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일찌감치 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5월29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호프>가 200여개 국가 및 권역에 배급을 확정하며 한국영화 해외 선판매 사상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2025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205개국,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3개국에 판매되며 한국영화 세일즈 역사를 쓴 데 이어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결과다. 이로써 <호프>는 올여름 국내 개봉 전 이미 순제작비의 절반에 미치는 금액을 벌어들였다는 후문. 정확한 제작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500억원대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알려진 <호프>는 해외 선판매만으로 2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는 <호프>가 베일을 벗은 제79회 칸영화제에서 가져온 성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얻었고, 해외에서는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테일러 러셀 같은 할리우드 스타의 캐스팅으로 이목을 끈 <호프>는 칸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17일 프리미어 상영 이후 줄곧 경쟁부문 최고 화제작으로 거론되었다. “탁월한 카메라워크, 심장을 뛰게 하는 음악, 짜릿한 전개와 예리한 캐릭터 묘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할리우드 리포터>)는 찬사부터 “<미이라 2>(2001) 수준의 CGI를 감추기에는 제작비가 충분치 않았다”(<인디와이어>)는 혹평까지 들으며 축제 기간 내내 화두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관심이 200개 이상 국가 및 권역과의 계약 체결로 이어져 칸 필름마켓에서까지 열기가 지속되었다.
어떤 해외 배급사가 <호프>와 손잡았나
<호프>와 함께하게 된 해외 파트너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북미 및 영미권 배급을 맡은 곳은 <기생충> 북미 배급을 담당하면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네온(NEON)이다. 네온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의 <피오르>까지 손에 넣으며 7년 연속으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배급하게 된 업체이기도 하다. 네온은 <호프>의 북미 개봉일을 9월9일로 확정짓고, 6월부터 티저 포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와 제작·배급을 겸하는 무비(MUBI)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튀르키예 및 라틴아메리카 일대 배급을 책임진다. 포커스 피처스와 UPI 프랑스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남아프리카공화국, 소니 픽처스는 포르투갈, 스칸디나비아,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및 중동 권역을 담당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가가(GAGA), 태국의 시네상(Shinesaeng), 대만의 카이창(Cai Chang), 홍콩의 골든 신(Golden Scene), 필리핀의 파이어니어(Pioneer), 인도의 스타 엔터테인먼트(Star Entertainment), 인도네시아의 프라이마 시네마(PT Prima Cinema Multimedia), 베트남의 CGV 베트남(CGV Vietnam), 싱가포르의 클로버 필름스(Clover Films)가 <호프>배급에 나선다.
“IP 생애주기 아울러 부가가치 극대화하는 구조 만들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대형 영화사들이 특정 권역 배급을 위해 한국영화와 손잡은 것을 이례적이라 해석하며 지금까지 쌓인 선판매 성과는 ‘미니멈 개런티’에 불과하다고도 강조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식 개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개봉 성적표가 나온 뒤 배분될 수익 규모는 더 커진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부가판권 수익까지 더해질 것을 예상하면 제작비 보전의 전망은 더 밝다. 이를 두고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호프>가 “영화 개봉 전에 이어지는 해외 선판매부터 국내, 해외 개봉 이후까지 ‘IP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며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한국영화가 고수해온 일반적인 수익모델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적극적인 선판매 행보로 연결되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칸에서 <씨네21>과 만난 나홍진 감독 또한 “이 정도의 제작비가 애초에 한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의 회수를 생각하고 쓰일 수가 없다”고 터놓은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화된 제작 전반의 침체 속에서 “만약 어떤 ‘모델’을 제시한다면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앞으로 올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전말도 덧붙였다.
나홍진 감독은 다가올 여름 <호프>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가 한국 관객과는 어떠한 모습으로 접촉할지, 그 결과물이 해외 시장에서는 어떠한 응답을 받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만 남았다. 정확한 개봉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