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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떤 장르여도, 어떤 사랑 이야기여도 좋다 - <살목지> 배우 이종원

흉흉한 소문이 감도는 저수지 살목지에서 정체 모를 형체가 찍힌 것을 발견한 로드뷰 촬영팀은 재촬영으로 그곳에 발이 묶인다. 기태(이종원)는 늦은 밤 촬영 장비가 필요해진 수인(김혜윤)에게 도움을 주러 살목지로 향하던 중 행방이 묘연했던 선배 교식(김준한)이 저수지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2017년 모델로 데뷔해 웹드라마 <고, 백 다이어리>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이종원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금수저>, <밤에 피는 꽃> 등에서 안정적 연기로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 4월8일 개봉한 공포영화 <살목지>에서 기태 역을 맡아 첫 영화의 주연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이종원을 만나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사진제공 쇼박스

- 로맨틱코미디, 메디컬드라마, 사극, 청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 경험을 쌓아왔다. 첫 영화 출연작으로 공포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해온 건 맞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공포물에 자연스레 욕심이 생겼다. 영화와 드라마는 제작 환경에서부터 많은 것이 다르지 않나. 공포 장르로 영화에서 첫 발디딤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 여겼다.

- <살목지>의 시나리오를 읽고 난 소감은.

저녁에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깊은 밤이었다. 아마 그 시간대가 주는 효과도 있었을 거다. 많은 장면이 바로 상상이 될 정도로 몰입이 됐고 대본에 강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악몽을 꿨다. 글만 읽어도 악몽을 꿀 정도인데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관객이 재미있게 볼 무서운 영화가 나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조건 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었다.

- 악몽은 어떤 내용이었나.

평소처럼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는데 차가 안 나가는 거다. 차에서 내려 살펴보는데 바퀴 덮개와 바퀴 사이에 어떤 여자의 얼굴이 끼어 있었다. 그걸 보고 완전히 얼어붙었다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허둥대다 다시 보니 얼굴이 없어졌고 돌아보니 그 여자가 내 뒤에 서 있는 꿈이었다. 대본만 보고도 악몽을 꿀 정도로 뭔가를 본 뒤에 잔상이 오래 남는 편이다. 그래서 <살목지>를 촬영하면서도 무서운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촬영할 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 평소에는 어떤 장르의 작품을 주로 보나. 공포물은 잘 보지 못하는 관객이겠다.

원체 겁이 많아 공포 관련 콘텐츠나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그래도 공포영화 중에 좋아하는 영화로 <알 포인트>를 항상 꼽는다. 극한까지 내몰린 인간의 정신을 다룬 점이 좋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처럼 과거 어느 시대를 재현한 영화도 굉장히 좋아하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챌린저스>도 재미있게 봤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도 영화관에서 관람할 기회가 되면 꼭 챙겨보는 영화다.

- 기태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기태는 서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등장하지만 적지 않은 비중을 지녔다. 장르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침착함을 유지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며 만들어갔나.

기태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고 바로 직진하는 인물이다. 수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전해듣고 고민 없이 바로 현장에 달려갈 정도다. 침착하게 혹은 놀라지 않으려고 애쓰는 부분들은 사실 상대역인 수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인물들처럼 공포스러운 장면을 목격했을 때 직관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수인을 지키려는 듬직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침착함과 놀란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 <살목지>는 이상민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자 김혜윤 배우의 첫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서로의 처음인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시너지를 주고받았겠다.

작은 조연으로 시작해 단계별로 역할의 크기를 키우며 영화에 출연한 게 아니라 첫 영화부터 기태라는 중요한 역할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이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감독님과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카톡으로 질문했다. 현장에서도 혜윤 배우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감독님의 껌딱지처럼 붙어다녔다. 이전 작품과 다른 경험 중 하나가 이처럼 대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 <살목지>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 기태에 관해 뭐가 그렇게 궁금했나.

조금 우습게 들릴 수 있는데 기태가 수영을 잘하는지에 관한 게 내 첫 질문이었다. 저수지에서의 수중촬영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큰 만큼 걱정도 컸고 또 욕심도 났던 장면이다.

- 잠깐 드러나는 동작인데도 움직임이 날렵하고 헤드업 자유형도 능숙해 보인다. 수중 세트장에서 받은 훈련은 어땠는지.

물놀이는 좋아해도 수영은 아예 할 줄 몰랐다. <살목지>출연을 기회 삼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수심 5, 6m까지 내려가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총 3개월간 일주일에 두번, 파주의 훈련장에서 세 시간씩 훈련받았다. 처음엔 산소통을 메고 들어갔다가 오리발, 마스크 같은 장비를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고 나중엔 프리다이빙하듯 장비 없이 들어갔다. 물 아래로 내려가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한다. 명상에 잠기듯 마음을 가다듬으면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는데 그게 무척 신기했다.

- 후반부 저수지 수중 신은 꽤 길다. 실제 촬영은 어떻게 이뤄졌나.

생각했던 것보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가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미흡하면 대역을 써서 촬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앵글을 다양하게 잡을 수 없다. 나 역시 수중 신에 큰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지상 촬영보다 영혼을 더 갈아넣어 임했다. 수중 장면에서 드러나는 기태의 필사적인 감정이 내가 이 장면에 가진 욕심과 맞아떨어졌고, 기태의 긴박한 감정신을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비칠 수 있었다.

- 드라마 현장과의 차이를 체감한 것이 있다면.

영화 현장이 처음이라 그런지 촬영 테이크를 확인할 때 스스로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플레이백을 볼 때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전부 신경 쓰였다. 첫 촬영 신이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저수지 장면이었는데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가면서 큰일 났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너무 걱정됐는데 다행히도 나중에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현장에 적응을 잘했다고 말해주셨다.

- 첫 영화에서 시도하고 싶었거나 추구하고자 한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살목지>는 목표가 뚜렷한 공포영화고 기태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단순해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 역할과 영화 안에 내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다. 같은 표현을 계속 쓰는 것 같은데 정말로 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욕심이 났다. 이종원이라는 배우는 어떤 옷을 입혀도 어색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었고 제일 듬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살목지>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 현재, 배우로서 또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평범하게 동네 사람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의 생활감이 묻어나는 톤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또 아주 순수한 순백의 사랑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데, 그의 영화에서 매번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극장에 달려가 보곤 한다. 사실 <살목지>의 기태도 사랑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수인에게 달려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르여도, 어떤 사랑 이야기여도 좋으니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다룬 작품을 만날 기회가 있길 바란다. 연기 욕심이 많아서 영화와 드라마 모두 잘해내고 싶다. 이제 막 첫 영화를 마쳤으니 앞으로도 계속 연기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