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여고 교생 은경(한선화)은 모교에 부임해 감개무량하다. 첫 출근날, 변함없는 교정을 걷고 옛 담임의 반까지 맡아 의욕이 솟지만 과한 열정 탓에 주의가 필요한 인물로 찍히고 만다. 앞으로는 몸을 사리겠다고 다짐한 것도 잠시, 빨간 망토를 걸치고 다니는 세 학생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학생들의 정체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 소라’. 동아리원 ‘아오이’ 지수(홍예지), ‘리코’ 샛별(이여름), ‘하루카’ 민지(이화원)는 전국 모의고사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들이다. 학생들이 요괴 이다이다시(유선호)에게 영혼을 바쳐 정답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은경은 제자들 걱정에 이다이다시를 직접 만나기로 한다.
<교생실습>이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아메바 소녀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설명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김민하 감독은 첫 번째 작품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을 쓸 때부터 시리즈화를 염두에 두고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입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고생들의 호러 코미디’라는 컨셉 아래, 하교 직전의 교실처럼 산만하고, 10대의 종잡을 수 없는 에너지가 이 시리즈의 고유한 개성이다. 첫편이 학생과 귀신의 숨바꼭질이었다면 이번 편의 게임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4층 교무실에 있는 이다이다시를 만나기 위해 각층 귀신들과 대결하는 방식이다. 은경과 흑마술 동아리 학생들은 1층 언어 귀신, 2층 수리 귀신, 3층 외국어 귀신을 차례로 만나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른다.
이 과정이 무서울까봐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눈을 감아야 할 정도의 잔혹한 장면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점프스케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밤의 학교를 놀이공원의 꼬마전구 같은 조명이 밝히고, 극한상황에서도 경보하듯 걷는 인물들을 떠올리면 이 영화의 분위기선생님이 주인공인 영화에 <스승의 은혜> 노래가 빠질 수 없다. 극 중에서 노래는 성격 그대로 사제지간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예상 밖의 강력한 무기로 기능하기도한다. 록 발라드로 편곡된 버전을 들으면 어깨가 저절로 들썩일 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훈장, 피에로 등의 메인 귀신은 차림새부터 어딘가 가엾고, 이들의 무기란 힘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회초리와 뿅망치다. 아저씨 귀신이 애교 섞인 말투로 아재개그를 던질 때 싸해지는 분위기가 어쩌면 이 영화의 최강 공포인지 모른다. 교실 스피커에서 영어 듣기평가가 흘러나오고, 귀신이 태연하게 모의고사 시험지를 채점할 때는 익숙해서 더 오싹하다. 중간중간 상황을 픽셀 게임처럼 장난스럽게 구현할 때면 영화의 장단에 맞춰 두손을 볼에 대고 “꺅” 소리를 질러야 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교생실습>이 마냥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다이다시’라는 캐릭터에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맥락이 스며 있고, 경쟁사회와 추락한 교권 속에서 학생과 선생의 인권, 사제 관계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이 왜 성적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놓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미래세대에 대한 김민하 감독의 깊은 관심이 엿보인다. 지극히 ‘부천스러운’ 개성을 지닌 <교생실습>은 2025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으며, 한선화는 같은 부문의 배우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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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주인공인 영화에 <스승의 은혜>노래가 빠질 수 없다. 극 중에서 노래는 성격 그대로 사제지간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예상 밖의 강력한 무기로 기능하기도한다. 록 발라드로 편곡된 버전을 들으면 어깨가 저절로 들썩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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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이 이어폰을 끼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한 소리 하는 순간,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 선생(공효진)이 떠올랐다. 물론 은경은 미숙처럼 얼굴이 빨개지지도, 사랑에 속앓이하지도 않는다. 그처럼 웃기며, 응원을 부르고 이상하게 멋진 인물이다. 전방향으로 뻗쳐나가는 에너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영화 자체도 닮은 구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