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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문 닫는 극장과 티켓값 논란

‘영화티켓의 할인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간담회’ 현장 중계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메가박스 성수, 명필름아트센터….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극장들이 문을 닫았거나 폐점을 예고했다. 우선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2025년 10월 문을 닫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메가박스 본사에 위치했던 메가박스 성수도 어느새 문을 닫았다. 2023년에 메가박스는 게임회사 크래프톤에 본사 건물 ‘메가박스 스퀘어’를 매각했고, 이후 지점을 유지한 채 영화를 상영해오다가 지난해 10월 최종적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극장들도 문을 닫고 있다. 서울시의 자금으로 운영됐던 실버영화관이자 문화공간인 청춘극장도 예산 축소를 이유로 2025년 12월31일 운영을 중단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문을 연 명필름아트센터는 오는 2월1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건물도 매각되었다. 대구 번화가 동성로에 위치한 CGV대구아카데미, 일명 ‘대구 아카데미 극장’도 1월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65년간 대구 시민들에게 영화란 환영을 비추었던 극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지방에서 극장이 사라지는 속도는 서울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5년 초에 발간한 ‘전국극장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에서는 대한극장, 메가박스 강남대로(씨티)가 폐관하고, 롯데시네마 수락산이 휴관하며 3곳이 영사기를 멈춰 세운 반면, 지역에서는 CGV원주, 롯데시네마 서면(전포동), 메가박스 경주 등 13곳이 문을 닫거나 휴관에 들어갔다. 그중 롯데시네마 대전둔산(월평동)은 임차보증금 소송까지 진행했으나 패소했고, 메가박스 경주는 2021년 폐관했다가 2022년 말 재오픈했으나 2024년 결국 폐관하는 등 시끄러운 일들을 겪었다. 극장은 산업 특성상 시설을 설치하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유지비용과 임대료가 많이 들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은 ‘고위험군’이 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극장 3사 중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이미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메가박스중앙, 롯데컬처웍스는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병이 성사된다면 코로나 팬데믹에 극장 수가 감소했던 것처럼 한 차례 더 변화가 닥칠 예정이다.

‘영화티켓의 할인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간담회’ 현장

극장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극장에서 과도한 할인을 벌이며 제살 깎아먹기를 하는 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극장 3사를 제외한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영화 티켓값 할인 제도를 지적했다. 지난 1월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티켓의 할인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간담회’에서 “영화에 투자하거나 제작에 기여하지 않은 이동통신사의 분배금이 상당히 큰데 비정상적”, “60조원 산업(이동통신사)이 1조원 산업(영화산업)에 빨대를 꽂아선 안된다”라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이번 간담회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 프로듀서조합, 배급사연대, 한국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참여연대의 주관으로 열렸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담당자가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말로는 할인이지만 할인이 아니라 소비자 기만이 있었다”라면서 “할인 과정에서 이뤄지는 혜택이나 수익이 실제 영화 제작자나 관련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엉뚱하게 통신사, 카드사에 돌아가서 영화 현장, 영화 제작 현장을 왜곡하는 문제를 절실히 느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K컬처가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막상 제작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순적 상황”이라면서 “이런 현실이 법 제도 개정을 통해서 해소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첫 번째로 발제를 맡은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극장사들이 2D영화의 주말 티켓값을 1만5천원까지 올렸지만 영화티켓의 평균 판매 금액, 즉 객단가(ATP, Average Ticket Price)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부터) 티켓 가격이 1만5천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2023년 객단가는 오히려 200원 이상 떨어졌고 2024년 추가로 400원 가까이 떨어져 티켓값이 1만4천원이었던 2021년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화배 대표는 “영화 입장권은 고객과 영화관, 배급사간 3자 거래”라며 티켓값의 절반 정도는 영화관이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을 배급사가 가져가는 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그런 다음 배급사는 다시 50%의 티켓값을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배급수수료)로 3자 배분하는 게 관례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동통신사가 영화관 사업에 큰 몫을 차지하면서 전통적인 극장간 배급사의 거래 방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화배 대표는 “고객이 극장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동통신사 웹이나 앱 플랫폼을 통해 이동통신사가 영화관에 배분하고, 영화관은 배급사와 거래한다”라면서 “4자거래”가 됐다고 보았다. 이어서 그는 “영화에 투자하거나 제작에 기여하지 않은 이동통신사의 분배금이 상당히 큰 게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티켓값 인상과 전 국민이 이통사 가입자란 환경이 맞물리며 가격 후려치기가 좋은 환경”이 됐다고 본다. 그는 “이동통신사가 최저 금액으로 계약하려는 극장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한다”라면서 “극장은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으로 입찰에 응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사와 극장 사이의 단가 계약은 사인간 계약이니까 둬도 되지 않느냐 하기엔 영화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영화 티켓값은 ‘이중가격제’라면서 “소비자에게 공개된 정가는 올랐지만 막후에서 이동통신사 등 제휴 업체에 정가 30~50% 수준으로 대량 덤핑 판매하는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번진 티켓값 논란

