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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칙이 상식이 되려면 - <반칙왕 몽키> 출연진 몽키·안나, 황다은·박홍열 감독

중학교 교과서에 따르면 직업은 ‘생계유지, 경제적 소득, 사회적 기여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종사하는 경제활동’이다. 그렇다면 주부(主婦)는 직업일까? 한쪽의 소득을 바탕으로 생계를 정비하고 육아를 통해 성인을 길러내 사회에 기여하니 직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전업주부라는 개념 또한 정체성이 아닌 직업의 층위에서 논해져야 맞다. 다큐멘터리 <반칙왕 몽키> 속 몽키(본명 문현준)의 직업은 전업주부다. 가정 경제는 안나(본명 조안나)가 부양한다. 이들은 안나의 바람대로 네 아이를 낳았고, 남성 양육자가 전업주부로 사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역설을 간파해 사회가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역할을 교환한 채 이 가정만의 규범을 만들어간다. 이들의 삶을 같은 마을에 사는 하수오와 오가피(성미산마을은 이웃을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부른다.-편집자)인 황다은, 박홍열 감독이 다큐멘터리 <반칙왕 몽키>에 담아냈다. 일견 반칙처럼 보이는 삶이 상식이 되기 위해, 두 출연자와 두 감독이 각자의 직업 안에서 실천한 신념을 전한다.

박홍열, 황다은, 안나, 몽키 (왼쪽부터 시계 방향).

- <반칙왕 몽키>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몽키 아이들이 어릴 땐 양육자가 세상의 전부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이 부모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 가치관을 형성하지 않나. 그 점이 일찍부터 두려웠다. 한 아이의 사춘기도 보통 일이 아닌데 우리 집은 예정자가 넷이나 있으니(웃음) 내성을 길러두고자 했다. 그래서 성미산마을의 여러 교육공동체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봉사를 했다. 5학년 아이들을 담당하던 당시 두 감독님의 둘째 아들을 처음 만났다. 평소에 아이들의 관심사 속에 내가 들어가 대화에 참여하는 편인데, 이 친구는 어른인 나의 관심사를 파고들며 대화를 유도하더라. 어떻게 이런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부모를 궁금해하던 중 하수오와 오가피를 알게 됐다.

황다은 몽키를 처음 만난 건 훨씬 전의 일이다. 건물의 공용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낯선 분이 두딸을 데리고 와 “전업주부 몽키입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흔쾌히 자신을 ‘전업주부’라고 정의하는 남자를 처음 만난 것이다. 이 사람의 명랑함이 궁금해졌다. 나의 경우 전업주부를 원한 적이 없지만 가정 내에서 그 역할을 도맡을 수밖에 없던 때가 있었다. 또 이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사회는 나를 ‘경단녀’라고 통칭했다. 바깥에서만 전업주부로 비칠 뿐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중 몽키를 알게 돼 신기했다. 몽키는 어느덧 두 아이에서 네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그 시점에서 몽키와 안나가 했던 약속도 알게 됐다. 안나가 결혼 전부터 아이 넷을 키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몽키는 수입 자동차나 한강뷰 아파트가 아닌 ‘네 자녀 가정’의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마침내 두 부부가 목표 달성을 완료한 시점부터 다큐멘터리 구상에 들어갔다.

- 촬영부터 극장 개봉까지 고려할 요소가 무척 많았을 것 같은데.

안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몽키가 워낙 전부터 일상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고, 몽키가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계속 늘던 시점이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마침내 때가 왔구나 싶기도 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푸티지를 시시때때로 재생하며 이땐 이랬다며 촬영 당시를 즐겁게 추억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좋았다.

박홍열 작품 속에서 첫돌을 갓 지난 막내 승윤이 셋째 세윤의 나이가 될 때쯤 개봉하는 걸 고려했다. 영화가 끝난 후 열리는 GV에 여섯 가족이 줄 지어 걸어들어온다면, 목도 못 가누던 아이가 말도 하고 극장을 뛰어다니는 순간을 목격한다면 이거야말로 또 다른 영화가 아닐까. <반칙왕 몽키>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2022)와 공개 예정인 <백일잔치> 사이에 놓인 ‘돌봄 3부작’의 중간편이다. 작품에 등장한 어린이들은 세 영화에 모두 출연한다. 아이들이 그 의미를 알든 모르든 본인들이 경험한 일련의 변화가 긴 시간의 흐름 안에 포개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중에 이 친구들이 큰 스크린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영화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온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전업주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몽키 체력이다. 둘이서 가정을 챙길 때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이 주부로 사는 편이 효율적이다. 양육과 살림을 동시에 조율하고 그 안에서 ‘바깥사람’의 스케줄과 내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체력이다. 나만 해도 체력이 달릴 땐 아이들의 장난을 못 받아주는 때가 온다.

- 아내를 바깥사람이라고 칭했지만 정작 안나씨는 ‘워킹 맘’으로 불리길 바란다는 의견을 수차례 말했다.

안나 가장의 무게를 나한테 전가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쁜 단어다. 그렇다고 몽키가 안사람의 전형을 따르지도 않는다. 나 역시 육아 및 가사 책임을 몽키와 함께 지고 있고. 이미 가정 내부에서 몽키가 비관습을 만들었는데, 그 반대급부인 내가 가부장제의 구조 안으로 다시 편입되면 우리의 수행이 무의미해지지 않나. 구체제의 개념으로 프레이밍되는 걸 원치 않는다.

황다은 영화를 통해 몽키 못지않게 안나를 조명하고 싶다. 가족 중심으로 자기 경력을 재편할 줄 아는 가장의 모습이 많은 가정에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가장이 또 없다.

