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테러맨>을 기획·제작한 이종혁 PD는 <안녕 자두야> 시리즈를 시작으로 <와라! 편의점> <놓지마 정신줄> <신비아파트> 시리즈 등 다채로운 애니메이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고 공감해주는” 어린이 시청자를 주로 상대하던 그는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중성을 따지는” 성인 눈높이에 맞춘 <테러맨>에 도전하면서 프로듀서로서 노하우를 톡톡히 적립했다고 한다. 그 일부가 되었을 선택과 집중의 여정을 여기에 옮긴다.
세계관의 출발선상에서
“<테러맨>은 웹툰 스튜디오 와이랩이 만든 슈퍼히어로들의 세계관인 ‘슈퍼스트링’ 유니버스의 초기작 중 하나다. <테러맨>자체의 서사에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보니 8부작 애니메이션 안에서 그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테러맨>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이 세계관 내 다른 만화에서 활약한다는 걸 아는 분들이라면 재밌는 연결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부활남>의 빌런 김민혁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테러맨>에서는 전혀 빌런처럼 보이지 않았던 민혁이 <부활남>에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번 애니메이션은 슈퍼스트링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잘 따라올 수 있게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지만, 민혁이 같은 캐릭터의 서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팬들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불행을 감지하는 능력만으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웹툰 <테러맨>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는 2021년에 처음 나왔다. 2022년부터 티빙, 와이랩, 스튜디오 바주카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기획했으니 실질적인 제작 기간은 3년 정도다.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게 한 원작의 힘은 입체적인 캐릭터에 있다. 연약하던 주인공 정우가 큰 폭으로 성장하는 서사다 보니 몰입감이 크다. 나 또한 애니화 적합성을 판단하고자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가 연재분을 정주행했다. 참신한 컨셉도 한몫했다. 정우에게는 불행을 보는 초능력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들의 능력과 차별화된다. 괴력이나 변신처럼 편리한 능력이 아닌 불행을 피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테러맨>은 그 질문을 독특하게 풀어낸다. 정우 곁에 릴리아, 봉춘이 함께해서 하나의 슈퍼히어로팀을 완성한다는 구조도 매력적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사건의 스케일이 설득력을 갖추고 커진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로서의 확장성이 큰 프로젝트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원작자인 한동우, 고진호 작가는 이게 진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될지 쉽사리 믿지 않았다. (웃음) 원작의 정서를 잘 지켜달라고 당부한 만큼 원작자들과 기획 단계부터 영상의 완성 단계까지 소통을 이어나갔다. 원작자의 시각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애니메이션에 최적화된 디테일을 잡아라
“애니메이션 제작은 디알무비가 담당했다. 연출을 맡은 엄상용 감독, 작화를 맡은 우메하라 다카히로 감독 모두 디알무비 소속으로 이 프로젝트에 동행했다. 엄상용 감독은 전체적인 콘티 연출, 초기 디렉팅부터 오프닝 제작까지 해냈다. 우메하라 다카히로 감독은 총작화감독으로 원작의 텍스처를 애니메이션에 맞게 재현할 수 있는 기준점을 잡아줬다. 웹툰의 퀄리티 높은 작화를 애니메이션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조정하며 디테일을 만져준 것이다. 캐릭터디자인을 중심으로 얘기하자면, 정우는 점점 이면이 드러나는 인물인 만큼 처음부터 표정과 실루엣의 폭을 크게 잡았다. 릴리아와 봉춘도 마찬가지다. 유쾌할 때와 전사로서 싸울 때의 경계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말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 다크 히어로물이라는 장르로 인해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다 보니 캐릭터를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한 코믹 신들도 적절히 넣으려고 의도했다.”
미리 보는 명장면들
“그중에서도 우메하라 감독의 가장 큰 공은 1화 첫 장면에 해당하는 광안대교 신이다. 초반에 작품의 스타일을 제대로 각인하면서 주인공의 첫인상을 멋지게 묘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한 신인데, 그 전체를 대부분 혼자 작업했다! 그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첫 장면에서부터 결실을 맺었다. 또 다른 명장면으로는 5화에서 정우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악랄한 빌런과 일대일로 정면승부하는 신을 꼽고 싶다. 불행으로부터 도망만 다니던 정우가 강해지기로 결심한 후 릴리아, 봉춘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거치는데, 5화에 이르러 처음 독립적으로 악당을 향해 몸을 내던진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테러맨으로 거듭난 그의 성장을 알리는 짜릿한 액션 시퀀스다.”
탄지로 성우부터 스폰지밥 성우까지,<테러맨>에 혼을 싣다
“정우는 <귀멸의 칼날> 시리즈에서 탄지로를 연기한 이경태 성우가 맡았다. 불행을 보는 눈을 가진 소년의 불안과 강인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게 중요했는데, 이경태 성우가 잘 표현해줬다. 릴리아 역에는 장미 성우를 캐스팅했다. 킬러의 냉혹함과 조력자의 따뜻함,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장미 성우가 완벽하게 조율했다. 목소리만으로 릴리아의 서사를 완성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엄상현 성우가 연기한 봉춘은 단순히 유머러스한 캐릭터가 아니다. 쾌활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다가도 진중하게 천재성을 발휘하는 인물이라 목소리의 무게감도 신중히 고려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봉춘의 목소리를 엄상현 성우가 잘 표현했다. 더빙 디렉팅을 함께한 석종서 PD도 코멘트를 전해줬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완성한 성우 라인업이 캐릭터들이 살아온 궤적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고 자부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분이 있다. 바로 이 작품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인 빌런 이현성을 담당한 전태열 성우다. 스폰지밥 목소리로 유명한 분인데, 혼을 실어서 현성의 악랄함을 연기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