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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로맨스의 절댓값

무림여고 2학년 여의주(김향기).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밤이 되면 웹소설 작가로 변신한다. 그런 의주 앞에 어느 날 ‘꽃 미남’ 선생님 4명이 부임하고, 의주는 우연히 엿들은 그들의 대화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선생님들을 주인공으로 한 BL(Boy’s Love) 소설 ‘우린 친구였어’를 쓰기 시작한다. 별기대 없이 공개한 1화가 기대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기뻐한 것도 잠시, 하필이면 꽃미남 선생님 중 의주와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까칠한 담임 가우수(차학연)에게 들키고 만다. <로맨스의 절댓값>(쿠팡플레이)은 발칙한 상상력과 약간의 똘끼를 가진 의주를 중심으로 한 귀엽고 유쾌한 ‘학원명랑물’이다. 이 드라마의 ‘강점의 절댓값’은 ‘명랑’에 있다. 근래 드라마 속 학교는 계급사회의 축소판이거나 폭력의 최전선, 좀비나 괴물이 판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서울 중심이었다. 그런 학원 물의 대세를 거슬러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싱가포르에서 온 교환학생과 파자마 파티를 하고, 성적 때문에 울고 웃는 청소년이 나오는 명랑한 학원물이라니. 존재만으로 반갑다. 물론 대세를 거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30 분을 넘지 않는 짧은 분량에, 한회를 3~4개의 에피소드로 나눈 구성은 ‘숏폼’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꽃미남 선생님들을 주인 공으로 한 BL 창작물은 10대라면 눈이 번쩍 뜨일 콘텐츠가 아닌가. 물론 ‘중년’도 몰입하게 했다. 평소에는 귀엽고 순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야무진 의주를 닮은, 짧지만 알찬 드라마다.

CHECK POINT

<손해 보기 싫어서>(tvN)에서 19금 웹소설 작가의 <사장님의 식단표>가 극중극으로 등장하듯, 의주의 소설 ‘우린 친구였어’도 집필 과정이 드라마 안에서 펼쳐진다. 교실에서는 권위 있는 담임이, 원고 안에서는 의주의 의도대로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가 된다. 선생님과 제자의 위계가 창작자와 인물의 관계로 전복되는 이 구조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