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가 세상을 떠났을 때, 20여년을 기다려온 협업은 시작도 전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탄츠테아터 부퍼탈 단원들은 슬픔의 끝에서 빔 벤더스 감독을 설득해낸다. 생의 감각으로 충만한 몸짓은 죽음을 영원한 단절이 아닌 또 다른 만남의 계기로 전환시킨다. 한강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피나>는 영화가 타 예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울림을 영화적 언어로 재구성한 모범적인 사례다. 빔 벤더스 감독의 다정한 시선은 무용수들의 경이로운 에너지와 공명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피나의 예술 세계를 스크린 위에 옮겨놓는다. 카메라는 무대와 부퍼탈의 풍광을 가로지르며 남겨진 이들의 숨소리를 따라 무용과 연극 사이의 틈에 영화를 새겨 넣는다. 굳이 서사의 흐름을 좇을 필요는 없다. 쉬이 번역되지 않는 몸짓을 언어로 포착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언어가 닿지 못한 자리에는 무용수 개개인의 특성이 또렷이 새겨진다. 규격화된 ‘칼군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각자의 고유성을 긍정하며 쌓아 올린 움직임이 뿜어내는 생경한 활력에 기분 좋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리뷰] 재개봉 영화 <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