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본인이 휴전 협상을 언급하면서 이란 전쟁이 소강상태로 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트럼프 꼴좋다, 미국 꼴좋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낙 전 지구적으로 비호감이 된 트럼프이니 이런 반응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 사태를 트럼프의 황당한 변덕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심한 실패로 끝났다고 바라보는 “꼴 좋다” 서사는 중요한 몇 가지 지점들을 놓치고 있다.
첫째, 미국의 이란 공격은 트럼프 개인이 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전쟁 계획 자체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고, 미국의 오바마 시절부터 준비되어 바이든 시절까지 군사적 능력 구축으로 준비되어왔던 것이다.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 설계도 조사는 2009년에 시작되었고 바이든 정부 말기인 2024년 중반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요 시설 파괴를 위한 미사일 공격의 실전 훈련도 치른 바 있다. 물론 전쟁 계획과 준비는 여러 시나리오의 준비에 불과하며 그것을 트럼프처럼 실행으로 옮긴 것은 다른 문제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이후로 이란의 상황은 급변하였다.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 그리고 이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증폭되었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큰 타격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이란의 방공망도 노출되었다. 이러한 구조 변화를 전제로 했을 때 트럼프 말고 다른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이 없었을까? 물론 반사실적 가정이니 무의미한 질문이지만, 적어도 이번 전쟁을 트럼프 개인의 일시적 충동에 의한 전쟁이라고 보는 것이 일방적인 것임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삼아 이루어진다는 암묵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구적 차원에서의 석유 자본, 군수 자본, 빅테크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전쟁은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전쟁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초유의 사태로 유가는 고공 행진을 넘어 어디까지 나갈지 알 수 없으며, 군수 자본은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엄청난 액수의(어떤 이는 1조달러로 추산한다) 물량 수주를 따냈으며, 팔란티어를 위시한 빅테크들은 이제 수많은 나라들의 군사 안보 시스템과 관련한 큰 시장이 열리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는 이 나라들의 시스템이 영구적으로 종속되는 “록 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이 흑막에서 암약하여 이번 전쟁을 만들어냈다는 식의 음모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읽어내고 그 패턴의 논리적 구조에서 합리성을 찾아내는 사회과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당연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다. 미국 대통령을 바꾸면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까? 방금 말한 두 요소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확언할 수는 없다. 이번 전쟁을 어느 개인의 광대짓으로 축소해서 보는 시각의 한계이다. 이 요소들은 세계의 구조 전체가 변하고 있다는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해도에 없는 바다”로 세계는 들어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