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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SBS)에서 임금의 총애를 잃고, 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변고의 원흉으로 지목되던 ‘악녀’ 희빈 강단심(임지연)은 결국 사약을 받는다. 그러나 ‘오뉴월 서리’를 내리며 죽어가던 그를 살리고자 한 궁궐 큰무당의 주술로 2026년,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깨어난다. 그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 드라마가 많이 나왔지만, 그중 단심은 가장 능동적인 인물 아닐까?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지만 “극락도 지옥도 아닌 신세계에 내쳐졌”음을 빠르게 간파하고, 몸주(서리)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이번 생은 악착같이 살아내리라 다짐한다. 단심은 고단하고 위험한 궁궐에서 익힌 생존 감각을 바탕으로 빠르게 현대사회에 스며든다. ‘옥살이’보다 못한 ‘고시원살이’에 적응하고, 역사 유튜브로 조선과 대한민국 역사를 속성으로 익히며, 자본주의적 생존 모드에 돌입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건너온 인물은 자칫 가벼운 생존 쇼의 주인공으로 소비되기 쉽지만, 단심의 생존은 웃음 소재이기보다 ‘살아냄’이라는 의지의 실천에 가깝다. 그 실천은 이전 생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다. 조선시대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그 세계 안에 갇힌 여성으로 존재하지 않는 면도 인상적이다. 허난설헌과 신사임당, 조선 최초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까지 소환해 현대 여성 청년과 공명한다. “나라면 이번 생에는 필히 비혼을 선언하고 학식을 높게 쌓아 뭐가 되든 일인자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라는 단심의 말은 조선이라는 ‘구세계’에서 살던 여성의 각성이기도 하지만, 지금 여성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아닐까?

CHECK POINT

장희빈과 같이 우리가 ‘악녀’로 기억하는 역사 속 여성은 정말 악녀일까? <멋진 신세계>는 그 여성을 다르게 살려낸다. <옥씨부인전>(JTBC)에서 노비로 태어나 양반의 신분을 훔쳤다는 이유로 ‘요망한 악녀’로 기록된 구덕을 연기한 배우 임지연이 이번에는 악녀로 기록된 강희빈을 역사와는 다른 인물로 재현한다. 그가 ‘말아주는’ 사극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