박홍열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돌봄 예산을 삭감하며 여러 돌봄사업이 사라졌다. 당시 안나가 활동하던 서울시 보육반장 사업도 하루아침에 폐지됐다. 가장이 실직을 한 셈이니 불안했을 텐데, 두 내외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안팎으로 마을에서 많은 이벤트를 열며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더라.

안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걸 깨달았다. 몽키가 워낙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렵지 않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곁에서 지지해주고 싶기도 했고. 몽키가 요리를 잘하다 보니 한번 음식을 하면 아이, 어른할 것 없이 10명이 넘는 손님이 우리 집을 찾았다. 그렇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

몽키 6인 가족이라고 하면 많이들 식비나 교육비 등 기성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묻는다. 같은 물건이면 싼 걸 찾고 대용량 구매를 우선시하다 보면 가용소득이 는다. 또 다들 음식을 조금씩 싸오기 때문에 오히려 푸짐한 한상을 즐길 수 있다. 매일 파티처럼 살았다. (웃음)

안나 확실히 몽키는 자원이 순환한다는 개념을 믿는 사람이다. 힘을 들이지 않고도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걸 증명해낸다.

- 몽키씨의 주요 교통수단은 스케이트보드다. 몽키씨가 아이를 앞으로 업은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동네를 질주하는 숏이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쾌감을 선사한다.

황다은 부부간 평등의식, 그중 육아분담에 대해 말할 땐 주로 한쪽이 지는 부담과 고통 위주로 논의가 오간다. 우리는 조금 다른 입장에서 비추고 싶었다. 육아는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니까. 이를 위해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는 몽키의 숏이 필요했다.

몽키 자녀가 태어나면 이전의 삶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통념이 강하지 않나. 나 또한 둘째가 태어난 이후엔 아끼던 스케이트보드를 사촌 동생에게 줬다. 그런데 셋째가 태어나니 안되겠다 싶어 다시 돌려받았다. 밤이면 집 밖으로 나가 스케이트보드를 몇번씩 탔다. 이 취미를 일상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누리면 좋겠다 싶더라.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다. 사진 및 영상 촬영 취미를 살려 아내와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혹은 젊을 때 즐기던 유도를 온가족과 함께하며 활기를 찾는다. 그러면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본 유도인들도 자연히 자신의 아이들을 도장에 데려온다.

- 극장 개봉을 전제한 영화인데도 9:16의 세로가 긴, 이른바 릴스형 비율의 스마트폰 영상이 거듭 등장한다.

황다은 크게 네 가지 촬영본이 있다. 박홍열 감독이 촬영한 분량, 몽키와 안나의 인터뷰컷, 고정해둔 액션캠으로 촬영한 대화컷, 그리고 몽키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몽키의 촬영본을 주요하게 활용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반칙왕 몽키>는 몽키가 스스로를 전업주부라고 호명하는 동시에 몽키와 안나 가족이 규범에 굴하지 않고 인생의 주도권을 쥔 채 거침없이 달려가는 이야기다. ‘반칙왕’이 내밀한 시선을 담아 찍은 화면엔 그만의 힘이 있지 않겠나. 스마트폰 영상은 스크롤로 쉽게 휘발되는 포맷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명백히 기록된다. 내용이 형식이고 형식이 내용이라면, <반칙왕 몽키>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내용에 걸맞게 형식 또한 작품의 주인공이 직접 자신과 가족을 촬영해야 했다.

박홍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영화가 사라질 거란 우려가 많았는데, 다른 관점을 갖고자 했다. 몽키가 찍은 세로가 긴 화면과 내가 찍은 가로가 긴 화면이 스크린에서 맞부딪칠 때, 관객은 자신이 찍은 스마트폰 화면을 달리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나는 화면이 몇 인치든 모두 스크린이라고 생각하고 본다. 시네마는 마냥 신성한 영역에 있지 않다. 스마트폰 안에도 영화가 있다.

몽키 나와 주변을 촬영하며 느낀 점이 있다. 전문 카메라 앞에선 사람들이 경직되곤 한다. 반면 스마트폰 앞에선 보다 자유로워진다. 누구도 출연의 부담을 느끼지 않은 채 제약 없는 행동을 보이려면 스마트폰 촬영이 필요했다.

- <반칙왕 몽키>의 촬영과 개봉이 가져온 육아관의 변화가 있다면.

몽키 아이들과 한 10년 살지 않았나. 앞으로의 10년이 훨씬 더 중요할 것 같다. 막상 10살까지의 아이들은 어른의 도움 없이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과제를 삶에서 마주한다. 시장에서 상한 과일을 사와도 아빠가 썩은 부분만 도려내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청소년이 되면 어른들조차 낯선 사회를 맨몸으로 맞닥뜨린다. 불평등과 불공정, 부조리와 불편을 성숙한 부모가 자녀에게 해석해주지 않을 때 아이가 어떤 혼란을 마주할까 걱정된다. 더욱더 아이들 곁에서 중요한 가치관을 전달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향후 10년 또한 전업주부로 잘 살아보려고 한다. (웃음)

안나 처음부터 분명한 신념으로 육아에 돌입한 게 아니었다. 그저 우리 둘이 상의해가며 묵묵히 살았을 뿐인데 두 감독님 덕분에 이 삶이 특별하게 조명된 듯하다. 몽키도 거기서 힘을 얻어 앞으로의 10년을 도모하는 것 아닐까. <반칙왕 몽키>는 우리에게 지금처럼 살아도 된다는 용기를 준 작품이다.

몽키 오히려 우리의 사례가 앞으로 무얼 더 보여줄까 고민하게 된다. 사명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