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서사의 관습은 국경에서 절정에 이르고 도착에서 끝난다. <하나 코리아>는 끝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부, 혜선(김민하)은 비행기에서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이송되고 차가운 심문을 받으며, 양강도에 두고 온 병든 어머니에게 닿고자 연락하지만 쉬이 닿지 않는다. 다큐멘터리스트로 먼저 활동한 덴마크 감독 프레데릭 쇨베르는 <하나 코리아>에서 철조망의 스펙터클을 지우고 도착 이후의 시간에 집중한다. 하나원의 형광등 불빛 아래, 임대아파트의 적막 속에서 혜선은 이제 자신의 새 정체성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나 코리아>는 실존 인물의 취재를 거쳐 완성됐다. 쇨베르 감독은 5년간 탈북민 30여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한 인물이 북한 가족에게 부친 편지들에 착안해 영화에도 혜선의 편지 보이스오버를 삽입했다. 덕분에 탈북민 내부의 위계까지 포착한 리서치가 <하나 코리아>에 담담하면서도 세심한 디테일을 채운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정착 시설인 하나원의 다수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 인물이지만 혜선은 양강도에서 왔다. 지극히 일상적인 영역이 혜선에겐 모두 과제인 이유다. 세탁기를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신용카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혜선은 모든 것을 낯설게 배워나간다. USB에 담겨 밀반입된 남한 드라마가 심어준 환상과 그리운 북녘의 음식과 노래 사이에서 흔들리는 혜선의 향수는 체제라는 이분법 사이에 놓인 한 사람의 모순된 감정과 경험을 핍진하게 그리는 요소다. 자주 당황하고 흔들리지만 혜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하며 고집스러운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캐릭터 드라마의 매력을 살린다. 혜선은 청소와 주방 일이라는 “쉬운 길”을 권하는 시스템 앞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뚝심을 지킨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조명, 동선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과장해 밀어붙이는 대신, 이국에 적응해가는 혜선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앞질러 해석하지 않는다. 영화는 끝까지 사려 깊음과 절제를 지킨다. 관찰의 윤리와 서사의 추진력이 서로를 길항하도록 기다리는 사려깊음이 미덥다. 하나원에 갇히다시피 한 혜선을 담는 초반의 프레임은 완고하리만치 고정되어 있다가 그가 서울의 삶에 발을 디딜수록 화면은 넓어지고 색은 미묘하게 밝아진다. 다만 편지 내레이션에 감정을 위임하는 순간들이 있고, 중반 이후의 서사는 때로 배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작은 공백을 채우는 이는 배우 김민하다. <파친코>의 선자가 현해탄을 건넜다면 혜선은 압록강을 건넜다. 경계인이 지닌 두려움과 서툰 희망 사이의 미세한 진폭만으로 김민하는 롱테이크를 사로잡는다.
외부자의 시선은 이 영화의 한계이자 축복이다. 버려진 유령 마을의 잔류자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도엘>(2018)에서부터 쇨베르의 관심은 정치적 낙인이 새겨진 땅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 있었다. 그는 분단의 정치학을 해부할 내부자의 지위를 갖지 못한 대신, 유럽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라는 자국의 거울을 들고 와 탈북을 이주라는 보편의 문제로 열어놓는다. 하나가 되지 못한 코리아에서, 그럼에도 홀로 서는 한 사람의 모습만큼은 각인되어 담백한 자취를 남기는 영화다.
CLOSE-UP
혜선은 하나원에서 만난 친구 보미(안서현)와 함께 있을 때 곧잘 아이처럼 웃는다. 일종의 체험학습으로 하나원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쇼핑하면서 립스틱을 사는 장면은 생존자가 아니라 그저 외모에 관심이 많은 또래의 젊은 여성으로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기에 뭉클하다. 혜선은 이 장면에서 취향과 호기심을 발굴하는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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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를 정치적 담론이나 비극적 스펙터클이 아니라, 낯선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일상으로 바라본다. 제도와 편견, 우연한 연대가 교차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이주 이후의 삶이 얼마나 긴



