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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통의 감각’을 잃지 않은 채, <사토상 사토상> 배우 기시이 유키노

11회를 맞은 ‘2026 재팬무비페스티벌’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개봉 이후 오랜만에 공식 내한한 배우 기시이 유키노가 신작 <사토상 사토상>에 관해 한국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2살, 사치(기시이 유키노)는 ‘사토’라는 같은 성을 지닌 타모츠(미야자와 히오)와 연애를 시작한다. 10년 가까이 사법고시에서 미끄러지는 타모츠 대신 변호사가 되어 가장 노릇을 하면서도 퇴근 후 집안일과 아이까지 돌보는 것이 사치의 일과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케이코보다 밝지만, 이미 지쳤고 때로 외로워하는 워킹맘의 감정을 기시이 유키노는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

- <사토상 사토상> 대본의 첫인상은 어땠나.

사치와 타모츠가 부부가 된 뒤로 아이가 태어나고 가족을 이루는 상황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두 커플은 영화가 상영하는 2시간 내내 싸우고, 충돌하고, 헤어지고, 화해하는 일을 반복한다. 아직 부부 생활을 영위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모든 일이 굉장히 극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부모님을 통해 경험한 부부의 서사가 사치와 타모츠처럼 굴곡이 많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개봉한 후 작품이 현실적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그간 내가 부부관계를 정말 잘 몰랐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 잘 모르는 부부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참고한 게 있는지.

<사토상 사토상>은 아마노 지히로 감독님과 각본가님이 공동으로 쓰고 만든 작품이다. 두분의 실제 과거 경험이 바탕이 됐기에 크랭크인을 준비하는 동안 부부의 관계와 일상에 관해 매일같이 질문하며 깊게 파고들었다. 그때 들은 것들을 토대로 상대역인 미야자와 히오 배우와 관계의 형태를 잡아갔다.

- 워킹맘인 사치는 최선을 다해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나가지만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있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그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

사치는 아주 파워풀한 여성이다. 애초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것도 타모츠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서였는데 한번에 합격하지 않았나. 목표한 바가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사치가 행동파라면 타모츠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오래 생각하느라 시작이 늦는데 실제의 나는 타모츠에 가까운 성격이다. 그래서 사치를 연기하기 위해 저돌적인 에너지를 잘 드러내려 했다.

- 사치의 22살부터 37살까지, 한 인물의 15년을 그려냈다.

극의 중반까지는 16mm 필름으로 찍고 이후로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다는 것, 그리고 사치의 나이에 따라 외형이 변화한다는 것은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 나는 지금 34살이지만 20살부터 현재까지 그리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갑작스레 연기톤에 변화를 주는 건 오히려 과장돼 보일 것 같았다. 대신 오래 부부 생활을 하며 타모츠를 대하는 사치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고심했다. 대하는 태도를 바뀌는 건 비단 사치뿐만 아니라 타모츠도 마찬가지였다. 관련해 미야자와 히오 배우와 따로 상의도 했나.리허설을 엄청 많이 했다. 가령 둘이 싸우다 타모츠가 스카프를 던져 샴페인 잔이 깨지는 장면 등의 호흡을 자주 맞췄다. 실제 촬영은 리허설처럼 진행되진 않았는데 시간을 넉넉히 들여 사전 준비를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역할을 잘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

- 대하는 태도를 바뀌는 건 비단 사치뿐만 아니라 타모츠도 마찬가지였다. 관련해 미야자와 히오 배우와 따로 상의도 했나.

리허설을 엄청 많이 했다. 가령 둘이 싸우다 타모츠가 스카프를 던져 샴페인 잔이 깨지는 장면 등의 호흡을 자주 맞췄다. 실제 촬영은 리허설처럼 진행되진 않았는데 시간을 넉넉히 들여 사전 준비를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역할을 잘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

- 여러 인터뷰에서 싸우는 신들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뽑았다. 그 신이 왜 기억에 남던가.

