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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함께 부딪히며 균열을 내는 우리들의 생존 방식,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

이혼 후 사랑하는 딸마저 남편에게 빼앗긴 도아(권아름). 이혼소송과 양육권 분쟁, 불안정한 직장 생활에 지친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정을 닫고 바위가 되는 법을 터득한다. 그러던 어느 날, 표현예술 치료 교실에 참여한 도아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치료 세션을 받던 중 마음 깊숙이 감춰두었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그룹 치료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을 향한 폭언이 철저한 숏-역숏 구도 속에서도 인물들 사이의 단절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감정선이 양극단을 오가며 몰입을 방해하는 지점도 있지만, 창작 안무와 잔잔한 명상음악이 맞물리는 순간만큼은 관객에게 분명한 치유의 파동을 전한다. 섬세한 감정 연출로 주목받은 곽민영 감독의 첫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