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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 정상화에 대한 요구 이어져

영화인연대-영진위 비공개 간담회 열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영화인연대가 5월8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4월27일 영화인연대가 한상준 영진위 위원장을 비롯한 9인의 위원에게 직무 무능에 대한 책임을 묻는 ‘5대 공개 질의서’를 발표한 후, 같은 달 30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상준 위원장을 비롯한 본부장급 직원들이 영화인연대와 가진 간담회 직후 성사된 자리다. 이날 간담회는 영진위의 9인 위원회 중 8인과 주요 실무진이 배석했다.

영화인연대는 2024년 윤석열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발족한 단체다. 이들은 한상준 위원장과 영진위 위원들이 영화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성토하며 이후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의 운영 파행 등 영진위의 운영 미비를 적극적으로 지적해왔다. 영화인연대는 질의서와 1차 간담회에서 영진위가 한국 영화산업을 대변하는 주무 기구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 영진위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정책 생산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패싱’ ▲ 미디어 통합 거버넌스 개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진위가 파악하는 영화계의 지향 ▲ 든든의 파행 방치와 홀드백 6개월 의무화 법안에 대한 입장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1차 간담회에서 한상준 위원장이 보인 미온적 반응으로 인해 2차 간담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실무 계획이 도출되길 기대했다.

주요 현안들은 여전히 답보 상태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인연대의 입장에선 2차 간담회가 큰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영화인연대의 질의서를 토대로 영진위 거버넌스의 전문성과 소통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오갔지만, 영화인연대는 여전히 “9인 위원회가 영화계의 절박한 요구와 문제의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9인 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로 구성된 현행 영진위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현안 논의 과정에서 주 당사자인 영화인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영화인들과 현안을 두고 긴밀히 소통해온 실무진과 달리, 위원들은 기관 내부 소통의 단절을 드러내듯 현장의 요구나 정부 미디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설명이다. 이들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것은 ‘영진위 패싱’ 논란이다. 영화인연대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영상진흥기본법의 제·개정 논의를 비롯해 넷플릭스 등 OTT 중심의 뉴미디어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문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거버넌스 개편 논의 속에서 ‘영화’의 자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라고 밝혔다.

영화인연대는 영진위가 이같은 문제에 대해 충분한 자성이나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영진위의 리더십이 여전히 현실 인식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하 영화인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30일 첫 간담회 당시 한상준 위원장이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말해 영화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는데, 8일 간담회에선 ‘소통이 부족했다’고 입장을 바꾸며 문제를 일부 인정했다”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패싱 사례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 우리는 문제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식의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무진은 정부 정책 방향이나 현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음에도 그 정보가 윗선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미디어 거버넌스 통합 논의 과정에서 영진위가 사실상 배제된 듯한 상황에 대해 간담회 당일 영진위측이 직접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체부가 강한 미디어 통합 의지를 드러낸 첫 번째 자리에는 이동하 대표가 참석했고,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2026 제1차 방송영상리더스포럼에도 영진위 연구 경험이 있는 국민대학교의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라며 “영진위는 이를 근거로 거버넌스 논의에 영화계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영진위 혹은 영화의 자리는 부재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영진위측은 패싱으로 비치는 사태가 ‘방미통위 등 타 부처가 OTT를 포함한 미디어 통합 논의를 서두르자, 문체부가 이에 서둘러 대응하다가 발생한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간담회에서 제기된 여러 현안 역시 여전히 답보 상태다. 영진위의 든든 운영 파행 문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동하 대표는 “영진위가 영화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상급 기관을 설득하기보다 행정 논리에 순응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그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이미 자문위원회에서 든든 지원 중단 문제를 보고받았음에도 정작 영진위 위원장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라며 “기획재정부나 문체부 차원에서 막혀 있는 구조적 문제를 조율해야 할 영진위 리더십 대신 영화인들이 직접 소통 창구를 뚫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영화인연대는 이번 사태를 대표적인 ‘행정 참사’로 규정하고 있다. 든든 설립의 역사적 배경과 영화계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달청 경쟁 입찰과 최저가 입찰 방식을 획일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행정 전문성을 갖춘 영진위가 새로운 행정 모델을 제시하며 상급 기관을 설득해야 함에도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이어진 감사 등의 여파로 영진위 내부가 위축된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영진위가 가진 행정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장은경) 홀드백 문제 역시 제자리걸음 중이다. 최휘영 장관은 5월6일 홀드백 관련 민관 협의체 출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에 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현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2023년 홀드백 논의를 위한 민관협의체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변수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영진위는 현장의 개선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관협의체 발족 같은 중요한 사안조차 당사자들에게 사전에 공유되지 않아 문체부 장관의 SNS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영진위가 업무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묻기 전에는 설명하지 않고 문체부 지시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방어적인 소통 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공식 소통 창구를 새롭게 마련해야

영화인연대는 영진위의 여러 기능 부재를 강하게 꼬집으면서도 이번 문제 제기가 단순한 알력 다툼이 아니라 “영진위의 기능 정상화에 대한 요구이자 기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간담회 당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영화인과 영진위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영진위 위원들의 전문성 한계와 공공기관 위원이라는 위치가 지닌 구조적 제약 역시 일정 부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영화인연대는 무엇보다 문제 해결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심폐소생과 큰 결단이 필요한 시기에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거버넌스 개편 등에서 영화계가 완전히 소외될 수 있”(이동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깔아주어야”(이화배)하며 “단순히 테이블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목소리가 작은 창작자와 영화인들의 편에 서주는 정책적 의지와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장은경)라는 바람이 다수의 영화인들로부터 공통으로 등장했다. 한편 영진위는 “영화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영화인연대에 정책 테이블을 제안했”고 “향후 9인 위원회 차원의 영화계 공식 소통·논의 창구를 새롭게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씨네21>에 보내왔다. 영진위는 15일 금요일까지 구체적인 운영(안)과 세부 일정을 영화인연대에 제안할 예정이며, 영화인연대는 개선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대응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