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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샤이닝

소란스러운 세상을 경유해 도착한 집 문을 닫았을 때 가만히 나를 반기는 고요와 햇살을 만난 적이 있는가? <샤이닝>은 그런 드라마다. ‘반짝이는 고요’와 같다. 고3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장애를 가지게 된 동생과 함께 조부모가 사는 강릉 연우리에 도착한 연태서(박진영)는 전학 간 학교에서 모은아(김민주)를 만난다. 태서와 은아는 서로에게 햇살처럼 스며들며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지만 고단한 현실에 밀려 멀어졌다가, 10년 후 재회한다. 만남과 이별과 재회의 서사는 흔하지만, 같은 햇살일지라도 공간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듯 <샤이닝>은 그들만의 관계와 사랑의 역사를 보여준다. 두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는 ‘공간’이다. 태서는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현실에 발목을 잡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런 태서가 고른 직업은 규칙적인 일을 하는 전철 기관사다. 태서는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고요함과 닮은 사람이다. 반면 은아는 어디에서든 정착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고 즉흥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변화무쌍한 햇살을 닮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공존하기 어렵다. 공존하는 방식은 집 안으로 들어온 햇살을 가만히 받아들이듯 서로가 정착할 만한 공간이 되어주는 것.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삶과 사랑의 빛과 어둠을 만나게 한다. <샤이닝>이 그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은 독특하다. 설명이 들어갈 자리에 여백을 둔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 말을 했는지 친절하게 풀어주지 않는다. 공간이 비어 있어야 누군가 들어올 수 있듯, <샤이닝>은 서사의 빈곳을 통해 감정이 스며들 자리를 만든다.

CHECK POINT

마니아층을 형성한 <공항 가는 길>(KBS2)을 집필한 이숙연 작가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시청률은 낮다. 이숙연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애써 설명하지 않고 행간에 여백을 두는 작가다. <샤이닝>에서도 그 방식을 이어간다. 직설화법으로 ‘설명하는’ 시대에 가만히 ‘보여주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