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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 영화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4차원 코미디의 탄생이라니,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클럽 리볼리에 서기 위해 온갖 황당한 계획을 짜는 코미디언 맷 존슨과 맷이 어떤 말을 하든지 찰떡같이 이해하는 뮤지션 제이 매캐럴. 둘은 2008년 너바나와 아무 상관없는 코미디 듀오 너바나 더 밴드를 결성했고 17년째 리볼리에 입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굳건했던 둘의 우정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그 우정은 맷이 CN타워 꼭대기에서 스카이다이빙하는 계획을 강행하다가 실패한 후 틀어진다. 그 계획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제이의 역린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그다음날도 맷은 <빽 투 더 퓨쳐>를 보고 캠핑카에 타임머신을 만드는 계획을 짠다. 제이는 철들지 않는 맷에게 실망해 밤에 맷 몰래 캠핑카를 몰고 도망치려 한다. 캠핑카가 시속 88km에 다다른 순간에 타임머신이 작동한다. 둘은 졸지에 2008년으로 돌아가고, 타임머신의 연료인 오르비츠를 구하러 과거에 살았던 허름한 아파트에 잠입한다.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이하 <너바나 더 밴드>)은 실제 친구인 맷 존슨과 제이 매캐럴이 2017년 제작한 TV시리즈인 <너바나 더 밴드 더 쇼>와 이후 제작된 TV시리즈의 극장판이다. 오래 명맥을 이어온 시리즈의 컬트적 유머 코드를 고수하면서도 규모를 늘려서 처음 본 관객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2025년 토론토국제영화제와 SWSX영화제 미드나이트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코미디언 문상훈의 코미디 크루 빠더너스와 그린나래미디어가 함께 수입하고 배급한 사실로 화제를 모았다. 뮤지션 타블로가 자막 번역에 참여했다는 점도 그러하다. 유명 배우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예술영화를 수입한 사례가 느는 가운데 문상훈은 칸영화제의 필름마켓 브이로그 등 수입·배급 과정을 콘텐츠화해 진정성을 성공적으로 확보맷은 CN타워 꼭대기에서 스카이돔으로 낙하해 관중에게 리볼리에서 공연한다고 선언하면 리볼리에서 기회를 줄 거라 생각한다. 맷과 제이가 검문을 통과하고 꼭대기에서 끈을 자르고 낙하산을 펴 스카이돔 천장으로 낙하하기까지의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맷의 계획은 간발의 차이로 실패한다. 촬영할 때 CN타워측의 허락은 받았을지 의문이 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연출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스타일을 잘 그려낸 에피소드다.했다. <몬티 파이튼> 같은 컬트적 코미디의 영향을 받은 문상훈의 취향은 시놉시스를 쓰다가 멈추는 파격적인 106자짜리 제목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너바나 더 밴드>의 매력은 다양한 요소에서 비롯한다. 모큐멘터리 장르의 장점과 메타픽션의 규칙을 한껏 활용한 실험적 연출이다. 토론토의 풍경과 시민의 리액션, 돌발 상황과 우연을 고스란히 포착한 촬영과 제4의 벽을 깨는 대사, 오르비츠 등 소품은 현장감을 살리되 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을 유쾌한 혼란에 빠뜨린다. 2008년에 찍은 웹시리즈 <너바나 더 밴드>의 푸티지와 2025년에 찍은 푸티지를 콜라주처럼 연결하는 편집도 인상적이다. 웹시리즈 <너바나 더 밴드> 1화를 가져다 쓴 오프닝처럼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이면서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타임 패러독스를 활용한 슬랩스틱을 만드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뿐만 아니다. 영화 곳곳의 <빽 투 더 퓨쳐>에 대한 오마주는 큰 웃음을 선사하며, 정교하게 짜인 각본은 감동을 자아낸다. 이토록 다양한 요소는 우정의 어두운 면까지 가감 없이 그려내며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우정이 있다고 신뢰하는 명랑함에 기반한다. 정신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이 영화가 미더운 이유는 바로 그 명량함에 있다.

CLOSE-UP

맷은 CN타워 꼭대기에서 스카이돔으로 낙하해 관중에게 리볼리에서 공연한다고 선언하면 리볼리에서 기회를 줄 거라 생각한다. 맷과 제이가 검문을 통과하고 꼭대기에서 끈을 자르고 낙하산을 펴 스카이돔 천장으로 낙하하기까지의 에피소드는 <무한도전>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맷의 계획은 간발의 차이로 실패한다. 촬영할 때 CN타워측의 허락은 받았을지 의문이 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연출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스타일을 잘 그려낸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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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투 더 퓨쳐>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1985

<너바나 더 밴드>를 보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영화다. 맷은 <빽 투 더 퓨쳐>를 따라서 타임머신을 만들다 진짜 타임머신을 발명한다. 2008년으로 간 맷이 지키려는 규칙도 <빽 투 더 퓨쳐>의 타임 패러독스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너바나 더 밴드>의 곳곳에 이 영화의 흔적이 깊이 녹아 있다. <빽 투 더 퓨쳐> O.S.T를 활용하는 저작권 개그도 웃기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명장면의 재현은 그야말로 덕후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