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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언제까지고 영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깊은 울림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한손엔 지팡이, 또 한손엔 캠코더. 이 모습이 85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의 새로운 자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이 치명적인 위기에 놓이자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세계의 영화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들은 영화관의 의미와 기억을 영상에 담았다. 그렇게 탄생한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가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가 됐다. 왜 영화관이 우리 삶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봉준호, 박찬욱, 탕웨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차이밍량 등 수많은 영화인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영화관이 유일한 도피처였고, 다른 삶으로 향하는 배였으며, 나 자신을 배우는 공간이었다는 고백이 이어질수록 그 공간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길러내고 지켜왔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동시에 장소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해 90주년을 맞은 광주극장부터 1920년 개관한 콜로세움 극장까지, 김동호의 카메라는 먼지가 부유하는 극장 내부 전경과 극장을 지키는 이들의 굳은 얼굴에 오래 머문다.

자칫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평범한 헌사로 남을 뻔한 작품은 또 한명의 중요한 영화인인 김동호의 삶과 얽히며 고유한 빛을 띤다. 캠코더 초보자의 손에서 화면은 종종 흔들리고 초점은 어긋난다. 그러나 몇권의 책을 쌓은 뒤 올린 카메라 뒤에서 상대방의 이야기에 열중하는 그의 반짝이는 눈이 포착될 때 영화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선다. 이창동 감독과 자리를 바꿔 카메라 앞에 선 김동호가 영화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털어놓는 순간, 이 작품의 진심이 배어나온다. 영화도, 극장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득 안고 후반부로 나아가는 영화는 젊은 세대 영화인들에게로 향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영화제가 진행되는 상영관 안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김동호의 마지막 모습은 언제까지고 영화를 수호하겠다는 한 사람의 의지를 드러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