과 씨름하는 막내딸 엘렌(릴리트 슈탕겐베르크)은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기에는 이미 너무 다른 모습으로 생을 견디는 중인 그들은 누군가의 죽음을 계기로 잠시 스칠 뿐이다. 이처럼 <다잉>이 묘사하는 혈연은 의지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속박에 가깝다. 마티아스 글라스너 감독 또한 죽어가는 부모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탐구하듯 작품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덕분에 이야기는 잔인하게 흘러가지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이 음악으로 뿜어져 나오는 장면만큼은 조심스럽게 황홀해진다. 미도 역으로 출연한 한국인 첼리스트 박새롬도 그 순간에 기여한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 수상작.
[리뷰] 그저 존재하는 일에도 재능이 필요하다는 설움, <다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