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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아너 : 그녀들의 법정

ENA 드라마 <아너 :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은 윤라영(이나영), 강신재(정은채), 황현 진(이청아)이 각종 성범죄 뉴스 헤드라인 글자를 밟으며 시작한다. 세 변호사가 속한 ‘L&J’는 ‘Listen & Join’이라는 이름대로 성범죄 피해자의 말을 듣고 함께하는 로펌이다. 이들은 연예인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변호하다가 “대한 민국을 뒤흔들” 성범죄 카르텔에 맞서게 된다. 성범죄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드라마에서 피해 자는 대개 사건의 발단으로 소비되기 쉽다. <아너>는 그 관성에 맞선다. 세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싸우는 주체이고, 로펌이 라는 제도적 형태로 연대를 실현한다. 라영을 성폭행한 가해자가 검사가 되어 성매매 조직의 핵심 인물이 된 설정은 가해가 권력구조 안에서 재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커넥트인’ 이라는 성매매 앱 이름을 피해자들과의 연결 (Connect)로 전유한 것은 가해의 도구를 연대의 언어로 뒤집은 주체적 행위이기도 하다. 그 러나 거대 조직과의 대결 서사가 전면에 나설수록, 성범죄의 일상성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위험도 있다. 피해자를 주체로 세운 드라마가 그 주체들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을까?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대한민국을 뒤흔들” 것에만 있지 않다. “왜 이때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걸까?” 라는 라영의 탄식이 향하는 곳은 카르텔 너머 성범죄와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폭력성 자체일 것이다. 그 폭력성을 뚫고 피해자의 시간을 다시 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피해자의 명예(Honor)다.

check point

<러브 미>(JTBC)에 이어 두 번째 스웨덴 드라마 각색이다. 국내 웹툰과 웹소설 드라마화에 이어 해외 드라마나 소설을 각색한 한국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 먼나라 사회의 정서와의 만남이 낯설 것 같지만, 현재까지는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것이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서사의 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