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각종 미디어를 취재하기 시작한 지 수십년. 백인을 제외한 소수인종의 다양한 얼굴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바람은 여전하나 아직도 충분하진 않다. 빈도는 증가했지만 제작진이 당사자성을 가지지 않은 경우 캐릭터 묘사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A24의 <더 드라마>가 좋은 예다. 아리 애스터 제작,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의 연출자는 노르웨이 출신의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이다. 스포일러를 피해 쓰자면 보글리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특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데, 문제의 중심엔 흑인 여성 에마(젠데이아)가 자리한다. 이 문제는 그간 영화계에서 젊은 백인 남성주인공이 마주했던 위기다. 에마는 술김에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후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문제의 중심을 유색인종으로 설정했다면 그에 걸맞은 설명이나 이해의 여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데 <더 드라마>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칠 뿐 피상적으로 접근해 주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에마의 선택엔 이유나 맥락, 혹은 변명조차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 반면 백인 남성인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에마의 고백으로 인해 겪는 영향과 불편함, 거북함 등 다양한 심경의 변화를 드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받는다.
감독의 결정을 미러링이라 두둔하는 이들도 있으나, 또 다른 평론가들은 이미지 개선이나 상업적 목적을 위해 외적 다양성만 추구하는 ‘코스메틱 블랙니스’라고 혹평했다. 흑인 여성배우로 여러 제약을 뚫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젠데이아에게 이같은 논의가 아직도 드리워야 할까. 감독이나 제작자가 누구든 캐스팅 결정과 이에 부여된 서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드라마>는 2800만달러가 소요된 저예산 작품으로, 4월27일 미국 내에서는 4400만달러의 수익을 넘었고, 세계적으로 1억달러를 넘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