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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간과 비인간 세계의 간극을 겸허하고도 경이롭게 탐구한다, <침묵의 친구>

1908년, 마르부르크대학교 최초의 여성 입학생 그레테(루나 베들러)는 식물학과에 발을 들이지만, 교수와 동료 남학생들의 조직적 배제에 직면한다. 1972년, 반문화의 열기 속에서 내성적인 남학생 한네스(엔조 브룸)는 기숙사 이웃 여학생이 키우는 제라늄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식물에 대한 관찰이 감각적 각성과 인간적 유대로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2020년, 홍콩 출신의 신경과학자 토니 웡(양조위)은 영아의 인지발달을 연구하기 위해 마르부르크에 도착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텅 빈 캠퍼스에 고립된다. 세개의 시간대, 세명의 인물 곁을 통과하는 존재는 1832년에 심어져 한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다. 겸손의 미학이자 과학적 경이의 영화가 요구하는 것은 관객 역시 식물의 시간성에 자신을 맞추는 것, 즉 느림의 리듬에 기꺼이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