리허설 때와 실제 촬영장에선 끓어오르는 감정의 온도가 완전히 다르더라. 물론 현장 분위기는 온화했다. 그러다 싸우는 신의 촬영이 시작되면 서로 스파크가 튀고 컷 사인이 나자마자 “안 아팠어? 미안해”라는 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 온도의 낙차가 인상 깊었다. 순간의 연기를 위해서 우리가 계속 에너지를 쌓아두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 앞서 말한 대로 사치는 상당히 강인한 여성이다. 그래서 그가 눈물을 보이는 두 신이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는 옛 회사 동료인 시노가 아기를 낳았다고 연락했을 때 축하해주면서도 혼자 눈물을 참는 장면, 다른 하나는 결말부 신이다. 그 두 신에서 사치가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해석했나.

첫 장면에선 사치의 마음이 복잡했을 것이다. 시노는 전 직장 동료로 사치에게 이혼 상담도 했던 사람이다. 수많은 일을 경험하고도 조금씩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사치는 본인만 계속 제자리라고 느꼈을 것이다. 타모츠가 사법고시를 그만두고 귀향하고 싶어 했던 것처럼 본인도 하고 싶은 일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걸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데도 말이다. 두 번째 장면을 촬영할 때 37살이 된 타모츠의 모습을 처음 봤다. 아주 당당하고 과거는 다 정리한 채 새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내가 네게 어떻게 해줬어야 했던 거야?’라는 분한 감정이 올라왔다. 사치만 후퇴한 채 혼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말부에 두 사람이 항상 부르던 노래를 사치 혼자 부르는데, 그때 내가 너무 북받쳐서 가사 한 군데를 빠트렸다. 그런데 나중에 최종 편집본을 보니 내가 빠트린 부분에 타모츠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더라. 감독님이 후반작업을 하며 이거다 싶으셨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서사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 <사토상 사토상> 촬영을 마친 뒤 가족이나 여성의 삶에 관해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

결혼이,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체감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감정 다툼이 이렇게 큰 파도가 되어 내게 몰아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최소한 나는 누가 화장지를 사올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 남과 싸워본 적은 없으니까. 관객들이 영화가 리얼하다는 후기를 들려줘서 결혼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일상이구나 싶었다. 그게 가장 큰 발견이다.

-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를 매번 잘 구현해준다는 인상이다.

생각해본 적 없는데 듣고 보니 그런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케이코를 연기할 때도 캐릭터의 일부가 나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를 바탕으로, 맡은 캐릭터와 나의 교집합을 발견해나가면서 연기하곤 한다. 영화들도 대체로 생활 밀착형 영화들을 좋아한다.

- 영화 보는 게 취미라던데 최근 재밌게 본 작품을 하나 소개해준다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블루 문>. 에단 호크가 작사가 로렌츠 하트를 연기하는데 한 공간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차분히 진행되면서도 리듬이 살아 있는 최고의 영화였다.

- 삶에서 ‘보통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이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노력하는 게 있다면.

일상을 잘 감지하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의 커튼을 열고 햇살을 쬐고 산책하며 길가의 소소한 풍경을 인지하는 생활을 좋아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럭셔리한 생활보다는 이런 삶이다. 노력해서 이뤘다기보다는 그런 시선과 태도가 당연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지 꽤 됐다.

- 몇년 전 <여백>이라는 포토 에세이를 발간했다. 여전히 일상의 순간을 사진이나 글로 기록하나.

어디에 기고를 하진 않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다.

- 언젠가 새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들던가.

(고개를 저으며) 부끄럽다. 아마 내지 않을 것 같다. (웃음)

- <사토상 사토상> 외에 또 어떤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모든 한밤의 연인들>(가제)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주연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한밤중의 빛을 공들여 촬영한, 빛을 가두어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나는 교열 일을 하는 후코를 연기했다. 멜로이긴 하지만 대단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영화다. 그렇지만 관객들이 언젠가 내 삶에 후코와 같은 순간이 있었다고 공감하며 몰입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