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커스] 영화 정책 고민하는 공간과 시간 필요하다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미션 시네마: 서울시 영화정책 제안’ 포럼

시네마테크 ‘아스날 키노’의 스테파니 슐테 디렉터

영화 문화의 발전과 이를 뒷받침할 영화 정책의 존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전국 지방선거를 2주 앞둔 5월13일(수)과 14일(목),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미션 시네마: 서울시 영화정책 제안’이란 이름으로 서울시의 영화 정책을 고민하는 두 차례의 포럼이 열렸다.

5월13일 밤에는 해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베를린의 시네마테크 ‘아스날 키노’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스테파니 슐테 디렉터와 온라인으로 9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1960년대부터 필름 아카이브 활동을 펼쳐온 아스날 키노는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와 시의 지원을 받아 시네마테크 기능을 수행해왔다. 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베를린의 시네마테크’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슐테 디렉터는 의외의 사정을 씁쓸한 표정으로 들려주었다. 현재 아스날 키노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로 대표되는 지원 주체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진 거였다. “직접적으로 특정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획 과정에서 ‘식민지’, ‘퀴어’를 비롯한 몇몇 키워드들이 포함된 기획이나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 압박과 마주치게 된다”고 밝혔다. 아스날 키노는 지원의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꾀하는 중이다.

5월14일에는 파리와 서울의 영화 정책을 함께 살펴보는 두 번째 포럼이 열렸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노철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파리의 영화 정책을 대표하는 ‘미션 시네마’에 관한 최신 사례를 공유했다. 이미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의 관객수를 거의 회복한 파리의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며 그 동력 중 하나로 시네필 육성 사업을 꼽았다. 흔히 1950~60년대 누벨바그 세대의 시네필을 떠올리며 막연하게 시네필이 자생적으로 등장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정부와 시가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시네필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파리시는 현재 연간 120만유로(약 20억원)를 들여 극장 운영을 지원할 뿐 아니라 오래된 시설을 리모델링하도록 도왔으며, 그보다 많은 175만유로(약 30억원) 예산으로 어린이와 취약계층이 더 쉽게 극장을 찾을 수 있게 이끌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서울시의 영화 영상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제언이 이어졌다. 발표자인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구체적인 사례 발표 전 “영화 정책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러 정책 자산을 하나의 철학으로 묶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단호하게 말을 시작했다. 서울영상위원회, 서울경제진흥원, 서울영화센터, 각 자치구와 미디어센터 등이 영화 정책을 제각기 펼치다 보니 시너지효과를 전혀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준비된 발표가 끝난 뒤에는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한 패널의 단호한 문제 제기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시의 영화 지원 정책 대다수가 문화 부서가 아닌 ‘창조산업과’를 통해 이뤄진다. (…) 이곳 서울아트시네마도 1년마다 공모에 지원하며 운영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서울의 다른 극장과 영화제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문화’를 지원한다는 의식이 없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는 더 자주 만나서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