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코미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개교기념일>)을 만든 김민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교생실습>도 이야기가 범상치 않다. 흑마술 동호회 학생들과 교생 선생님이 주인공이고, 수능 과목 귀신들이 낸 문제를 풀어야만 최종 귀신으로부터 학생을 구할 수 있다. 감독은 데뷔작부터 이어진 학교 배경 공포영화를 연작으로 만들 계획이다. 오싹하고 웃기면서도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틀어 담은 이 영화에는, 역시나 김민하 감독만의 인장이 곳곳에 박혀 있다.
- <개교기념일> 개봉 때부터 후속작을 쓰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학교 배경의 공포영화 연작을 하려 한 이유가 있나.
<여고괴담> 시리즈를 우리 세대에서 뉴제너레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여고괴담>을 극장에서 보고 자란 세대인데, 당시 우리 고민들을 영화로 만들어줬다는 게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그리고 <여고괴담>이 신인배우들의 등용문이었던 것처럼 우리 영화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 <교생실습>은 어떻게 출발한 이야기인가.
단편 <버거스 챌린지>가 교육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되어서 갔었다. 가난한 초등학생 반장이 반에 햄버거를 돌리려고 버거송 챌린지에 나가는 이야기인데, 당시 관객으로 온 선생님들이 다 검은색 옷을 입고 계셨다. 알고 보니 그때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의 추모 주간이어서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영화를 보러 온 거였다. 영화가 끝나고 한 선생님이 웃으면서 나에게 고맙다고 하시더라. 영화에 반장을 응원해주는 선생님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영화가 감독의 손을 떠나면 모두의 것이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뉴스에서 보는 것보다 교권 침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런 현장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야겠다 다짐했다. 좋은 코미디는 시대의 슬픔이 담겨 있는 코미디라고 믿는다. 무너진 교권,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사라진 서당 교육, 비대해진 사교육 시장, 이 세 가지를 영화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 선생님 중에서도 왜 교생을 주인공으로 했나.
학창 시절의 교생 선생님이 떠올랐다. 첫 수업 때 긴장하셔서인지 판서하는데 손이 칠판 위에서 다다다다다 떨리는 거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정의로운 교사와 어울릴 것 같았다. 현직 교사들이 교직을 내려놓을 만큼 교육 현장이 전쟁터인데 그걸 다 알면서도 그곳을 꿈으로 삼는 사람의 순수한 열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 층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모의고사를 봐야만 마지막 귀신을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10대 문화에 대해 스케치하는 과정이 있었나.
아, 노력은 하는데 이번에 크게 놓친 게 ‘언수외’다. 국영수로 시험 이름이 바뀐 지 한참 됐다고 하더라. 다 만들고 나서야 바뀐 걸 알았다. 누가 “국영수로 바뀌었다”고 얘기도 해줬다는데, 내가 놓친 거다. “멱살 잡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했다.(웃음)
- 최종 보스에게 가는 과정을 픽셀아트로 설명했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보는 게 무슨 ‘산 넘어 산’ 같았다. 1교시 언어영역 간신히 끝났는데 겨우 10분 쉬고 바로 수리영역 봐야 하고. 강제로 자동 로그인이 돼서 떠밀리듯이 다음 캐스트를 깨러가야 하는 것 같았다. 이걸 픽셀아트로 설명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 픽셀게임 장면이 없으면 인물들이 그냥 말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건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픽셀아트가 생각보다 제작비가 합리적이었다. (웃음)
- <개교기념일>의 후속작이라고 하기엔 연속되는 인물이 없다. 특정 캐릭터를 가져가야 하나, 하는 고민은 없었나.
가장 경계했던 것이 자기복제였다. 비슷한 구도가 나온다면 그건 전작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개교기념일>에서 세강여고였다면 <교생실습>은 세영여고다. 시리즈의 학교 앞 글자는 다 ‘세’로 시작할 거다. 그리고 전작을 본 분들은 알아볼 수 있는 이스터에그가 있으니 찾아보면 재밌을 거다. 아직 1편 만든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인지, 지금 <개교기념일>을 다시 만들라고 해도 똑같이 찍을 것 같다. <교생실습>도 마찬가지다. 만약 영화의 신이 시간을 되돌려줘 다시 찍게 해준다면 ‘언수외’만 ‘국영수’로 바꾸고 지금이랑 똑같이 찍을 것 같다. 그만큼 이 두편에 대한 미련이 없다.
- 퀴즈 귀신이 내는 난센스 퀴즈가 비중 높은 웃음을 차지한다. 퀴즈는 누가 골랐나.
백발백중으로 웃긴 퀴즈는 없어서, 그냥 내가 웃긴 걸 넣었다. 놀란 용은? 띠용. 가장 강한 과일은? 뭐 이런 것. 어려웠던 것은 수리 귀신과 싸우는 퀴즈였다. 논리적으로 천도복숭아의 온도가 어떻게 1000도가 넘어. 이런 대화를 하는 거다. 마치 F와 T가 하는 대화 같다고도 하더라.
- 첫 영화부터 이번 영화까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부천영화제의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한데.
부천영화제를 제2의 어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부천에 갔을 때 포스터에 ‘이상해도 괜찮아’라고 쓰여 있었다. 주변에서 “네 생각 이상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영화를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이상해도 괜찮다니까 무한한 용기가 생기더라.
- 10대 관객에게 들었던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
음… 자카르타영화제를 초청받아 갔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모든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영화 끝나고 로비로 나오니까 히잡을 쓴 소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소녀들이 그렇게 용감할 수 있나요?”라고 묻더라. 거기서 막 눈물이 났다. <교생실습>은 용감한 소녀와 용감한 선생님이 나온다. <베테랑>이 형사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것처럼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교생실습>이 되면 좋겠다. 이 영화로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를 지키고 교단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러분의 슬픔에 공감하는 영화와 영화인이 여기에 있으니 홀로 힘들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