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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 장소의 소멸과 동지들의 황혼이 겹칠 때, <마지막 야구 경기>

오랜 시간 아마추어 선수들의 격전지였던 야구장이 새 중학교 부지로 선정된다. 철거를 앞두고 열린 최후의 시합. 양팀은 끝을 의식하되 늘 그래왔듯 창의적으로 황당한 플레이를 이어간다. 싱거운 농담 사이로 삶의 비밀스러운 잠언들도 고개를 내민다. 그중 하나가 원제인 ‘이퍼스’(eephus)와 관련된다. 위력은 없지만 타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으로 목적을 다하는 느린 공처럼, <마지막 야구 경기>는 삼삼한 풍미를 자랑한다. 생중계를 보는 듯한 전개, 스리슬쩍 뭉개지는 위기, 중장년의 회한이 밴 결말이 긴 하루에 녹아 있다. 한 장소의 소멸과 남성 무리의 황혼이 맞물리는 동안 그라운드 안팎의 이웃들까지 살갑게 품는 이 영화에는 지난 2월 작고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이 라디오 속 목소리로 찬조 출연하기도 했다.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