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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개봉 영화 <올란도>

32년 만에 재개봉하는 <올란도>는 ‘오래된 고전’임과 동시에 ‘시의적절한 근작’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특한 시간성을 지닌 영화다. 199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고 2년 뒤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영국에서 온 두 신성, 지금은 살아 있는 전설인 감독 샐리 포터와 배우 틸다 스윈턴의 만남을 반겼을 것이다. 작품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젠더와 사회적 시선의 충돌을 제대로 응시한 텍스트가 영화사를 통틀어 얼마나 희소한 것이었는지를 말해준다. 이젠 <올란도>를 트랜스젠더 영화라 부를 수 있을까. 주인공 올란도(틸다 스윈턴)는 400년을 넘게 살며 남자의 몸에서 여자의 몸으로 한번 바뀐다. 그의 성별 전환은 현대 의학의 관점이 아닌 신화적 판타지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만, 육체의 변화와 함께 맞닥뜨리는 사회적 곤혹은 오늘날의 퀴어 경험들과도 공명하고 있다. 겹겹으로 온몸을 두른 귀족 남성 복식에서 벗어나 올란도가 자신의 낯선 유방과 골반, 성기를 응시하는 대목은 영화의 정점이다.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다는 듯, 그는 당혹감 대신 안도 섞인 깨달음을 얻는다. “같은 사람이야, 변한 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