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기쁜 일은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반으로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답게 전개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토’라는 똑같은 성을 가진 사치(기시이 유키노)와 타모츠(미야자와 히오) 커플에게 긴 시련이 주어진다. 사건은 타모츠의 사법시험 불합격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씨 좋은 사치는 동거인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고자 직장 생활을 하는 와중에 고시 공부를 병행하는데, 그러다 덜컥 합격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기쁨과 슬픔의 덧셈 뺄셈을 정확히 헤아릴 수 없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둘의 본격적인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생기지만 타모츠의 수험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엇나간다.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현실이 되는 걸까. 그리고 <사토상과 사토상>은 그 어떤 로맨스영화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영화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그 어떤 커플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을 만한 디테일한 대사들이 쏟아진다. 특히 이성애 관계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남성 사이에서 나올 상황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에, 영화는 이야기에 극적 서사를 부여하기보단 순간순간을 깊이 파고드는 전략을 선택한다. 온종일 밖에 있다 집에 돌아온 사람은 하루 내내 집을 지키고 있던 사람의 고충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둘은 처음엔 사소한 것으로 싸우고 쉽게 풀곤 하지만 타모츠의 오랜 수험 생활은 끝내 두 사람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영화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설정과 대사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두 인물이 느끼는 난처함을 경험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토상과 사토상>은 사랑의 달콤한 면을 보여주는 로맨스영화라기보다는 극심한 경쟁사회의 무서움을 말하는 섬뜩한 스릴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어떤 커플도, 그 어떤 사랑도 이 현실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노 지히로 감독은 극을 인물들의 나이로 막을 나누어 진행하는 것을 선택하는데, 숫자가 변화할 때마다 급격히 달라져 있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버티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가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이 제3자인 우리에겐 잘 느껴지지만, 당사자들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비극일 것이다.
두 주연배우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영화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 눈과 귀를 사로잡은 복싱 리듬을 보여준 바 있는 배우 기시이 유키노가 이번 영화에선 미야자와 히오 배우와 날 선 대화를 주고받는다. 주도적이고 행동이 앞서는 사치, 그리고 그 반대의 성향을 가진 타모츠의 15년간의 세월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다소 노골적이고 예측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지만, <사토상과 사토상>엔 누군가들의 진짜 시간이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CLOSE-UP
“양육비 낼 수 있어?” 마침내 두 사람이 건너선 안되는 강을 건너는 순간에 나오는 가장 날카로운 대사다. 영화 초반, 수줍음에 서로를 잘 쳐다보지도 못하던 그들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화는 인물들의 시간대에 맞춰 다른 촬영 기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극의 시대 분위기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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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커플에 대해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영화다. <결혼 이야기>에선 커플이 변호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만, <사토상과 사토상>에선 당사자들의 직업이 변호사이기도 하다. 변호사인 커플이 직접 나누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