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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워너브러더스를 넷플릭스가 인수하게 되면 생길 변화들

미 국회까지 번진 넷플릭스-워너 인수전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브루스 캠벨 워너브러더스 최고전략책임자가 상원 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SHUTTERSTOCK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움직임이 미국 국회까지 번졌다. 지난 2월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 청문회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브루스 캠벨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참석해 2시간에 걸쳐 양사간 인수 움직임에 관해 증언했다. “두 증인,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어주십시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제동을 건 마이크 리 반독점소위원회 위원장이 말하자, 굳은 표정의 서랜도스 CEO와 캠벨 CSO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선서했다.

청문회 첫 발언에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15만5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미국 경제에 2조2500억달러(약 3300조원)를 기여했으며, 미국 50개주 전체에서 촬영을 진행해왔다”며 “다른 콘텐츠 회사들은 작품을 줄이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오히려 제작을 늘리는 중”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모두 스트리밍서비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두 플랫폼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HBO 맥스의 구독자 80%가 넷플릭스 구독자다”라고 주장했다.

HBO 맥스를 가진 워너브러더스를 넷플릭스가 인수하게 되면 플랫폼간 건강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기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서랜도스는 실제 이용자들은 넷플릭스, HBO 맥스 두 플랫폼 중 하나만 쓰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서랜도스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랜도스는 워너브러더스를 두고 “넷플릭스가 갖지 못한 자산을 가진 회사”라고 표현하며 “넷플릭스는 계속 워너브러더스에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워너브러더스를 할리우드의 5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로 지키고, 워너브러더스의 영화에도 45일 홀드백이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증인으로 나선 캠벨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CSO는 “미디어 환경은 지난 수십년간 빠르게 진화해왔다”라고 운을 뗐다. 캠벨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분리해 <CNN> <TBS> <HGTV> 등 뉴스, 스포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채널 네트워크로부터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떼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 월드로 분리하기로 발표했다”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이 결정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지난가을부터 우리는 다양한 접촉과 제안을 받기 시작했고 특히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넷플릭스의 제안이 두드러졌다”라고 밝혔다. 캠벨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넷플릭스의 제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라고 인수전의 방향을 밝혔다. 캠벨이 서두에 밝힌 것처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최근 5년 사이 심각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우선 이처럼 긴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2022년 3월, AT&T가 워너브러더스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출범시켰다. <시민 케인>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든 오랜 전통을 지닌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는 매일 생방송으로 뉴스를 실어나르는 <CNN>, <프렌즈> <빅뱅이론>으로 유명한 케이블 <TBS>, 미국인들의 이상적인 홈을 보여준다고 평가를 받는 인테리어 및 라이프 채널 <HGTV> 와 한식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 결합은 4년이 채 지나지 않아 깨지게 되었다. 워너브러더스는 몸을 가볍게 하여 넷플릭스와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

한편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 뛰어든 데이비드 앨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CEO는 이날 청문회에 불참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브러더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상황에도 인수전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적대적 인수를 고집하고 있다. 금액만 놓고 보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제시한 금액이 넷플릭스의 제안보다 많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2025년 12월 디스커버리 월드로 분리하지 않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전체를 1080억달러(약 158조원) 이상 전액 현금을 주고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와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만 720억달러(약 105조원)를 주고 인수하려는 방향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더 큰 금액을 제시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인수 제안을 곧바로 수정해 전달했음에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넷플릭스의 인수 제안보다 특별히 뛰어나지 않으며, 심지어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라며 일축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어떻게 막대한 인수 자금을 조달할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시가총액 140 억달러(약 20조원)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1080억달러에 달하는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측은 “막대한 부채 조달 규모와 기타 조건으로 인해 거래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라고 판단한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소송까지 불사하고 나섰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전액 현금을 제안했으나 워너브러더스 이사회가 계속해서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주는 배경을 알고 싶다며 지난 1월12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넷플릭스도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제안처럼 전액 현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워너브러더스 인수 계획을 수정하고 나섰다.

현재로선 넷플릭스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쪽이든 워너 브러더스의 인수가 완료되면 할리우드 노동자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연 마이크 리 반독점소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인수가 성사됐을 때의 고용불안을 지적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는 가입자와 콘텐츠를 놓고 경쟁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차원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바로 작가, 감독, 배우를 비롯해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기타 제작 전문 인력 등 창의적 인재의 고용과 유지를 둘러싼 경쟁이다. 동일한 시장에서 두 주요 고용주가 통합될 경우, 이는 불가피하게 해당 노동시장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상당히 약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