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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존 정치 다큐멘터리와 확연히 다른 스타일리시, <란 12.3>

<란 12.3>은 한국영화계의 대표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신작으로 그의 첫 다큐멘터리다. 영화 전반에 12·3 내란을 실시간으로 볼 때의 답답함과 긴장감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선명히 드러나 있다. 감독은 이를 위해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기까지의 시간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했다. 그다음 현장감을 살리려 내레이션과 인터뷰 등 사후적인 자료를 제외했으며 현장 영상 중심으로 화면을 배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파트너로 활동했던 조성우의 음악을 따라서 푸티지를 빠른 리듬으로 연결해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다만 영화 속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관한 풍자는 신선하기보다는 기존의 정치적 밈을 답습하는 차원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란 12.3>의 핵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감독의 실험정신이다. 계엄을 주도했던 내란 세력의 음모를 무성영화 스타일의 자막으로 그려냈고 분할화면을 동원한 애니메이션과 생성형 AI 이미지 등을 삽입하며 맥락을 보충한다. 만화와 게임을 오가는 비주얼과 현장감이 기존 정치 다큐멘터리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 생성형 AI 활용이 흠이 있더라도 어색하지 않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