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지옥의 입구인가, 출구인가. 공업고등학교 재학생 히데미(미나미 사라)는 하굣길에 교정을 빠져나오며 자문한다. 학교에서는 잘나가는 동급생에게 자리를 빼앗겨 바닥에 주저앉는 신세고, 집에서는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마주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히데미에게 숨 쉴 구멍이 있다면 그건 바로 랩이다. 종종 공터에서 동료들과 프리스타일 사이퍼를 주고받으며 거친 말을 내뱉는 그의 앞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프로듀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달콤한 제안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낳는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히데미가 사고를 기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두 친구가 합류하면서, 영화는 익숙한 학원물에서 청춘 누아르의 모습을 갖춘다. 1999년생 작가 나미키 도의 소설이 원작인 <올 그린스>는 히데미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열어 상처 많은 소녀의 생애로 관객을 접속시키더니 순식간에 그와 유사한 심경으로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을 불러모은다. 대책이 없을지언정 여기 아닌 어딘가로 나아가겠다는 결심만큼은 진심이라서, 그들이 발하는 시너지는 치기마저 용기로, 혈기조차 끈기로 바라보게 한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리뷰] 치기마저 용기로, 혈기조차 끈기로, <올 그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