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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age]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김신록의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관람했 다. 원제에는 배우 이름이 붙지 않지만 이 리뷰에서는 배우의 이름을 굳이 명시하고 싶다. 김신록 배우가 <씨네21>의 필자여서는 아니다.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을 읽고 공연에 흥미가 생긴 건 맞지만, 만일 다른 배우의 공연을 보았다면 그의 이름을 서두에 언급했을 것이 다. 배우가 중요한 까닭은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1인극이기 때문이다. 한 배우가 수많은 배역을 오가는 극의 형식상 1인극은 오로지 배우의 실존으로 ‘플롯’을 구성한다. 1인이 16개의 배역을 오가며 그들 사이의 관계를 연기로 설득하고(16인 중 무작위로 2인을 뽑아도 120개의 조합이 나온다), 16개의 목소리를 고루 전하며 관객이 마음을 둘 구간을 안배해야 한다. 그래서 1인극은 배우의 독단이 정해진 이야기 내에서 구체적인 인과성을 부여하므로 배우가 속칭 개연성을 창조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키워드는 ‘생’(生) 이다.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던 청년 시몽 랭브르가 뇌사 판정을 받는다. 여전히 박동하는 젊은이의 심장을 두고 시몽의 부모, 응급실 전문 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심근염 환자 등이 24시간의 무반주 합창을 시작한다. 16인의 등장인물은 삶의 무게를 저마다 온전히 진 채 육신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절감하고, 일부든 전부든 결국 살아 있으므로 생의 다음 단계를 도모한다. 배우 김신록은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극 안에서 경이롭게 물결치고, 생의 치열한 잔해를 포말처럼 남겨둔 채 무대를 떠난다. 16인의 생을 나누어준 한 사람의 삶에 감동해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빠져나오며 심장에 가만히 손을 얹어보았다. 그리고 심박에 보폭을 맞추어 걸어보았다. 나를 살게 하는 모든 감각이 여분의 삶을 얻은 듯했다.

기간 1월13일~3월8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오후 2시·6시, 월 공연 없음

등급 초등학생이상관람가

사진제공 프로젝트그룹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