두 번째 발제자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추은혜 변호사는 현행 티켓값 할인 관행의 법률적인 문제점들을 짚었다. 추 변호사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동통신사가 할인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중간 유통 마진을 취득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결제한 티켓값의 영수증을 근거로 들었다. 추 변호사는 “SKT에서 구매하면 모두 7천원의 영수증이 나왔다. SKT에서 7천원에 티켓을 대량 구매한다는 걸 알았다. KT는 4천~5천원에 사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LG의 경우 영수증도 명확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추 변호사는 극장 3사가 제공하는 자료에서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영화관이 배급사측에 제공하는 부금 계산서에는 정가와 할인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라면서 “오랜 기간 어떤 할인을 적용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도 단 한 차례도 회신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추변호사는 영화 티켓값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극장이 이동통신사와 할인해도 되지만, 배급사에 동의를 구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라면서 “영화상영기본계약서를 국회를 통해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롯데시네마의 계약 구조를 보면 ‘배급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상호 합의해서 할인을 규정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면서 “그간 상호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 위반으로 보고 있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작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인연대, 참여연대, 소비자단체, 민변 등은 2024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극장 3사와 이동통신사 3사 등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추 변호사는 “(공정위 신고가 아닌 재판을 거친다면) 1~3심은 기본 4~5년이다. 영화산업이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 빠른 해결을 위해서이지 극장의 잘못이 없어서 상생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명필름 등 제작사 23곳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극장이 제공한 무료입장권 때문에 수익이 줄었다고 소송을 진행해 2017년에야 대법원 판결이 난 사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극장 3사와 계약하는 당사자는 제작사가 아닌 배급사이기 때문에 제작사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근거로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영화계는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서로 머리를 맞대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극장 3사, 투자배급사 등이 ‘영화 상영 및 배급 시장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무료 입장객이 차지하는 비율을 5%로 제한하기로 제안하는 ‘영화상영기본계약서’를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협약을 맺은 지도 10년이 더 지났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개선 방향도 논의됐다. 참여연대 실행위원인 한경수 변호사는 “용역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엔 유통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관련 법안이 없다”라면서 상품에 대한 판매 촉진 비용, 즉 할인 판매에 대해서 일정한 규제 사항이 있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서비스를 포함시키는 개정을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지희 문화체육관광부 영상방송콘텐츠산업과 과장은 한 변호사의 제안에 “영화 및 비디오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보다는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영비법에 해당 내용을 담는다고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 권한이 없어서 구호에 그치고 말 걸로 예상된다”라고 긍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모인 영화인들은 모두 ‘투명성’과 ‘상생’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윤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운영위원은 “2000년 초반의 TTL 할인을 들어보셨을 것”이라며 “그땐 티켓에 1500원 할인된 금액이 찍혔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할인 금액이 안 찍히는 것이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도 “산업이 투명할 때 사업이 잘됐고, 2000년 땐 티켓값도 투명했다”라면서 “티켓값에다 관객수만 곱하면 딱 맞아떨어졌고 영화관이 보상도 투명하게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산을) 투명하게 하면 산업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발 벗고 나섰다”라고 덧붙였다.

2시간에 걸친 긴 간담회 끝에 이 문제들을 조사 중인 공정위에 시선이 쏠렸다. 류용래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영화인들의 발제를 듣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집중해서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극장 “단순 성인 요금만으론 오류 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5년 국정감사에서도 객단가 문제를 제기한 적 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영화는 제작과 배급, 상영으로 이뤄져서 3자 모두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재호 영화인연대 공동대표는 “객단가를 시작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첫 단계부터 잘 나아가지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두운 구름이 드리운 극장을 중심으로 객단가를 둘러싼 영화인들간의 논쟁은 앞으로도 첨예하게 벌어질 예정이다. 2024년 7월4일 영화인연대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공정위에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를 신고하자 극장 3사를 회원으로 하는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즉시 입장문을 내고 “단순 성인 요금만으로 전체 영화 관람 요금을 판단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조조시간대는 평일 1만원, 주말 1만2천원, 청소년 요금은 평일 1만1천원, 주말 1만2천원 수준”이라며 “극장에서는 시간별, 연령별, 직군별, 요일별, 좌석별 다양한 가격대를 아우르는 요금 테이블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또한 “극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극심한 관객 감소로 1조원대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라면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자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동의하는 영화계의 어둠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티켓값 논란을 둘러싸고 영화인들의 상생 의지와 공정위의 판단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