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식당에서 우연히 사랑의 상처로 인해 우는 여행객을 마주한다면? 낯선 이방인을 그대로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쇼타(오타니 료헤이)는 대성(진영)의 눈물 섞인 사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준다. 일본에 머무는 한국의 여행객 대성과 곧 한국으로 출장 가는 쇼타는 서로의 사직서와 연애편지를 교환한다. 그렇게 대성은 쇼타의 회사에 대신 사직서를 제출하고, 쇼타는 대성의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전하는 독특한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추적자 THE CHASER>등에서 만난,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의 오타니 료헤이 배우가 근 10여년 만에 한국영화로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에서 펼쳐지는 쇼타의 여정을 때론 깊은 감정을 담아, 때론 산뜻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 근황을 들려준다면.
일본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여러 작품에 참여하다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이번 한국 일정이 마무리되면 바로 다음날 일본에서 신작 촬영에 들어간다. 지금도 열심히 대사를 외우는 중이다.
-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으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에서 배우로 데뷔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 영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한국 작품과의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죽기 전에 한국 작품 하나 정도는 더 할 수 있으려나 싶을 정도였는데 마침 좋은 작품 제안이 들어와서 기뻤다. 드라마를 주로 해왔고 마지막 영화가 <명량>이니 10년도 더 됐다. 영화는 사극을 주로 해왔는데 개인적으론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같은 인간미 넘치는 작품을 좋아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침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않아도 되는 역이기도 했고.
- 쇼타가 본인과 반대되는 성격이라 느꼈다던데.
쇼타는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관계에 서툴러서 가족에게도 쉽게 진심을 터놓지 못한다. 혼자 깊게 생각하는 편이라 표현도 잘 못하고 불안해한다.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답답했다. 그냥 말하면 정리가 될 텐데! (웃음) 연기할 땐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감독님과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유연하게 연기했다.
- 자신이 사장임에도 사직서를 제출하려던 쇼타의 마음이 이해가 되던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마음만 먹으면 사장으로서 회사 문을 어렵지 않게 닫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고 일에 관한 프라이드가 강해 회사 문을 닫는다고 자신이 편해지지 않을 것임을 깨닫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이 이해가 됐기에 쇼타가 업무로 인해 무너질 때 내면의 힘듦을 진지하게 그려내려고 했다.
- 쇼타가 가장 힘들어하는 신은 하수처리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완전히 절망하는데.
감정신이 힘들긴 했다. 한국까지 와서도 자신의 뜻대로 일이 안 풀리니 속이 얼마나 탔겠는가. 내면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한국어 대사가 어렵지 않았냐고들 하는데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능숙하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대성의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듯 쇼타의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게 당연하고, 대사보다는 쇼타의 감정 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 진영 배우와 라멘집 장면에서 짧고 굵게 호흡을 맞췄다.
대면 촬영은 딱 하나였는데 무척 좋았다. 이후론 대성과 쇼타가 통화하는 신이 계속 이어지는데 진영 배우의 얼굴, 목소리 톤, 분위기를 아니까 몰입할 때 도움이 됐다. 진영 배우는 슬픈 감정을 실어 울면서 일본어로 대사를 해야 하지 않았나. 어려운 작업임을 잘 알고 있어서 곁에서 계속 응원했다.
- 쇼타는 일 외엔 무심할 것 같은데 대성에게는 마음을 쉽게 연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라는 게 크지 않았을까. 출장으로 한국을 여러 번 오고 가서 익숙하고 한국어도 할 줄 아니까. 사랑 때문에 우는 대성의 순수함에 마음이 쓰였을 것이고. 쇼타는 표현을 잘 못할 뿐 기본적으로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때 드러난다.
- 본인이 쇼타였어도 대성과 사직서, 연애편지를 바꿔 전달했을 것 같나.
나는 그런 걸 즐긴다. 재밌지 않을까. (웃음) 일본에서 우연히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면 어차피 서울 가는 김에 어렵지 않게 전달해줬을 것 같다.
- 인상적이었던 쇼타의 대사 혹은 장면을 꼽는다면.
마지막에 대성과 대화할 때 “이번 여행 어땠냐”고 질문이 들어오자 “이번 출장은 여행한 것 같다”고 쇼타가 답하는 장면. 뻔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무척 중요한 대사다.
- 후반부에 쇼타가 아들과 재회한다. 이후로 쇼타와 가족의 관계가 변화했을까.
이번 출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쇼타의 의도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사건에 휘말린 것에 가깝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쇼타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그동안 스스로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사직서를 쓰기 전에 그냥 회사 직원들과 솔직하게 대화를 하면 됐는데. 가족들과도 마찬가지고. 연애편지도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이렇게 전해주면 되는 일이었는데. 배수구처럼 막혀 있던 게 완전히 풀려버리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런 시간을 겪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변했을 것이다. 후반부 장면을 찍으면서도 예전보다는 밝고 건강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내성적이거나 평소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잘 모르는 여행지를 혼자 방문해보고, 술집에서 만난 친구와 대화도 해보고. 쇼타처럼 작은 일이라고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드러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