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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클로징] 춤추는 대수사선

검찰의 잦은 수사 개시는 오랫동안 폐해를 불러왔다. 해법은 검찰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는 걸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검찰 전통이 미약한 나라를 뺀 34개국 검찰에는 수사권이 있다. 엔론 사태(미국), 록히드 사건(일본), 디젤 게이트(독일), 사르코지 정치자금(프랑스) 등은 검찰이 수사했다. 권력이나 자본이 연루된 사건은 법률가가 수사하고 수사 당사자가 공소 유지까지 하는 게 낫다(한국 역대 특검이 다 그랬다). 물론 선진국에서 검찰의 수사 개시는 일상적이지 않지만, 적어도 ‘수사 지휘’는 검사의 주업이다. 골키퍼가 골문만 지키는 게 아니라 앞의 선수들을 지휘하듯, 검사에게 기소와 재판을 대비한 수사 점검은 필수적이다. (준)사법적 통제가 약하면 정치권력이 수사를 끌고 갈 위험도 커진다. 검찰의 여러 권한을 다 줄이거나 없앨 것이 아니라, 청산할 것과 집중할 것을 분별해야 한다. 2005년 법학자 A가 낸 논문이다. “우리 경찰 수사의 현실에서, 공소의 책임자이자 법률가인 검사가 수사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체계를 폐지하는 것은 조급한 일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의 길은 분명했다. 수사 통제권 내지 지휘권은 지키고 수사 개시권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전개되었다.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다.”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 B가 발표한 정부 방안이다. 전 정권을 향한 수사가 한창이었다. 수사 개시권을 지킨 검찰 특수부의 힘은 더 커졌다. 반면 일반 형사사건에서 검찰은 수사 개시권은 물론 수사 지휘권까지 잃었다. 그런데 이듬해 법무부 장관 겸 피의자 C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다. “소수 특수부 중심으로 운영됐던 검찰 조직문화를 형사부, 공판부 중심으로 바로 세우고자 한다.” 기능이 대거 약해진 형사부가 무슨 수로 검찰의 중심이 되나. C는 B의 공언과는 반대로 특수부를 축소하면서도 형사부의 쇠퇴는 그냥 놔두었다. 그 결과 수사를 떠맡은 경찰은 등골이 휘고, 검찰은 경찰 수사의 허점을 신속히 수습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고통은 사건처리 지연과 검경간 핑퐁 속에 깊어지고 길어졌다. 그러나 그다음 등장한 정책은 검찰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2024년 정당 대표 겸 피고인 D는 공약했다. “검찰을 공소제기 및 유지의 기능만 행사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겠다.” 결국 검찰청은 올해 ‘공소청’으로 바뀐다. 보완 수사권마저 없어지면 저 공약대로 된다. 이미 아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A·B·C·D는 한 사람(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이다. 일구이언과 적반하장이 널을 뛰는 동안 꼿꼿한 원칙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저서 <얼굴 없는 검사들>에서 “검찰 밥상 걷어차기”에 나섰던 변호사 최정규. 이미 수사의 99%는 경찰이 하고 있다며, 수사권이 아니라 검찰의 막강한 기소 독점을 겨누었다. 공익 전담 변호사 김예원과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피해자와 함께한 경험들을 들어 ‘재판에 임할 검사가 수사를 통제하고 보완하는 건 당연하다’는 이치를 알려왔다. “사건은 회의실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야! 현장에서 일어나는 거야!”(<춤추는 대수사선>) 이 사회는 피해자와 인권변호사보다 회의실(‘범행 현장’의 장본인들도 섞인)을 더 존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